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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3. 리뷰

[월간미술 2020.1] 홀로 욜로 기획자들

by ㅊㅈㅇ 2020. 1. 14.

 

월간미술의 새해 첫 특집도 독립큐레이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특집은 신혜영의 글 "자기 조직화의 다른 이름, 독립", 김장언의 글 "큐레이터, 독립, 포스트", 기획자 지원공모 요강, 8명의 독립큐레이터(심소미 조주리 윤율리 김성우 강민형 박수지 박경린 이은주)의 지상전시로 구성되었다. 

8명의 독립 큐레이터에게는 지상전시를 의뢰했다. 특집 서문에는 "불가능하거나 언젠가 공모에서 떨어진 지상전시 기획을 의뢰함으로써 매개자라는 측면에서 그들이 가진 전시 비전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며 기획, 그리고 전시의 현재를 점쳐본다"고 쓰여있었다. 그런데 막상 그 기획안은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차라리 기존에 기획한 전시 중에 하나에 관해 좀 더 얘기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기존에 기획한 전시들이 잡지에서 수차례 소개가 되었기 때문에 반복적이라고 생각해서 제외한 것일까? 왜 이 8명을 선택했는지도 궁금하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내가 이 특집의 소식을 듣고 가장 궁금했던 것은 소속 없이 (월급 없이) 프리랜서로 일하는 다른 기획자들이 어떻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 지였다. 디자이너, 테크니션과 함께 사업자를 내고 팀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도 있는 것 같았고, 기업에서 기획 의뢰를 받아 일하고 계신 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게 진짜 자기조직화다.. 취직을 하지 않고 어떻게 돈을 다들 벌고 사는걸까! (나는 일은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내가 버는 돈은 정기적이지 않고 소액이라 이것으로 삶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족의 서포트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내가 궁금했던 것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롱텀 연구주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줄줄이 뭘 했고 뭘 했는지 나열하는 것보다 해온 일들을 쭉 관통하는 중심 관심사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그것은 소개되어 있지 않거나 미흡하게 설명하고 있어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 큐레이터를 조명한 특집은 의미있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관심과 응원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만든 작품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또 비평을 하듯이, 기획자가 만든 전시를 잘 들여다봐주는 것 말이다. 작가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기획자를 키워내고 또 지지하는 일 역시 중요한데, 그래야 더 다양하고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수적인 팽창보다도 질적인 확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속도에 떠밀려다니지 않을, 기금에만 목매지 않을 기획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사실 기획전이 아니라 한 작가의 개인전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능력을 갖춘) 기획자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에 따라서 전시의 질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단순히 서문이 있느냐 없느냐의 수준이 아니다. 

누군가는 기획자를 작가에 비해 주목받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높고, 갑의 위치에 있는 포지션이라고 손쉽게 말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돈 없이 전시하자고 다가가는 기획자야 말로 수퍼 을이다. 원래 알던 사이나 친한 사람끼리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작가들만큼이나 지원제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작품을 만드는 데에도 돈이 많이들겠지만, 전시를 만드는 데에는 (인력, 운송, 보험, 공사, 출판, 지킴이 등) 더더더더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작가는 작품이라도 남지, 전시의 저작권 따위는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기획료는 먼 훗날의 이야기 같다. 작가들끼리는 아티스트피 주장하며 똘똘 뭉치기라도 하지 기획자끼리는 연대의식도 사실 작가들에 비하면 느슨한 편인것 같다. 완전히 사각지대.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돈을 번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클라이언트가 돈을 주면서 일을 시킬 때에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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