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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1. 작가론14

[작가론] 경계에 위치한 모험의 여정 : 정진(Jung Jin) 치열한 경쟁을 견뎌내며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을 본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 생계를 마련하고 끝없는 노동의 굴레에 스스로 뛰어든다. 누군가가 생을 고난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간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결단은 더 이상 살지 않기로 결심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로 하여금 계속 생의 의지를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어쩌면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 하고 싶은 욕망, 얻고 싶은 힘이 삶의 쳇바퀴를 계속 돌리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과 희생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운명, 우연적 힘의 도움도 무시할 수 없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녹록치 않는 현실.. 2019. 10. 30.
[작가론] 나로부터 너에게로: 임지민(Jimin Lim) 나로부터 너에게로: 임지민 작가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시간이 지나가면 어떤 기억이든 점차 잊히게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몇몇 소중한 기억에 관해서는, 자연스러운 망각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기억을 기록하거나 소중한 사람들과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을 거슬러 망각하지 않고 추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잊고 싶지 않는 추억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축복이다. 뇌에 있는 한정된 기억 창고에서 절대 꺼내어 버리고 싶지 않는, 새로운 기억으로 대체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의 기억에 관하여 2010~2016년에 제작된 임지민의 초기 작품은 명백히 .. 2019. 10. 29.
[작가론] 자연스러움에 관하여: 박경률(Park Kyung Ryul) 작가의 작품세계 박경률 2017, Oil on canvas, 140x150cm 자연스러움에 관하여2018 난지비평워크숍_박경률 오늘날과 같이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것들로 가득한 시대에서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텔레비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서도 요리사들은 좋은 재료를 구해 재료 본연의 맛을 찾는 데 열광한다. 숙련된 손길로 좋은 재료를 다듬어서 균형 잡힌 맛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깊이가 느껴지는 맛에 건강해지는 기운을 받는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화가 역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좋은 천, 나무, 못, 프라이밍 재료, 물감 등 최고의 재료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자연과 가까운 재료를 찾아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붓과 물감, 천, 그.. 2018. 10. 12.
[작가론] 디자인과 미술, 그 경계에서: 맹성규(Maeng Seong Gyu)의 작업에 나타난 관습 해체의 방식 디자인과 미술, 그 경계에서: 맹성규의 작업에 나타난 관습 해체의 방식 최정윤 1. 현대미술가와 시각디자이너의 공생관계 2014년부터 현재까지 4년여의 기간 동안 ‘신생공간’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들이 새롭게 문을 열었고, 또 문을 닫았다. ‘신생공간’은 1990년대 후반에 생겨난 ‘대안공간’과 비슷하게 ‘주류’라고 여겨지는 미술관이나 제도권 내부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은 젊은 작가의 실험적 미술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일부 맥을 같이 한다. ‘신생공간’들은 서촌, 영등포, 합정, 홍대, 공릉, 종로 등 다양한 지역에 위치해 있었고, 일반적으로 전시 공간, 갤러리가 밀집해있는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기존 전시공간이 잡지사 광고나 오프라인 홍보를 했던 것과.. 2018. 7. 16.
[작가론] 포스트프로덕션의 개념으로 본 황민규(Hwang Min Kyu)의 작품세계 황민규 , HD video, 00:03:00, 2015: 스틸컷 / https://youtu.be/WJPXhBDWj4g 포스트프로덕션의 개념으로 본 황민규의 작품세계최정윤 (2015)는 3분짜리 짧은 영상 작품이다. 내용도 구성도 어찌 보면 단순하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봇을 소재로 한 프라 모델을 열풍기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녹인다. 이 과정을 거꾸로 상영하는 영상에 영화 의 메인 테마곡을 덧입혔다. 검은 배경에 놓인 건담, 그것을 위에서 아래로 비추는 강한 조명,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웅장한 선율까지 합쳐져 신성한 기운마저 감돈다. 영상은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혹은 죽었던 건담이 부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이후 작업들의 전주(intro)와 같은 역할을 .. 2018. 2. 27.
