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획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몇번 해보았으니 좀 나아졌으려나 싶다가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일단 리서치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을수록 좋아진다는 걸 아니까 그 비중을 더 늘리고 싶어서 마음이 바빠진달까. 너무 작은 세계에 갇히지 않으려고 나이대도, 성향도, 출신학교도 다 다른 여러 작가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보려고 한다.
온라인으로 보는거랑 직접 보는 건 항상 다르고, 사람을 알게되는 것과 모르는 상태로 있는 것은 정말 다르다. 사실 남의 기획을 듣고 조언해주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게 말을 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전체 지휘를 맡았으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듣고도 주장을 밀고 나갈 확신, 타당성 이런게 필요하다. 그리고 모든 의견들을 수렴하되 하나하나에 휘청거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 것 같다.
해외전시도 리서치하다보면 미술관 전시들은 아무래도 정리하는 느낌의 학술적인 명쾌한 전시들이 많다. 갤러리는 세일즈가 목적이니 핫 앤 뉴 모음전 같은 경우가 많고.. 각자 다른 장점과 특성이 있다.. 여튼 독립 큐레이터로 주제의식을 갖고 기획적 방향성을 계속 이어나가는 사례는 해외의 경우에도 참 찾기가 쉽진 않고.. 있다해도 그럴싸한 제목만 붙인 텅 빈 전시거나, 친한 사람들 계속 불러모으는 친목 전시인 경우가 많다. 자주 보이는 사람들이 자주 보이게되는 이유일수도 있는데.. 그런건 항상 지양하고 싶다.
하나로 딱 정리되지 않는 새로운 내용이면서도 또 그게 논리적 타당성을 가지는 주제의식과 함께 나아가는 전시이기를 바라게 되다보니까 더 어려워지는 거 같다. 꿈은 커도 현실은 그만큼 안되고 끝나는 경우도 많고. 읽고 찾고 만나고 듣고 쓰고 하다보면 조금씩 더 나아지겠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두는 건 그래서 참 중요한 것 같다.
6월에는 윌링앤딜링에서 그룹전 하나를 준비 중이다. 이건 기존에 내가 했던 전시들과는 조금은 다를 수도 있는데.. 아기낳고 쉰지도 좀 되기도 했고.. 여러 상황상 하는게 좋다고 판단되어 하기로 했다. 기금이 안되었음에도 공간에서도 또 참여작가분들도 다 기꺼이 참여를 결정해주셨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다. 이 전시는.. 내 지금의 고민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그런 동료들과의 만남의 자리이기도 하다.
호선배가 대표로 있는 비파운데이션에서 기관 외주 일을 맡았는데,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마음이 조금 분주해졌다. 오랜만에 여러 사람들 만나게 되고 듣고 찾고 정리하고 그러고 있다. 집에만 있다보니 또 이렇게 일 때문에라도 사람 만나고 그러는게 나 개인의 정신건강에 도움도 되는 것 같다. 보면 뭔가 하나 하다보면 또 다른 것도 하게 되고 그렇게 인연이 닿으면 다른 인연이 이어지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그냥 매순간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하는것. 그래서 누군가가 내 장점을 알아봐주고 또 만날 일이 생기길 바라는것. 아마 그게 모든 프리랜서의 바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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