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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3. 리뷰61

일민미술관 <히스테리아> 전시리뷰 히스테리아: 동시대 리얼리즘 회화 Hysteria: Contemporary Realism Painting 2023.4.14.~2023.6.25.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전시로, 회화라는 장르에 국한한 기획을 실행하는 일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회화 장르 전은 재료나 매체에 있어서 확실한 기준이 있어 출품작의 범위가 명료하지만, 혹자가 왜 꼭 회화로만 제한하느냐고 묻는다면 적절한 답을 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회화 작품을 감상하는 일을 즐거이 여기는 관객은 여전히 많으며, 회화라는 제약 조건 내에서 끝없이 고민하며 실험을 지속하는 작가들도 많다는 점에서 여전히 회화 장르 전은 흥미롭다. 는 회화, 그중에서도 하나의 경향이나 키워드로 묶어 설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동시대 회화.. 2023. 7. 7.
<2022 비디오 바이츠>(플랫폼엘, 2022.10.14~18) 독립큐레이터 단체 티핑포인트스페이스(tipping point space,TPS)는 동시대미술 현장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는 영상미디어 매체를 이용한 작품의 판매를 시도한다. 행사명은 ‘비디오 바이츠(video bites)’로, 데이터 볼륨의 기본 단위인 바이츠(bytes)와 한 입 베어문 조각(bites) 두 가지 뜻을 함께 가진다. 작년에 이어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올해에는 잠재적 구매자가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플랫폼엘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비디오 바이츠는 영상 미디어 작품에 등장하는 요소를 파생상품화 하여 구매할 수 있도록 했는데, 회화, 오브제,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파생상품이 제시되어, 영상작품이 조금 더 용이하게 판매될 수 있도록 했다. 행사에 참여한 작가는 활.. 2022. 12. 20.
박미라 개인전 <막간극>(보안여관, 2022.8.27~9.18) 전시리뷰 어른을 위한 동화: 박미라 개인전 전시 리뷰 지하철에서 내려서 계단을 올라오다가 문득 바쁜 걸음을 멈추고 사람들을 구경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통화를 하며 목적지를 향해 모두가 발 빠르게 움직인다. 무엇보다 누구 하나 튀는 색 없이 회색, 남색, 검정, 베이지 무채색의 옷을 입고 있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 조용한 것은 덤이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평범할 것을 강요받으며 산다. 범주화되어 순응하며 튀지 않고 사는 것 말이다. 생존을 위해 바쁘게 살다보면 우울이나 권태에 빠질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오는 것은 어쩌면 번아웃(burnout), 지치는 일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기에 먹을 것, 입을 것을 고민하며 돈을.. 2022. 9. 26.
이동근 개인전 <돌연변이>(스페이스윌링앤딜링, 2022.8.3-21)리뷰 불완전한 현재를 즐기는 일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신이 있다면 그가 사람을 만들어냈고, 예술가는 작품을 빚어 만든다.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내어놓는 일은 많은 책임감을 요하는 막중한 일이다. 어떤 의미를 갖는가, 세상에서 어떤 쓰임을 가지게 할 것인가. 실용적인 가치나 즉각적인 효용성을 논한다면, 예술 작품만큼 즉각적인 가치가 나타나지 않는 대상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며, 또한 모든 사람이 이해하거나 활용할 수도 없다. 예술 작품은 아름답다? 자연이 만들어낸 하늘의 빛깔, 꽃들의 색, 언덕을 따라 흐르는 계곡, 셀 수 없이 다양한 초록으로 가득한 숲의 모습을 떠올려본다면, 자연과 비견해서 더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일은.. 2022. 8. 26.
[행사리뷰] 나의 일상에 예술을 걸다 예술경영지원센터 2021 작가미술장터 도록비평집에 기고한 행사 리뷰 2020년 6월 설립된 ‘아트온행거(Art on Hanger)’는 ‘당신의 일상에 예술을 걸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매일 입고 벗는 옷처럼 손쉽게 예술작품을 구입하고 향유하는 일상을 상상하게 한다. 이 행사는 민간 미술시장을 확대하고, 작가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대표 김다민은 예술고등학교와 미술대학을 졸업하였지만, 주변의 많은 동료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작가의 길을 포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작가들이 작품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을 유지하고 작업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온라인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팝업스토어의 형태로 오프라인 마켓을 기획하였다. 아트온행거의 온라인 시스템에 .. 2022. 1. 13.