[작가론] 양유연(Yooyun Yang): 주변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 양유연 2017 주변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 양유연의 작품에 관한 단상 #1 두상과 손잔뜩 겁에 질린 표정, 어딘가를 지긋이 응시하는 눈,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질끈 감은 눈…. 관객은 그림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직업, 나이, 취향 등 누군가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단서는 모두 그림 바깥에 위치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클로즈업된 인물의 두상, 그 중에서도 눈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바라볼 때, 말을 할 때, 상대방의 눈을 응시한다. 눈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마음을, 감정을, 영혼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눈을 통해 상대방의 진심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누군가의 감정을 파악하고자 할 때.. 2017. 12. 2.
[작가론] 김하나(Kim Hana): 감정의 재현을 통해 구축한 심리적 풍경 김하나 130.3x162.2cm 캔버스에 유채 2016 / 90.9x72.7cm 캔버스에 유채 2014 감정의 재현을 통해 구축한 심리적 풍경 : 김하나 작가의 작품에 관한 짧은 글 김하나의 추상적 회화는 오묘한 매력을 갖는다. 아무 설명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김하나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오로라’가 떠올랐다. 오로라는 북극 지방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기상 현상이다. 오로라를 보면 붉고, 노랗고, 퍼렇고, 거뭇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색깔이 마치 마법처럼 어우러져 있다. 그의 초기 작업은 작가가 직접 체험해보지는 않았던 ‘빙하 풍경’에 관한 작품들이다. 파편적으로 수집한 빙하에 관한 다양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신비함, 불규칙적 변화, 혹은 그것을 바라보는 감정을 다루었다. 물은.. 2017. 11. 17.
[작가론] 노은주(Eun-joo Rho): 생성과 소멸, 그리고 반복 노은주 캔버스에 유채 89.4x130.3cm 2013 노은주 캔버스에 유채 162.2x130.3cm 2011 생성과 소멸, 그리고 반복: 노은주의 작품 세계에 관한 짧은 글 최정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집은 계속 더러워지는 중이다. 바닥과 가구 위에 먼지가 사뿐히 내려앉아 그것을 닦거나 털어주어야 한다. 사람 몸도 마찬가지다. 손톱과 머리카락은 계속 길어지고, 우리는 지속적으로 그것을 잘라내어 깔끔하게 한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다육식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적당한 물과, 바람과, 햇빛을 맞으며 잎이 추가되었다가 또 그 균형이 깨어질 때는 잎사귀를 떨어뜨린다. 생성과 소멸의 사이클의 반복은 시간을 축으로 삼은 삶의 본질적인 부분에 다름 아니다. 무언가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또 무언가는 버려진다. 손에 새.. 2017. 10. 23.
[작가론] 심혜린(Shim Hyelin): 매일의 삶을 기반으로 한 이상적인 세계 심혜린 130.3×163.3cm 2016 매일의 삶을 기반으로 한 이상적인 세계: 심혜린의 작품에 관한 짧은 글 2017년, 오늘날의 동시대미술 현장에서 ‘추상 미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우리는 추상을 손쉽게 구상의 반대말, 즉 특정한 형상을 인지할 수 없도록 제작된 회화나 조각 작품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구상 혹은 추상의 기준으로 대상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오늘날 미술에서 회화나 조각은 활용가능한 여러 매체 중 하나이며, 그 중에서도 추상미술은 더 좁은 분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흐름 속에서 추상이 유효한 지점이 있다면, 그것이 본질적으로 변화와 역사에 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1] 우리는 모든 것이 과잉인 시대를.. 2017. 9. 4.
[작가론] 강현선(Kang Hyunseon): 진짜와 가짜가 섞인 세계 강현선: 진짜와 가짜가 섞인 세계 우리는 모두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이 가짜인지 판별하기 힘든 세상을 살고 있다. 기술 문명의 발전으로 우리는 가짜를 더욱 진짜처럼 느끼는 삶을 살게 되었다. 컴퓨터, 텔레비전, 스마트폰까지 가짜를 진짜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하는 기술의 발전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구글에서는‘구글 아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미술을 접할 수 있도록하는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일견 이러한 흐름에 역행(?) 하는 듯 보일 수 있겠지만, 강현선은 미디어 환경에서 체험하는 가상현실을 진짜 현실 세계에 옮겨놓음으로써 무엇이 진짜인지 혼동할 수 밖에 없는 우리 모두가 놓인 상황을 다시금 살피게 한다.(2003)은 유학 생활 가운데 현실에서 .. 2016. 11. 29.
