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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3. 리뷰

[전시 리뷰] 원앤제이갤러리, <한숨과 휘파람>(2016.4.15~5.13)

by ㅊㅈㅇ 2016. 4. 29.


원앤제이갤러리 전시전경 (사진출처:www.oneandj.com)

Richard Hamilton,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 (1956)


권경환, 금혜원 작가의 2인전 <한숨과 휘파람>(2016.4.15-5.13)이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은 크게 1층과 2층으로 나뉘고, 각 층 역시 약간의 레벨 차이를 두고 반씩 나누어져 있어 총 4개의 레벨로 이뤄진 공간이다. 두 작가의 작품은 마치 하나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1층의 가장 아래 레벨에는 권경환 작가의 L자 앵글로 만든 구조물들이 벽과 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어떤 것은 선반 같아보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책꽂이, 옷걸이, 혹은 아무 기능이 없는 어떤 장식품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레고 블럭을 가지고 쌓고 겹쳐서 어떤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오늘날 IKEA에서 가구를 사면 직접 조립해서 사용하라고 오는 기본 단위를 사용해 오브제를 제작했다. 본디 L자 앵글은 그것을 조립하여 특정 기능을 갖춘 오브제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재료인데, 어떤 것은 누가봐도 명백히 아무 쓸모가 없어보이는, 다시 말해, 조형적 기능 이외에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없는 것을 만들었다. 영국의 팝아트 작가인 리처드 해밀턴의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1956)은 잡지나 광고전단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를 오려 만든 콜라주 작업이다. 기다란 호스를 가진 청소기, 재즈 가수 알존슨의 모습이 그려진 간판, 식탁 위에는 햄 통조림, 전기스탠드에는 포드 자동차 회사의 로고가 있다. 혹자는 이 작품이 소비와 쾌락에 집착하는 대중문화와 소비상품을 풍자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권경환이 만든 이 공간에는 산업적 재료로 만든 기능없는 물체들이 바닥과 벽에 부유하듯 설치돼 있다. 구조물에 덧입힌 색깔은 회색, 빨강, 주황, 세 가지인데, 작업 노트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주택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 ‘광명단으로도 불리는 이 페인트는 적갈색, 검정에 가까운 올리브색, 회색, 오렌지 색으로 되어있다. 오렌지를 제외한 나머지 색들은 주택가의 흔한 풍경과 닮아있다. 불은 벽돌로 만들어진 집, 칠이 벗겨진 오래된 시멘트, 부식 되어가는 숲. 방청페인트는 그러한 색을 흉내 낸 색이다." )


원앤제이갤러리 전시전경 (사진출처:www.oneandj.com)


금혜원은 텅빈, 오래된, 낡은 건물의 내부를 촬영했다. 마치 초창기에 커먼센터라는 공간이 영등포에 생기고 나서 그곳을 방문했을 때의 느낌이 떠오른다. 바닥에 정사각형 타일 형태로 붙어있던 장판을 한장한장 뜯어내고, 벽에 얼기설기 남아있는 벽지를 거두고, 햇빛을 가리기 위해 창문에 붙어있던 임시가림막을 제거하고 나니, 그 건물의 맨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곰팡이가 슨 부분도 있고, 먼지 덩어리가 날리기도 했다. 누군가가 오랜 시간 세월을 보낸 공간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노후하면서 누군가가 버리고 홀연히 떠난, 떠난 이후엔 아무도 그것을 돌보지 않아 많은 손길이 필요한, 그런 장면을 금혜원은 사진 속에 담고 있다. 작업노트에서 쓰고 있듯이 "장소의 역사성 보다는 자의적 해석에 기대어 그럴듯한 장면을 발견하고 네러티브를 상상한다". 

금혜원의 담은 폐허의 모습과 권경환이 산업적 재료로 만든 기능없는 오브제는 "급변하는 도시의 낡은 구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동 그리고 그것이 남긴 흔적을 멈춰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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