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론] 디자인과 미술, 그 경계에서: 맹성규(Maeng Seong Gyu)의 작업에 나타난 관습 해체의 방식
디자인과 미술, 그 경계에서: 맹성규의 작업에 나타난 관습 해체의 방식 최정윤 1. 현대미술가와 시각디자이너의 공생관계 2014년부터 현재까지 4년여의 기간 동안 ‘신생공간’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들이 새롭게 문을 열었고, 또 문을 닫았다. ‘신생공간’은 1990년대 후반에 생겨난 ‘대안공간’과 비슷하게 ‘주류’라고 여겨지는 미술관이나 제도권 내부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은 젊은 작가의 실험적 미술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일부 맥을 같이 한다. ‘신생공간’들은 서촌, 영등포, 합정, 홍대, 공릉, 종로 등 다양한 지역에 위치해 있었고, 일반적으로 전시 공간, 갤러리가 밀집해있는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에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기존 전시공간이 잡지사 광고나 오프라인 홍보를 했던 것과..
2018. 7. 16.
[작가론] 양유연(Yooyun Yang): 주변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
양유연 2017 주변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 양유연의 작품에 관한 단상 #1 두상과 손잔뜩 겁에 질린 표정, 어딘가를 지긋이 응시하는 눈,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질끈 감은 눈…. 관객은 그림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직업, 나이, 취향 등 누군가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단서는 모두 그림 바깥에 위치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클로즈업된 인물의 두상, 그 중에서도 눈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바라볼 때, 말을 할 때, 상대방의 눈을 응시한다. 눈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마음을, 감정을, 영혼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눈을 통해 상대방의 진심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누군가의 감정을 파악하고자 할 때..
2017. 12. 2.
[작가론] 김연용(Yeon-Yong Kim): 규칙, 공동체, 그리고 관계
(2003) 규칙, 공동체, 그리고 관계: 김연용의 작품을 돌아보며 1. (2003)는 이전하기 이전의 인사동 사루비아다방에서 작가 박기원과 함께 참여한 2인전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75cm 높이로 시멘트 벽에 바니쉬를 바른 박기원의 작품에 어떤 균열을 만들어 내듯, 김연용은 전시장 내부의 캐비닛을 모두 열어서 그 안쪽에 위치한 사무용품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싱크대, 소주병, 냉장고, 도록, 에어콘 등 무대의 뒤편에 해당하는 구역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공개됐다. 다양한 종류의 사물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구획에 맞게 기능별로 혹은 랜덤하게 분류돼 적체되어 있는데, 작가는 그 형태 속에서 사물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규칙-혹은 연대감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려 했다. 캐비닛 안의 사물들은 누군가에..
2016.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