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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3. 리뷰61

[전시리뷰] 황원해 개인전 <판타스마고리아>(보안여관) 전시를 마치고... 이전에도 몇 차례 보안여관에 전시를 보러갔던 기억이 있지만, 발을 뗄 때마다 삐걱 소리가 나는 바닥, 낡아서 먼지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벽, 기둥으로만 남아있는 구획의 흔적 등 오래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공간에 현대미술 작품이 잘 어우러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문에 그간 평면 작업에만 오롯이 집중해 온 작가 황원해가 보안여관에서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랜 시간 준비한 그의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나의 그러한 걱정이 기우였음을 금세 깨닫게 되었다. 보안‘여관’이라는 공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공간은 두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층은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다. 개별 방의 크기는 우리가 실제 거주.. 2019. 1. 9.
‘솔로쇼’(2018.10.25-28와 ‘더 갤러리스트’(2018.12.14-18)를 회고하며 ‘솔로쇼’(2018.10.25-28와 ‘더 갤러리스트’(2018.12.14-18)를 회고하며 전시 같기도 하고 또 아트페어 같기도 한, 정체를 명확하게 밝히기 어려운(!) 두 번의 행사가 지난 10월과 12월에 열렸다. 여느 해와 다름없이 미술계에 풍성한 전시와 각종 행사들이 하나 둘 마무리되고, 저물어가는 한 해를 정리하며 몇가지 생각을 적는다. ‘솔로쇼’ : ‘신생공간’에서 아트페어를 열다? 소위 ‘신생공간’이라 불리던 전시공간들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 가능한 낡은 건물에 젊은 작가와 기획자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곳으로, 경력과작업이 어느정도 인정을 받은 작가를 (각기 다른 이유로) 다룰 수밖에 없는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 제도권 내의 기성 미술공간에서는 소개되기 어려운 젊은 작가의 작업과 전시를.. 2019. 1. 3.
[전시리뷰] <올오버>(하이트컬렉션, 2018.10.26~12.1) 월간미술 2018.12. 페인털리(painterly)한 회화 작업이 가득 걸린 벽을 지긋이 쳐다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손과 붓과 물감이 캔버스 위에서 만나 만들어 낸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내 눈을 가득 메운 그들의 치열함은 나로 하여금 시끄러운 바깥세상을 잠시 잊고 여유로움을 만끽하도록 한다. 시각을 통해 직관적으로 얻게 되는 이러한 감각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만국공통어처럼 기능한다. 그것이 바로 회화의 가장 큰 힘일 것이다. 장르를 구분하는 것의 고리타분함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한다. 어떤 작가도 특정 장르에 스스로를 국한시키지 않는 요즈음이기 때문이다. 설치미술과 스펙터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매체의 개발까지, 미술은 그야말로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며.. 2018. 12. 31.
[전시리뷰] 개인에서 공동체로 : 정아람 개인전 <나를 위한 말하기>(2018.10.5.~25)에 나타난 협력의 제스처 개인에서 공동체로: 정아람 개인전 (2018.10.5.~25)에 나타난 협력의 제스처 1. 묻지마 테러와 그 결과2013년 4월 15일, 미국 보스턴에서 마라톤 폭탄 테러가 있었다. 보스톤 마라톤 결승선에서 두 개의 폭탄이 터져 관중, 참가자, 시민 등이 다친 사건으로, 3명이 사망하고, 180여 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이다. 시 당국은 대중교통의 운행을 중단하고, 상점이나 학교는 모두 문을 닫고, 용의자 체포에 모든 사람이 동참했고, 테러 발생 4일차, 용의자의 움직임이 발견된지 22시간만인, 4월 19일에 용의자를 체포하였다. 용의자는 형제로, 26세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와 19세 조하르 파르나예프이다. 두 형제가 대규모 테러집단과 연루돼 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슬람권 출신 인생낙오자들이 이슬람 .. 2018. 12. 17.
[전시리뷰] 토마스 히폴리토 개인전 <2018 set_04>(2018.11.9-29) 토마스 히폴리토 전시 설치 전경 토마스 히폴리토의 작업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가 “나의 작업은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전통적 의미에서의 미술 작품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능한다. 전시의 제목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인덱스처럼 작동할 뿐, 개별적인 의미를 갖지 않는다. 작가의 홈페이지(www.tomzahipolito.net)에는 지금까지 지속해 온 여러 시리즈 작업이 충실하게 아카이브되어 있다. 각 전시, 작품이 제작된 년도 뒤에는 다음과 같은- set, persona, meat, paper, merge, object, map, diorama, draw, Level-시리즈 명이 기재되어 있고, 그 시리즈 중에서 몇 번째로 이어진 것인지 명기.. 2018. 12. 5.