[작가론] 호상근(Ho Sangun): 사소한 일상에 보내는 경외감 사소한 일상에 보내는 경외감 인터넷 상의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SNS에서 친구를 맺은 지인들의 피드를 받아보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한 번쯤은 ‘대륙의 기상’ 시리즈를 접해본 적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라는 제목 아래에는 발 디딜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한 박물관의 전경이, 라는 제목 밑에는 스티로폼에 핫소스를 몇 방울 떨어뜨리자 스티로폼이 녹아내리는 모습이, 에는 흰 말에 검정 줄을 그려넣은 말의 모습이, 에는 빵 앞부분에만 샌드위치 속이 들어있어 실상은 텅 빈 샌드위치의 사진이 실려있다. 수십, 수백 여장의 사진들은 중국에서 발견되는 기행 혹은 남다른 스케일을 가진 사건이나 장소 등을 보여준다. 이 시리즈의 사진들은 상식 선을 넘어서는 충격, 상상하기 힘든 웅장한 스케일, 혹은.. 2016. 11. 21.
[작가론] 최수인(Choi SuIn): 힘을 그려내는 방법 힘을 그려내는 방법 최정윤 2016년 1월,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최수인의 작품을 처음 마주했다. 전시장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삼면화가 눈에 들어왔다. 회색, 하늘색, 베이지색, 레몬색까지 한톤 다운된 색채로 구성된 그림이었다. 세 폭의 그림에서 일부 선은 이어져 있었지만, 일부는 단절돼 있어 각각의 캔버스가 독립된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비슷한 색을 통일감있게 사용해 세 폭이 마치 한 폭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드문드문 어떤 형상을 읽어낼 수 있을 듯 싶어서 들여다 보았다. 총을 쏘자 푸드덕 도망쳐 날아가는 비둘기의 날개 같기도 하고, 막 도망가는 닭을 잡아 털을 뽑는 것 같기도 했으며, 깃털처럼 힘을 전혀 받지 못하는 노로 힘겹게 저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 2016. 11. 21.
[작가론] 김연용(Yeon-Yong Kim): 규칙, 공동체, 그리고 관계 (2003) 규칙, 공동체, 그리고 관계: 김연용의 작품을 돌아보며 1. (2003)는 이전하기 이전의 인사동 사루비아다방에서 작가 박기원과 함께 참여한 2인전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75cm 높이로 시멘트 벽에 바니쉬를 바른 박기원의 작품에 어떤 균열을 만들어 내듯, 김연용은 전시장 내부의 캐비닛을 모두 열어서 그 안쪽에 위치한 사무용품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싱크대, 소주병, 냉장고, 도록, 에어콘 등 무대의 뒤편에 해당하는 구역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공개됐다. 다양한 종류의 사물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구획에 맞게 기능별로 혹은 랜덤하게 분류돼 적체되어 있는데, 작가는 그 형태 속에서 사물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규칙-혹은 연대감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려 했다. 캐비닛 안의 사물들은 누군가에.. 2016. 5. 3.
[작가론] 이 완(Lee, Wan): 오브제를 통해 던지는 그의 질문들 이완 grated beef material 2009 이 완(Lee, Wan): 오브제를 통해 던지는 그의 질문들 미술가 이완은 1979년 서울에서 음악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2004년 동국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고, 이후 지금까지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2005년 갤러리 쌈지에서 개최한 개인전 《라이딩 아트(Riding Art)》에서 각기 다른 오브제를 접합하여 제작한 놀이기구 작품을 선보인 이후, 그가 보고 느낀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일상의 오브제를 꾸준히 이용해왔다.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맞닥뜨린 사회가 마치 놀이동산같이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처음 그가 사회에 나와서 받은 인상은, 누군가에 의해서 철저하게 계획되어 만들어진 시스템 안에서 우리 모두가 그들의 의도한 것에 부합하게, 수.. 2015.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