<사물사물>전시(kcdf갤러리, 2021.11.26-12.12)리뷰 문유진 선생님이 기획하신 전시. 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에서 주는 공예디자인 공모전시 단체전 부문에서 선정된 전시다. (천만원 가량의) 비교적 적은 예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작품 신작으로 흥미로운 전시가 만들어졌다. 전시장소가 인사동의 kcdf갤러리라 공간 자체가 성격이 짙고, 현대미술 관객이 많이 가는 장소는 아니라는 점이 좀 아쉬웠다. 이 리뷰를 쓰면서 2014년에 전을 기획했을 때가 생각났다. 전시 예산이 2100만원이었다. 4층으로 이루어진 커먼센터 빌딩 전체를 꽉 채워서 10명의 작가가 전부 신작으로 작품을 제작해 만든 전시였다. 이미 활동을 많이 한 선배 작가들이 전시 참여를 수락해준 것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진짜 할 수 없는 일을 어찌저찌 해서 만들어냈던, 젊음과 열정을 갈아 만든 전시.. 2022. 1. 4.
박소현 개인전 <물풍경>(온수공간, 2021.9.25~10.13) 전시 리뷰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기 :박소현 개인전 (온수공간, 2021.9.25~10.13) 전시 리뷰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참 좋아진다. 단풍놀이라도 가야할 것 같은 요즈음이다. 반짝이는 햇살에 새파란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난다. 날씨란 그렇다. 날씨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매우 크다. 더운 나라 사람들이 좀 더 낙천적인 이유다. 박소현 작가 역시 빛과 바람 물과 같은 자연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온수공간에서 열린 개인전 은 비 오는 날, 비가 그치고 난 뒤, 물안개, 분수가 펼쳐진 풍경 등 ‘물’에 관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온도 뿐 아니라 습도도 있다. 습도가 높으면 활동이 무뎌지게 되고 몸이 축축 늘어진다. .. 2021. 11. 4.
맹성규 개인전 <선데이 일레븐> 리뷰 일요일 11시에는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스페이스윌링앤딜링에서 열린 맹성규의 개인전 (2021.4.7~30)은 여러모로 참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전시였다. 전시 제목, 포스터 디자인, 공간 디자인, 작품 구성, 텍스트, 기술적인 완성도, 영상까지…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그에 더해 스페이스윌링앤딜링의 공간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활용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이 맹성규 작가 자신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가족을 비롯한 개인사적 내용이 드러남에도 그것이 개인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확장성을 갖췄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웠다. 순수미술과 디자인을 모두 전공한 맹성규는.. 2021. 5. 27.
민백 개인전 <라바 램프> 리뷰 인터넷 시대의 추상 회화는 어떤 모습일까? 미술의 긴 역사, 그 중에서도 20세기 중후반을 풍미한 추상 회화가 있다. 그것의 연장선 상에서 지금의 작품들을 읽게 된다. 2021년에 제작된 작품은 과거의 위대한 유산과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까? 오늘날의 작가들이 고민하는 지점일 것이다. 2015년 런던에서는 같은 전시가 열리기도 했다. 최근 5-10년 사이 비재현적 회화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작가들이 늘어났고, 컬렉터와 큐레이터들의 관심도 급증했다. 다양한 종류의 SNS를 활용하며 인터넷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시대는 살아가는 사람의 추상 회화는 이전 세대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선, 색, 형태, 재료, 표현방식, 보여주는 방식 등에서 자신만의 문법을 가지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2021. 5. 20.
예술경영웹진 '2021년 그리고 신생공간' www.gokams.or.kr:442/webzine/wNew/column/column_view.asp?idx=2435&page=1&c_idx=85&searchString=&c_idx_2= 2021. 3. 17.
[월간미술 2020.1] 홀로 욜로 기획자들 월간미술의 새해 첫 특집도 독립큐레이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특집은 신혜영의 글 "자기 조직화의 다른 이름, 독립", 김장언의 글 "큐레이터, 독립, 포스트", 기획자 지원공모 요강, 8명의 독립큐레이터(심소미 조주리 윤율리 김성우 강민형 박수지 박경린 이은주)의 지상전시로 구성되었다. 8명의 독립 큐레이터에게는 지상전시를 의뢰했다. 특집 서문에는 "불가능하거나 언젠가 공모에서 떨어진 지상전시 기획을 의뢰함으로써 매개자라는 측면에서 그들이 가진 전시 비전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며 기획, 그리고 전시의 현재를 점쳐본다"고 쓰여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 기획안은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차라리 기존에 기획한 전시 중에 하나에 관해 좀 더 얘기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기존에 기획.. 2020. 1. 14.
