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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3. 리뷰

[Painting Network] 전시전경 & 몇 가지 질문들

by ㅊㅈㅇ 2019. 12. 20.

전현선

 

 

 

 

신현정 

 

 

 

이희준 

 

 

사진: 최철림, 신한갤러리 역삼 제공 

 

Q 작가 선정은 어떻게 했는가?

작가 세 분이 그룹으로 지원을 준비하고 있었고, 내가 뒤에 합류했다. 이번 전시는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솔직하게 소통했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이었지만 진행에 어려움은 없었다. 덕분에 상반기에 스터디하면서 좋은 작가들과 자주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어떤 작가를 선정했는지보다도 세 작가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어떻게 바뀐 작업을 선보였는지에 집중해서 봐주었으면 좋겠다. 

Q 그래서인지 이 주제에 맞는 다른 작가들도 많을 것 같고, 3명으로는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규모를 키워서 새로운 전시를 또 해보고 싶다. 여유를 가지고 리서치도 하고 준비도 하려고 한다. 

Q 기획자로서 이 전시는 왜 기획했는가?

<룰즈> 전시 이후에 글이나 크리틱이나 여러 기회로 비재현적 회화하는 작가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그저 형식 실험만으로 충분한가? 이런 고민들이 계속 됐다. 단순히 예쁜 장식품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그런 한단계 더 나아간 답을 찾기 전에는 또 회화 전시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세분과 스터디를 하게 되었고, 각자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되기 위해서 함께 여러 텍스트를 읽었다. 사회적 의미를 찾는다고 갑자기 원래 하던 작업과 연결되지 않는 무언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해외의 주요 평론글이나 작가 사례들을 찾아보면서 실마리를 조금은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도 다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있는 한 해였다. 

Q 페인팅 네트워크라는 제목이 워낙 커서 부담스럽지는 않았는가?

기획서 낼때 초안은 그랬지만, 스터디하면서 여러 변경안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넷이서 함께 상의해서 정한 제목이다. 나는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오히려 세 작가분은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두 단어가 다 포괄적인 의미가 많아서 크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걸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 흥미로우리라고 생각했다. 

Q 전시동선이 한가지로 정해져 있어 네트워크가 가진 수평적 느낌이 적었다.

세 작가와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며 만든 전시라 각자에게 의미있는 전시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전 작업과 비교했을 때 세 분 모두 새로운 시도를 진행한 것이었고, 15점 가량의 신작을 출품하다보니 규모로는 거의 작은 개인전 수준이었다. 그래서 작가당 2~3점씩 정도 출품하는 기획전과는 달리 기획자가 작품 디스플레이에 있어서 개별 작가의 의견을 더 존중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세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번 전시 주제에 반응하여 변화한 모습에 집중하고자 해서 그런 식으로 전시장을 구성하였다. 

3명의 작가가 각기 진행한 이전과는 다른 변화된 신작 시리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길 바랬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을 마구 뒤섞는 식의 디스플레이를 피했다. 어찌보면 좀 더 전통적 형태인 전현선에서 시작해 좀 더 자유로운 형식의 회화인 신현정 이희준으로 가는 구성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천장은 낮고 공간은 가로로 긴 곳이라 공간을 분할하여 휑한 느낌을 줄이고자 했는데  그 때문에 동선이 좀 제한된 것도 있다.   

Q 서울문화재단과 신한에서 중복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공적 자금과 사조직의 지원이라 중복이 가능했다. 신한에서는 1200만원 정도의 예산이지만 운송, 설치, 도록, 사진, 광고, 홍보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시고, 서울문화재단지원금(1200만원)은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작가별로 270여 만원씩 제작지원비를 지원했고, 나머지로는 가벽, 카페트, 조명 등의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도록에 수록할 글도 번역하였다. 신한 공모에 낼때는 지원금이 되지 않아도 자비로 진행하자고 하며 시작했는데, 운이 좋게 기금도 받게 되어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Q 입구에 비치된 텍스트는 무엇인가?

상반기에 8번 가량 모임을 가져 함께 읽고 토론한 텍스트이다. 매 모임마다 발제자처럼 리더가 있었고, 함께 주어진 텍스트를 읽었다. 이전 작업과 다른 신작을 제작하는 데 영향을 준 텍스트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아 전시와 함께 제시하였다. 박사 마지막 학기 곽영빈 선생님 수업에서 읽었던 데이비드 조슬릿 텍스트로 시작 했고, 세 작가 역시 본인이 원래 관심을 갖고 있던 자료들을 공유하여 한번씩 모임을 이끌었는데 그래서 더욱 의미 있었다.

Q 스터디를 하고 전시를 함께 만든다는 프로세스가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고, 또 4명이라는 소수였기에,  또 좋아하는 걸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나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신작 제작 준비기간이 충분치 않아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로 끝이 아닌 앞으로도 이어질 고민이기 때문에 내후년에나 확장된 버전의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다. 

Q 기획자로서 아쉬운 점은 없는가?

어떤 개념이나 주제적인 것에 관심을 두게 된다고 해도, 그것에 공감하는 작가 혹은 작품이 없다면 전시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이론과 현장, 기획자와 작가 사이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연구하며 진행한 거라 의미 있었지만, 아무래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작품으로 연결시키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내용은 온전히 작가의 소관이기에 각자의 결정을 존중하였고, 디스플레이에 있어서는 상의하기도 했다. 언급한 여러 층위의 네트워크 자체를 좀 더 직접적으로 주제로 활용하거나, 혹은 그것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탈주하고자 하는 시도를 기대하기는 했었다. 

Q 각 작가별로 선반 위에 비치된 텍스트들을 같이 읽는 것도 재밌었다.

작가가 직접 쓴 작가노트와 내가 쓴 좀 다른 결의 글을 같이 배치했다. 아주 직접적인 설명은 아니더라도 일반 관객이 보러왔을 때 고민의 지점들은 따라올 수 있기를 바랬다. 월텍스트나 시트지를 하기에는 공간도 작고 좁아서 A4 용지에 작게나마 출력해서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Q 공간 구성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공간적 한계가 많았다. 두꺼운 기둥, 은행 공간이라 240 정도로 낮은 천정, 스팟 위주로 있는 노란색 조명 등. 그 중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은 최대한 잘 활용하고자 했고, 개선 가능한 것들(전체 흰조명)은 고쳤다. 이 공간에서 전시를 봤던 사람들은 이번 전시가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Q 신한 역삼에 처음 와봤다. 이런 지원이 있는지 많이 모르는 것 같다.

작가들은 많이 아는 것 같지만, 기획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무래도 실비 지원은 없다보니 기획자가 작가를 초대해서 기획안을 내는 경우는 많이 없다고 한다. 심사평을 봐도 이번 선정된 다섯팀 중 기획자가 있는 팀은 우리팀 뿐이었다. 보통 대학 동기끼리, 같은 작업실 메이트끼리 지원하는 경우가 많단다. 그렇지만 앞으로 신한에서도 기획자 지원을 위해서 제도적 개선을 하려고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좋은 기획자들이 더 많이 지원을 하면 좋을 듯싶다. 

 

전시 도록은 adocs 에서도 열람할 수 있다.

https://adocs.co/books/painting-network/

 

 

전시 마지막날. 크리스마스 이브라 다같이 점심 먹고 케잌에 초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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