[전시리뷰] 정아람 개인전 <나를 위한 말하기> 2018.10.5-25 정아람_공공 신체 프로토콜 Public Body Protocol, HD video and sound, 2015, 2018정아람_우연히 살아남은 내가 당연히 살아남았어야 할 너에게 Accidental Survivor, HD video and sound, prompter, 2016, 2018정아람_Peer to Peer, Woman to Woman, Digital video, toilet paper, wood structure, 2017-18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최근 2년여의 기간 동안 여성 혐오와 관련한 범죄, 혹은 성추행, 성폭력 관련한 사건들이 셀 수 없이 많았고, 또 대중매체를 통해 연일 보도되면서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2016년 이전에도 이 같은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8. 11. 17.
[도록] 2017 인사미술공간 미술주간프로그램 <막간>(2017.10.13~21) 이사라 작가와 위켄드에서 했던 전시 때문에 참여 연락을 받고 토크를 진행했었다. 다른 사람이 할 때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녹취록을 정말 정성스레 교열을 보고 여러 차례 컨펌을 해서 전문을 실은 도록이 발간 되었다. 디자인도 좋고, 내용도 충실하고, 사진이나 참고도판도 다 잘 들어가있어서 직접 가서 듣는것보다 더 충실할 정도의 그런 도록이다. 행사 당일에 인미공에 갔더니 발표할 작가와 대담자가 앉을 자리도 뭔가 연극적으로 멋지게 잘 세팅이 되어 있었고.. 들으러 오시는 분들도 꽤 많았다. 여튼 엄청 존중받는 기분을 느끼며 무사히 행사를 잘 마쳤고, 몇 달이 지나고 나서 이런 도록을 선물처럼 돌려받았다. 김유라 / 큐레이터학과 미술이론과에서 공부했다. 2012년 대구사진비엔날레와 2013년 베니스비.. 2018. 9. 30.
[도록] <국제레지던시 : 첩첩산중x평창> 평창문화올림픽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된 16개국 음악, 무용, 시각예술 작가 20인이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에 30일간 거주하며 개별 및 공동 창작 작품을 제작하는 국제 레지던시이다. 20명의 작가와 10명의 스탭은 2017.9.15~10.24 동안 워크숍, 강연, 제작, 오픈스튜디오, 공연,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나는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에 함께 참여했던 김수정 큐레이터의 초대로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에서 진행되는 (2017. 10.20~11.5)를 관람했다. 전시보다도 정말 큰 놀라움 자아냈던 것은 바로 이 도록. 레지던시 결과 보고집 형태의 도록은 보통 지루하기 마련인데, 사진도 엄청 잘찍었고... 애초부터 디자인 컨셉이 있었던 것 처럼 보인다. 사진이 좋으면 .. 2018. 9. 28.
[도록] <옥토버>(아르코미술관, 2017.12.8~2018.1.31) 제목: 옥토버일정: 2017년 12월 8일 – 2018년 1월 31일장소: 아르코미술관 제2전시실참여작가: 강태훈, 물질과비물질, 서평주, 손혜경, 연구모임 아래, 양유연, 이덕형+조주연, 이상엽, 이우성, 홍진훤기획: 신양희디자인: 배지선공간디자인: 비유유피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양희 큐레이터는 기자로 일할 때 알던 분이다. 내가 의 기자였던 당시, 신양희씨는 경향 의 기자였다. 에서 일하던 기자들과 몇몇 큐레이터가 함께 모여 진행했던 책 읽기 모임에 몇달 간 나도 참여했던 적이 있다. 그때 처음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함께 읽자고 제안하기도 했었다. 양유연 작가와 경기창작센터에서 글 쓰는 일 때문에 만난 이후로 작가를 통해서 전시 소식을 전해듣다가 이 전시도 가서 보게 되었다... 2018. 9. 28.
[도록] <투명함을 닫는 일과 어두움을 여는 일>(강남아파트 18동, 2018. 4. 27~5. 8) 제목 투명함을 닫는 일과 어두움을 여는 일일시 2018. 4. 27 (금) – 5. 8 (화), 12일간 작가 김명진, 김민정, 김이박, 오제성, 이상용, 이향안, 전아라, 정지현, 조혜진, 황문정 (총 10명) 주최 어반 콘크리트 기획 박지형 장소 서울시 관악구 조원로 25 강남아파트 18동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6번 출구, 도보 5분) 사실 전시는 못 봤다. 전시를 기획한 박지형 큐레이터는 원래부터 알던 사람도 아니다. 어느 날 부산 홍티아트센터에 입주한 이향한 이라는 작가로부터 글을 써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게 벌써 몇 달 전의 일이다. 잘 만나서 이야기도 나눴고, 시간에 맞춰 미션도 컴플리트!했다. 나를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박지형이라는 큐레이터가 추천을 했다고 했다. 지금은 페리지갤러리.. 2018. 9. 28.
