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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5. 인터뷰

[인터뷰] 우리 세대를 말하다! : 작가 이우성 인터뷰

by ㅊㅈㅇ 2015. 12. 15.


이우성 <나의 소원팔찌는 언제 끊어질까> 리넨에 과슈 315×230cm 2013


우리 세대를 말하다! : 작가 이우성 인터뷰 

 

이우성은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를 졸업했다. 첫 개인전  <불 불 불>(갤러리175, 2012)에 이어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우리가 쌓아 올린 탑>을 열였다. 2009년에는 스페이스빔,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고양창작스튜디오에 입주작가이며, 2013년에는 OCI 영아티스트에 선정돼 <돌아가다 들어가다 내려오다 잡아먹다>(2013. 6. 5~26)전을 개최했다. 이 글은 지난 6월, OCI미술관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인터뷰에서 이우성은 자신의 작업이 어떤 정치성을 띠고 있다면, 그것은 민중미술의 방식이라기보다 사회에 대한 개인적/세대적 인식과 반응에 기반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트인컬처』  2013년 7월호에 요약본이 최초 실렸으며, 증보해  『똑똑 커뮤니티와 아트』에 게재한다.


작품이 정치색을 강하게 띄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종종 민중미술의 맥락에서 읽혀지기도 하고요. 초기 작품이 특히 그런 것 같은 반면, 최근 작품은 좀 더 유머러스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12년 갤러리175에서 열린 첫 개인전 <불 불 불>과 OCI미술관에서 열린 <돌아가다 들어가다 내려오다 잡아먹다>전을 비교한다고 했을때, 어떻게 달라졌나요? 

<불 불 불>은 4점의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로, 출품작 모두 사이즈가 굉장히 컸어요. 5m 정도. 짧은 말로 강하게 어필하는 작업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때나 지금이나 관심사는 비슷한데, 첫 개인전 때 더 직설적인 언어를 썼던 것 같아요.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정면을 쳐다보고 있고,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계속 눈이 마주치는 그림이라든가, 불이 나는 그림이라든가. 글씨도 “정 면”이라고 적혀있고, 즐길 수도 있겠지만, 편하게 볼 수만은 없는 이미지를 다뤘어요. 혹자는 제 작품이 내용적인 측면에서 민중미술을 닮았다고 얘기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저 개인의 고민거리를 나랑 비슷한 세대가 공유하고 공감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해서 그렸어요. 세대적으로 사회에 대한 불만을 호소한다기보다는 개개인이 가지는 고민을 얘기하려고 했어요. 작품에 사람들이 많이 등장을 하는데, 그게 덩어리로 “시위 현장”처럼 보이기보다는, 각 개인이 모여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사람에게는 이런 사연이, 저 사람에게는 또 저런 사연이 있는 그런 개인들인거죠. 그 안에 숨어 있는 저도 제가 가진 이야기들을 갖고 있고요. 가정,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같은 개인적 고민들이 모여 있는 거였죠. 시기적으로 그때 시위도 많고 그래서 그런 식으로 연관되서 해석이 많이 됐어요.

그 전시를 하고 나서 느낌이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 생각도 좀 변했고요. 그때 전시가 끝나고 나서 언어라는 전달방식에서 “유머”를 적극적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가 개그콘서트나 SNL코리아 같은 것도 진지한 얘기는 하지만, 풀어내는 방식은 재밌잖아요. 유머라는 블랙코미디를 적극적으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내용은 같은데 풀어내는 방식이 조금 더 가벼워져서, 거부감이 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작업을 읽기 이전에 민중미술로 구분되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방식을 바꿨고요. 컬러도 좀 더 많이 쓰게 됐고요. 큰 주제로서는 작년에는 큰 덩어리로 나를 둘러싼 세대라고 했다면, 이번에는 그 안에 있는 개인의 이야기로 범위가 더 좁혀졌어요. 저를 조금 더 노출한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작년에는 숨어있었다면요. 남이 보면 소소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좀 더 솔직한 작업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잘라진 이미지들이 이번에는 많이 들어갔어요. 잘린 손, 신체의 일부분처럼 말이에요. 가슴팍이라든가. 좀 더 내밀한 얘기를 하게 됐죠.

 

<무너진 가슴> 같은 작업을 말씀하시는 거죠?