[전시리뷰] 김동찬 개인전 <당신의 개인전>(스페이스xx, 2019.12.16.~2020.1.8.) 스페이스xx, 김동찬 개인전 2019.12.16.~2020.1.8. 전시 리뷰 천장과 바닥, 기둥까지 모두 흰 전시장에 들어서면 작품들로 왁자지껄하다. 그리고 전시장 중앙에는 난로를 가운데 두고 간이의자가 네 개 서로 마주보며 놓여있다. 그곳에 김동찬 작가가 앉아있었다. 입구에서 받은 전시 초대장 역시, 축구 경기 티켓과 같은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마치 내가 축구 경기를 관람하러 온 사람이 된 기분이 들도록 했다. 작가 김동찬의 축구 사랑은 꽤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중학교 때부터 함께 축구를 하던 친구들과 아직까지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왼편에 있는 이름을 새긴 응원 머플러는 한 벽 가득 걸려 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익숙하게 아는 이름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 2019. 12. 29.
[Painting Network] 전시전경 & 몇 가지 질문들 전현선 신현정 이희준 사진: 최철림, 신한갤러리 역삼 제공 Q 작가 선정은 어떻게 했는가?작가 세 분이 그룹으로 지원을 준비하고 있었고, 내가 뒤에 합류했다. 이번 전시는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솔직하게 소통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이었지만 진행에 어려움은 없었다. 덕분에 상반기에 스터디하면서 좋은 작가들과 자주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어떤 작가를 선정했는지보다도 세 작가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어떻게 바뀐 작업을 선보였는지에 집중해서 봐주었으면 좋겠다. Q 그래서인지 이 주제에 맞는 다른 작가들도 많을 것 같고, 3명으로는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규모를 키워서 새로운 전시를 또 해보고 싶다. 여유를 가지고 리서치도 하고 준비도 하려고 한다. Q 기획자로.. 2019. 12. 20.
[전시리뷰] <어긋나는 생장점>(문화비축기지, 2019.11.22-12.14) 다른 곳을 바라보며광화문 광장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각종 단체들의 시위가 있다. 지방 각지에서 온 경찰 버스들이 여기저기 주차되어 있고, 길이 막힌 줄 모르고 몰려오는 차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로 광화문 일대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이런 시위의 현장의 중심에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사람들로 가득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심장 박동보다 빠르게 울려 퍼지는 비트는 사람들을 더욱 흥분하게 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지루할 수도 있는 시간을 흥으로 채운다. 어쩌면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대하는 태도는 딱 이정도의 엔터테인먼트, 그것뿐인지도 모르겠다. 미국 뉴욕의 덤보(Dumbo) 지구는 공장 지대였던 지역이 예술가의 아지트로 변신한 곳이다. 창고용 선박은 고급 스튜디오로 바뀌어 예술가.. 2019. 12. 18.
[전시리뷰] 정현두 개인전 <얼굴을 던지는 사람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9.8.13~9.22) 생동하며 춤추는 이야기 하얗게 정돈된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앉아 내 몸을 360도로 가득 감싸고 있는 정현두의 작품을 차례차례 감상하고 있노라면, 이국적인 숲을 경험하는 것 같은 황홀감을 느끼게 된다. 분명히 9점의 작품은 각기 다른 장면을, 순간의 흔적을 담고 있음에도 커다란 하나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작품이 구체적인 장소나 시간대를 지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관객은 전시장 안에서 일종의 공간감을 경험한다. 9점의 작품들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각자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고 있으며, 모두 모였을 때에는 웅장한 하모니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여러 종류의 붓 터치, 색, 구성 등을 분석하는 이성적인 방식보다는, 좀 더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방식, 직관적으로 그림을 느낄 때 그 진가가 .. 2019. 10. 17.
