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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4. 전시 서문

[기획의 글] curator’s voice_<사물들: 조각적 시도 Things: Sculptural Practice> 2016.1.11~2.18

by ㅊㅈㅇ 2017. 2. 11.

 

 

두산갤러리 설치전경. 사진: 권현정


두산갤러리 <사물들: 조각적 시도> 큐레이터+아티스트 토크 

2017.2.11 14:00-16:00 

독립큐레이터 최정윤


1. 왜, 지금 조각을 다루는가?

2009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조각적인 것에 대한 저항> 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린 적이 있다.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에서 조각적인 것이라는 개념을 끄집어내는 것이 유효한지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3차원을 점유하는 입체미술의 새로운 경향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 한 전시라고 큐레이터 김우임은 적고 있다. 

8년이 지난 지금, 2017년 우리는 두산갤러리에서 조각적인 것에 관한 전시를 개최하게 되었 다. 동시대 미술현장에서 많은 기획자들은 시각적이거나 물질적인 것보다도 개념 혹은 주제적 인 측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나 본질에 관한 고민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지만 미술의 역사에서 다뤄져 온 미술 내부의 주제를 가지 고 진행할 수 있는 형식의 실험 역시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대적인 것 혹은 동 세대 작가에 관한 관심은 포스트인터넷아트, 오타쿠적 성향 등 한두 가 지 큰 흐름 안에서 논의되는 일부 작가들 이외의 다른 이들에게도 관심을 갖도록 했다. 매체 적 특수성에 대한 고민 위에서 개념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들에 주목한 것이다. 


2. 조각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브리태니카 사전은 “조각은 물질을 3차원의 예술대상으로 만드는 형식”이라고 쓰고 있고, 두 산동아 사전에서는 “조각은 3차원의 공간 속에 구체적인 물질로 구현된 입체로 강하고 견고한 양감의 구성체”라고 기술한다. 바넷 뉴먼은 “조각은 회화를 보기 위해 뒤로 물러나다가 부딪 히게 되는 어떤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3차원성’을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각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전제가 되 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등 ‘본질’에 대한 공격은 계속되어가기 때문 이다. 

정의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중 하나는 조각이라는 분야 자체가 점점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라 고 볼 수 있다. 설치미술, 공공미술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조각의 확장을 말하는 것이 가능하 기 때문이다. 조각은 독립적으로 서 있는, 지율적인 오브제를 일컫는다면, 설치는 다면적인 것 으로, 전시장 전체에 거주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 둘은 미술사적으로 각기 다른 유산 의 영향권 내에 있다고 파이돈에서 나온 “비타민 3D: new perspectives in sculpture and installation”에서 저자는 기술한다. 

모니카 소노브스카 라는 폴란드 설치미술가는 “설치미술은 건축이나 디자인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고, 만질 수 있다. 하지만 전시가 끝나고 나면 대부분은 사라지는 것들이다.”라고 구별할 수 있는 지점을 언급했다. 이제는 이 정도의 차이점을 말하 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3. 전시 준비 과정

두산큐레이터 워크숍 프로그램에 각자의 기획안을 제출하고 선정이 되었지만, 선정된 세 명의 기획자는 만나서 완전히 새로운 전시를 공동으로 기획해야 하는 임무를 받는다. 그 가운데 서로의 관심사와 지향하는 방향을 조율하고 합의해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작가 선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3명의 기획자가 각각 5명 이상의 작가 리서치를 마친 뒤, 최종적으로 4명의 작가를 초대하게 되었다. 각각 생각하는 방식이나 소통의 언어가 달라서 부딪치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으나, 프로그램의 특성 상 서로를 먼저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려고 애를 썼다. 

조각적인 것이란 무엇인지에 관해서 명쾌하게 정의내리거나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그것이 전시를 기획한 목적은 아니다. 오히려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동 세대 작가들 의 눈을 통해 보고자 했다.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르게 인지하고 있는 조각적인 것은 무엇인 지 들여다보려고 했다. 

주디스 콜린스는 <Sculpture today>라는 책에서 이제 우리는 직선적인 역사를 살고 있지 않 다고 말하면서 미술의 역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던 몇 가지 주제들이 혼재된 양상을 볼 수 있 다고 기술한다. 그는 동시대 조각을 크게 16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설명하는데, 인체상, 절단된 신체, 기괴한 생명체, 포스트 팝 오브제, 건축적 가구, 문화적 다양성, 일시적인 효과, 자연에 영감을 받은 오브제, 색면과 빛, 의복, 기념비성, 설치, 중력, 집적 등으로 나눈다. 

참여 작가 네 명은 이중에서 몇 가지의 주제들을 작품의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이삭은 3D프로그램의 작동 방식을 이용해 스티로폼을 깎아나가는데 있어서 두상 혹은 신체 상을 레퍼런스로 활용했고, 최고은은 ‘토르소’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하며, 미니멀리즘 조각을 연상시키게 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레디메이드를 재료로 활용한다, 조재영은 건축적 가 구의 형상을 띄는 어떤 것을 만들었고, 황수연은 자연적 요소를 활용, 일시적인 효과를 띄는 작업을 선보였다. 

문이삭과 황수연은 하나의 결정된 형태를 두고 작업을 시작하기 보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 차들을 흡수해서 우연적 형태를 만들어내며, 황수연이나 최고은은 재료 스스로 말할 수 있도 록 내버려 두는 시간을 가진다. 최고은과 조재영은 기하학적 선과 면으로 이뤄진 오브제를 만 들고 있다. 이들이 선보이는 조각적 시도들은 약간의 교집합을 가지면서 또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4. 기획자의 역할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 작가와 그 작가의 작품이다. 작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가 좋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좋은 작가의 좋은 작업을 선보이는 것이 핵심이지만, 전시 역시도 하나의 작품 처럼 완성도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작품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동시에,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개별 작품과 전시 전체의 상을 작가들과 함께 그려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서로 합리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기획자에게는 여러 다른 중요한 역할이 있다. 나에게만 흥미로운 것이 아니라 시의적으로 적절한 주제를 캐치하는 능력이다. 그 다음으로는 해당 주제에 관해 이론적으로 연구하고, 또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아직 많이 소개되지 않았더라도 좋은 작가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실행에는 예산의 확보, 공간의 확보 등 다른 중요한 현실적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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