[전시리뷰] <베틀, 배틀>(토탈미술관, 2018. 8. 8~9. 9) 전 플라토미술관 부관장인 안소연 선생님의 수업 수업을 이번 학기 듣고 있다. 기획 방법론을 배우고 싶다기 보다는, (어차피 일정 부분은 경험을 통해서만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사람이 궁금해서 들었다. 오랜 실무 경험을 통해서 우러난 이야기들을 정말 상세하게 들려주셔서 공감도 많이 되고, 정리도 되고 즐겁다. 40명이나 듣는 석사 수업이라 기말 페이퍼는 별도의 발표 없이 제출만 하기로 하였고, 그 대신 매 수업 두세 명의 학생이 최근 본 좋았던 전시에 관해 말하는 짧은 발표가 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몇 명 안되는 박사들이 먼저 발표 스타트를 끊었다. 또 나는 1번. 어떤 전시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이, 기획을 하려는 동료 혹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지 몇 일정도 고민했다. 이것은 앞으로 내가 전시를.. 2018. 9. 28.
[전시리뷰]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8.4.7.~7.8) 리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8.4.7.~7.8) 리뷰 1. 보이지 않는 것들, 교차적 공간, 그리고 관계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2018-2020년에 ‘아시아 집중(Asia Focus)’이라는 주제를 프로그램 기획의 주요 과제로 설정하였고, 그 일환으로 가 기획됐다. 전시를 기획한 박주원 큐레이터는 도록에 수록한 전시 서문에서 “하나의 아시아라는 개념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임의적”인지 지적하며, “아시아라는 개념 안에서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각기 다른 지역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기술한다. 전시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박주원 씨가 꼽은 세 가지는, ‘보이지 않는 것들(About the Unseen)', '교차적 공간(intersentional space)', 그리고 ’관계(relations)‘다.. 2018. 8. 3.
[전시리뷰] 치유의 시간: 박지훈 개인전 <뜨거운 공기 · 차가운 악기들>(2018.7.13~8.3) 박지훈_엠티 Membership Training, glass, oil clay, ethanol washer fluid, dimension variable, 2018 (사진: 유영진)박지훈_K씨의 케이스, brass, urethane resin, 13 x 74 x 6 (cm), 2018 (사진: 유영진) 치유의 시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8.7.13~8.3) 리뷰 1. 현대적 삶과 우울요즈음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인 만큼 사람들은 어디서든 그것을 붙잡고 새로운 소식을 찾아 읽는다. 그래서 단연코 가장 난감한 순간은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없는 경우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기회가 되는대로 미리 충전을 해두어서 완전히 방전되지 않도록 한다. 완전히 방전되어 스마트폰이 꺼지게.. 2018. 8. 1.
[전시리뷰] 무엇이 진짜일까? : 이향안 개인전 <따뜻하고 푸른 물결>(홍티아트센터, 2018.6.27.~7.13) 무엇이 진짜일까? : 이향안 개인전 (홍티아트센터, 2018.6.27.~7.13) 리뷰 작가가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레지던시’가 미술관이나 갤러리 못지않게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동시대미술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레지던시에도 참여하며 자신의 활동 반경을 넓혀나간다. 레지던시는 단순히 작업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에게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 되고 있다. 작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스스로를 고립시켜 새로운 시리즈에만 몰두할 수 있으며, 익숙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적 지리적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기회를 갖는다. 큐레이터, 평론가와의 네트워크 확장, 동료 작가와의 관계 형성도 작가로서의 활동을 지속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 2018. 7. 31.
[후기] 더 스크랩 2018(문화역서울284, 2018.6.9~13)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더 스크랩. http://the-scrap.com/ 매년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으나, 직접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화역 서울 284에서 해서 접근성이 매우 좋았다. 공간도 여유롭고. 더스크랩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작가 직거래 장터 기금을 3500만원 받아서 운영하는 판매 행사로, 100명의 작가가 각각 10장의 이미지를 출품하면, 기획팀이 동일한 프린터로 동일한 크기 (A4크기)로 출력해서 전시한다. 그리고 캡션없이 동등하게 번호만 기입한다. 관객은 천장의 이미지를 천천히 둘러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미지를 5장 (3만원) 혹은 10장 (5만원) 을 구입할 수 있다. 구매권을 산 다음, 원하는 이미지의 번호를 적어 제출하면 10.. 2018. 6. 13.
