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신형철 선생님과 워크숍을 했다. 따뜻한 사람이어서 대화하기 편했다.
그중 씨네 21, 1003호 2015년 5월에 소개됐던 글쓰기에 관한 내용을 옮겨적는다.
건축학을 잘 모르면서도 글짓기는 집짓기와 유사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면이 곧 지면이어서, 나는 거기에 보잘것 없는 글을 짓는다. 내가 나에게 부과하는 준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식을 생산해낼 것. 거기 있을만하고, 또 있을 필요가 있는 건물이 지어졌으면 한다. 한편의 글에 그런 자격을 부여해주는 것은(취향이나 입장이 아니라) 인식이다. 내게 그것은 삶이 힘겹게 제 비밀을 털어놓을 때 할 것만 같은 말이다.
둘째,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장인은 원하는 자재를 찾아 전국을 누비기도 할 것이다. 특정한 인식을 가장 정확하게 실어 나르는 문장은 하나뿐이어서 노력하면 그것을 찾아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문장은 한번 쓰이면 다른 어떤 문장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셋째, 건축적으로 배치할 것. 14개의 기둥 혹은 벽돌이 필요한 집이라면 그 개수만큼의 단락을 만든다. 모든 단락의 길이를 똑같이 맞춰서 쌓아올린다. 넘치는 것도 부족한 것도 없다. 한 단락도 더하거나 빼면 이 건축물은 무너진다(무너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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