<무너진 가슴>은 보면 아버지 가슴에 대고 빵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지금 제 처지를 잘 드러내는 것 같아서 그렸어요. 가족에 대한 고민도 제 이야기 중에 하난데, 이번에 잘 시각화가 된 것 같아요. 아버지한테 연세가 계속 있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 드는 죄책감, 그리고 대접하고 성장하고 커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한다는 책임감. 드리고 싶은 마음과 공격하는 마음, 그런 것들이 중첩된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거죠. 중년이었을 때 아버지 모습을 그렸어요. 5남매 중에 막내에요. 어렸을 때 미술 시작한다고 할 때 반대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림을 가져다가 다 버리시더라고요. 부피도 크지도 않은데, 그리는 것들을 다 가져다가 버리시더라고요. 왜 그러셨는지 몰랐는데, 그게 반대의 의미였구나 하는 걸 알게 돼요. 이제는 근데 이제는 역전이 되어서 그림에서 더 감동을 주라고 말씀하시고. 응원 많이 해주세요. 남자가 미술한다 그러면 다들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들 하시잖아요. 정기적으로 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요. 직업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소모적인 일보다는 훨씬. 죽어도 작품은 남잖아요.


아까 "비슷한 세대가 공유하고 공감하는 지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셨는 데요, 그렇다면 “88만원 세대”,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 주류 20대 세대담론에 대해선 공감하는 편인가요? 

작년 작업이 그것에 대한 불만인 거예요. 작년 개인전 작업 중에 <호명>이라는 게 있었는데, 왜 우리를 그렇게 불러서 규정을 짓느냐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왜 우리를 그렇게 부르느냐에 대한 불만이었던 거죠. 우리가 그렇게 되고 싶어서 된 건가, 기성세대가 만든 시스템인데. 그렇게 호명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거죠. 젊은 세대로 묶어서 불리는 것에 대한 재해석을 원하는 그런 요청이었던 거죠. 우리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는 아니라 라는 표명 같기도 하고요. 뭔가 청춘을 거쳐서 어른이 된 사람들이 바램이 있잖아요. 너희는 왜 이렇게 힘이 없니? 너희는 왜 시위를 하지 않니? 너네는 이런 것을 보고도 피가 끓지 않니? 이런 주입 아닌 강요를 하는 것에 대한 반발. 왜 영어공부만 하니? 지금 안하면 안 되잖아요. 그런 것부터 해서 뭐 세대 간의 갈등도 다루려고 했고요.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도 있고. 지금 세대에 원하는 것도 있고, 오히려 그렇게 부르는 것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죠. 그 해석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반에서 초현실주의 회화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작업 중간 과정에서 친구들한테 마그리트 그림 같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요. 근데 꼭 그런 것은 아니고요. 잘려진 신체나 그런 것이 들어간 것은 책상 위에 항상 모든 생활이 일어나는데요. 나의 조각이나 편지나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다른 곳에 간 상태. 어디 떠났을 때 편지 써놓고 가는 것처럼 말이에요. 작업이 시작이 된 게, 눈알이랑 귀를 놓은 게 처음 시작이에요. 이 시리즈가 그것에서 시작이 됐어요.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하는데 그걸 떼어놓고 어디를 간다고 생각을 한거죠. 거기에서 시작이 돼서 잠깐 자리를 비운 상태의 시리즈가 구성됐어요. “초현실”이라기 보다는 제가 느끼는 이야기들을 책상위에 놓은 거예요. 상상이니까 뭐. 항상 긍정만 하는 손 두 개를 잘라놓고 간 거고요.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다 출발이 됐어요.

방금 전에 뭔가 남겨놓고 떠난 상태. 그런 걸 구성 한 거에요. 전 항상 현실 안에 있고, 변화를 꿈꾸는 그런 거에요. 매듭이 풀리는 상상을 하는 거죠. <끝>(2013)은 가운데 한자로 “마칠 종”자가 쓰여 있어요. 終 이 글자에요. 이 뜻이 겨울 동안 꼬인 매듭이 봄에 풀린다는 뜻이에요. 그런 의미를 담고 있어요. 작년에는 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어요. 미래를 알 수 없고 그런 막막함이죠. 근데 이번에는 기대를 갖고 작업을 했어요.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뭔가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죠. 이 매듭이 풀리는 순간을 상상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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