[전시리뷰] ‘혼합재료’와 ‘가변크기’ : 로와정 개인전 <sunday is monday, monday is sunday>(2018.5.4~24) 로와정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전시 전경 ‘혼합재료’와 ‘가변크기’ : 로와정 개인전 리뷰 현대미술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에 어렵게 방문한 일반 관객은 대개 불편함을 토로한다. 아마도 작품 너머에 하나의 명확한 의미가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상황은 곧 ‘난해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명쾌한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대신, 종종 ‘어렵다’고 결론짓고는 전시장을 떠난다. 우리는 지금까지 항상 모든 종류의 교육을 통해 암기하고, 추론해서, 하나의 정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에 익숙하다. 직관적으로 감각적 쾌를 느끼기 어려운 개념적인 현대미술의 경우, 관객이 작품을 하나의 ‘문제’로 인지하고 ‘정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제자(작가)’ 역시 정답을 가.. 2018. 6. 8.
[전시리뷰] 경계를 흩트리는 몇 가지 방법: 황귀영 개인전 <협상 불가능한 관계들: 공덕동의 미확인 표식들>(2018.4.6~26) 경계를 흩트리는 몇 가지 방법 : 황귀영 개인전 리뷰 빛과 어둠, 남성과 여성, 안과 밖, 좋음과 싫음, 나의 편과 남의 편…. 언어의 의미는 이항 대립을 통해 구조적으로 생성된다. 각각의 의미는 다른 용어와의 상호 관계 속에서 정의되는데, 일례로 ‘영웅’과 ‘악당’은 ‘선과 악’, ‘사랑과 혐오’ 등의 부수적 대립 쌍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언어를 통해 구조화해 놓은 개념적 구분은 우리가 실제로 사고하는 데 영향을 끼치고, 특정한 틀을 구조화하는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영웅은 항상 선만을 추구하는가? 악당은 항상 혐오의 대상이기만 한 것일까? 요즘은 히어로 이야기를 다루는 블록버스터 영화에서조차 이분법적으로 구분된 사고방식의 편견을 깨는 플롯을 선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현실은, 혹은 .. 2018. 5. 4.
[전시리뷰] 유머와 허무: PT&Critic Reunion <환상적인 부수물>(2018.3.10~30) 유머와 허무: PT&Critic Reunion 전 리뷰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겹쳐 오매불망 기다려 온 꽃피는 3월은 봄의 초록이 아닌 칙칙한 잿빛으로 물들었다. 환절기의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일까, 병원에는 환자들로 가득하다. 물리적 환경이 주는 불편함과 갑갑함을 굳히기라도 하려는 듯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미투 운동, 전 대통령의 구속과 같은 우울한 뉴스들이 연일 업데이트되며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폐허의 상태에서 느끼는 멜랑콜리의 정서, 덧없음, 공허감은 어쩌면 우리가 모두 공유하고 있는 삶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20년 동안 버는 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저축하여도 거주할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나를 포함한 젊은이들은 좌절하고 표류한다. 끊임없이 나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무한경쟁의 굴레.. 2018. 3. 31.
[후기] ‘로컬 큐레이팅 포럼 2017’(인천 임시공간, 2017.9.16) ‘로컬 큐레이팅 포럼 2017’ 후기 예술기획, 큐레이팅, 미술전시, 담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단어들조차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미술을 일상에서 향유하고 비평적으로 접근하는 관객의 수가 적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인구 전체 5천만 중에서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자리도, 미술 관객도, 주요 전시장도, 예산도 서울에 편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균형은 인구분포도를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관객 혹은 예산이 적다하더라도 의미 있는 기획, 실천은 어디에서라도 이뤄질 수 있다. 그것은 오롯이 각 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획자들의 역량에 달린 일이다. 좋은 기획, 전시를 평가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2018. 1. 24.
[후기] <제3의 과제전> 내부 워크숍(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 2017.12.5) 2017.12.5. 내부 워크숍 후기_최정윤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맞닥뜨린 현실은 말 그대로 ‘멘붕’의 연속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미술사’와 현장의 온도 차이는 직접 겪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으로, 인턴, 코디네이터, 통역 아르바이트 등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분위기를 익히는 수밖에 없었다. 동시대미술 현장을 각기 다른 포지션에서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에게도 희미하기는 했지만 어떤 ‘기준점’이 생겨나는 듯했다. 미술대학에서 작업을 하고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 역시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겠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작가’로서의 활동을 이어가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전시 공간, 전시를 만드는 사람, 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 .. 2018.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