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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7. 번역, 요약

Peter Halley, Abstraction and Culture, 1991

by ㅊㅈㅇ 2019. 4. 18.

Meyer Schapiro는 추상(abstraction)은 우리 문화에서 의식의 경제적 기계화를 반영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후 Barr 나 Greenberg 같은 학자들이 칸트의 철학적 태도를 받아들이면서 추상은 내재적 자기비판으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다. 세계 2차 대전과 대공황 등을 겪으면서 화가들은 윤리적 위기 상황에 처했다. 화가들은 더 이상 꽃, 누드, 첼로 연주자 등을 그릴 수 없었으며, 또한 감각만을 전달하는 형태와 색만을 그릴 수도 없었다. 마치 회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 이전에 추상미술은  자의식이 없이 자발적으로 문화적, 기술적 발전과 수반되었다면, 전후에는 유토피아적인 풍부함과 역사적인 순수함에 관해 재검토하는 것이 중요했다. 전쟁과 함께 영적인 것에 대한 갈망을 담은 추상은 종말을 맞았다. 전후 추상미술에서는 영적인 것이 소외로 대체되었다.

추상은 직접적 묘사를 담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 있는 소스에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상징적인 정체성이 중요하게 다루어 졌다. 20세기 사상에 있어서 언어적 관계에 대한 강조는 많은 분야에서 강조되었다. 추상은 고급예술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시각 문화 전반으로 확장 가능한 경향이다. 공항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인들도 마찬가지로 구체적이고 사실적 묘사에서 멀리 떨어져 일반화된 형태를 갖춘 추상적 언어를 활용하고 있다.

쟝 보드리야르가 말한 것처럼, 동시대의 삶 전반의 영역에서 추상적인 모델이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느껴지게 된다.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등의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의 행동에서 일반화된 패턴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일탈적 행동을 하는 개인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간주되기도 한다. 물리학이나 생물학에서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개체를 잘게 쪼개어서 중립적이고 추상적 유닛으로 구분하고, 언어적 구조를 기반으로 하여 그러한 추상적 구성요소들을 재조합한다. 시각예술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추상은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테픈 컨은 자신의 책 <The Culture of time and space 1880-1918> 에서 여행과 소통을 가능하게 한 기술적인 변화가 입체주의 시기의 예술가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분석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로 기술의 발전은 세상을 점점 더 추상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있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말은 이제 자동차로, 촛불은 전기불로 교체되었다. 기술은 점점 더 자율적으로 변해가며, 우리는 더 이상 자연적 힘과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있는 환경은 시각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점점 더 추상적으로 변해간다.

누군가가 추상 미술에 관해 말한다면, 점점 더 추상화되어가는 환경이 반영된 결과물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전후의 추상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소외에서 비롯된 감정적 거부로 특징 지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추상화되어가는 세계 속에서 감정적으로 텅비어있음, 공허함을 담고 있다.

추상미술은 추상화된 세계의 현실을 담고 있는 미술이다.

 

https://mitpress.mit.edu/books/abstr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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