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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6. 작품론

[one work⑫] 천창환 <Fig> 2014

by ㅊㅈㅇ 2016. 2. 2.


<Fig.(Hot Spring)> acrylic on cotton cloths 110x110cm 2014 

천창환은 현존하는 이미지(기호)를 새롭게 보는 방식을 제안한다.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여관을 전전하며 돌아다니던 그는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여관으로 발길을 옮기던 중, 간판에 새겨진 붉은 사인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여관은 잠깐의 쾌락을 위한 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거처를 찾지 못해 임시로 머무는 곳이며,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쉼의 공간일 것이다. 이처럼 공간 뿐만 아니라 이미지 역시, 그것을 보는 사람이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대상을 다르게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천을 꾸깃꾸깃 접은 다음, 그 위에 그가 발견한 기호를 촘촘하게 새겼다. 이후 천을 펼치고 나머지 부분을 메꿔나가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그는 간판, 포장지, 수퍼마켓에서 발견할 수 있는 SALE이 적힌 종이 등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들을 가져다 해체한다. 주로 경제활동과 관련된 사인물이 많다. 2015년 작 <작업실에 온 일수_캔버스에 일수 명함 가루>와 <작업실에 온 일수_명함 정리기>는 이같은 그의 관심사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작업실 앞에 매일 매일 꽂혀있는 일수 명함에서 희망, 행복 같은 긍정적인 문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을 가루로 만든 다음, 달력 모양의 빈 칸에 채워넣는 것이다. <Fig>시리즈가 이미지를 평면적으로 해체한 것이라면, <작업실에 온 일수>는 실제 명함을 물리적으로 해체해내는 과정을 거친다. 천창환의 그림은 이미지 포화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보이는 것들의 진의에 관한 질문을 무심하게 던지고 있는 듯하다. 

* 천창환 / 1986년 출생.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스페이스윌링앤딜링(2014), 세움아트스페이스 갤러리카페S(2015)에서 개인전 개최. <Beta Abstract>(No Toilet, 2015), <Pilot Hole>(복림빌딩, 2015)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http://www.chuncha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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