[후기] <제3의 과제전> 내부 워크숍(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 2019.9.4)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의 은 격년제로 진행되는 행사로, 미술대학교 4학년 및 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로 이루어진다. 학예팀은 전국 32개 대학 지원자 172명 중 최종 5명을 선정하였고, 선정 작가들은 전시를 통해 폭넓은 미술계 관객에게 각자의 작업을 선보이게 된다. 기존의 참여 작가들에 비해 점차 더 현장에서의 활동 경험이 있는 작가들이 선정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전시공간의 큐레이터와 함께 일 해본 경험은 많지 않았기에, 스튜디오 방문, 작품 선정 및 디스플레이, 프레젠테이션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전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과정을 모두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참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본다. 또한 사루비아다방이라는 대안공간이 가진 역.. 2019. 9. 9.
[전시리뷰] 다름을 인정하는 방법 <토끼가 거북이로 변신하는 방법>(니콜라이쿤스트홀, 2019.6.28~9.8) 올해는 한국과 덴마크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양 국가 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다. 그 중에서도 덴마크 코펜하겐의 니콜라이 쿤스트홀(Nikolaj Kunsthal)에서 열린 전시 을 살펴보려고 한다. 우리가 덴마크에 관해 아는 것을 떠올려보면, 덴마크 요구르트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정도임을 감안해볼 때, 그들 역시 미디어에서 조명하는 상징적인 이미지 몇 가지로 한국을 이해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표피적이고 파편적인 방식의 교류나 이해를 넘어서기 위해, 이 전시를 공동 기획한 니콜라이 쿤스트홀 큐레이터 힐린느 뉘복 베이(Helene Nyborg Bay)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디렉터 김인선은 상호 국가를 서로 방문하며 서로에 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힐린느 .. 2019. 9. 1.
[전시리뷰] 김병조 윤향로 <FW19>(원앤제이갤러리, 2019.6.11~7.7) 무게를 덜어내는 방법 원앤제이갤러리, 김병조 윤향로 《FW19》(2019.6.11~7.7) 전시 리뷰 김병조, 윤향로의 전시 《FW19》를 보기 위해 갤러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회색의 카페트로 깔끔하게 마감된 바닥과 빈틈없이 정돈된 흰 벽이다. 발자국 소리마저 집어삼킨 멸균된 공간에 20여 점의 작품이 무심하게 배치되어 있다. 전시장에는 대부분 흰색, 회색, 검은색 등 무채색으로 마감된 미니멀한 오브제가 놓여 있고, 이와 더불어 작품의 정보를 상세히 담은 보증서가 작품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위치해 있다. 보증서를 읽어보면, 나 와 같은 익숙하지만 완전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름들이 작품 제목으로 적혀 있다. 이 전시가 담고 있는 흥미로운 지점들에 관해 좀 더 살펴보자. 가장 .. 2019. 8. 1.
[전시리뷰]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소식 VSF(Various Small Fires)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위치한 갤러리로, 올해 4월에는 서울 한남동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했다. Various Small Fires라는 갤러리 이름은 에드 루샤(Ed Ruscha)의 사진집 (1964)에서 가져온 것으로, 사진집에 수록된 라이터, 성냥, 성화의 불꽃과 같이 세상을 밝히는 다양한 불이 되고 싶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VSF는 에스더 김 바렛(Esther Kim Varet)이 설립했다. 예일대와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전문가다. 2012년 집의 거실을 쇼룸 삼아 작품을 전시,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2014년에는 단독 공간을 마련해 본격적으로 갤러리를 운영한다. 140평(5000ft2)의 넓은 공간은 존스턴 마크리 건축사무소(Joh.. 2019. 7. 1.
[전시리뷰] <베틀, 배틀>(토탈미술관, 2018.8.9.~9.9) (토탈미술관, 2018.8.9.~9.9) 리뷰 독립큐레이터 조주리가 기획한 은 전시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의복과 직물을 다루는 전시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전시는 “전통 길쌈과 식민지 방직노동에서 동시대 글로벌 패스트 패션까지, ‘베틀’(Loom)로 상징되는 직조와 의류 생산의 낡은 사슬과 폐허의 풍경들을 비추어” 본다. 이 전시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연구자의 참여뿐만 아니라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와 패션디자이너가 일종의 팀을 이루어 그들이 가진 사회적, 정치적 쟁점에 관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그들만의 옷 만들기 ‘배틀’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토탈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자유연구모임: 외부입력이 제작한 출판물을 마주하게 된다. 연구모임의 결과물로 제작한 ‘베틀-북’ 7권.. 2019.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