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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신형철, '어떻게 쓰는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by ㅊㅈㅇ 2016. 7. 8.


문학평론가 신형철 선생님과 워크숍을 했다. 따뜻한 사람이어서 대화하기 편했다. 

그중 씨네 21, 1003호 2015년 5월에 소개됐던 글쓰기에 관한 내용을 옮겨적는다.


건축학을 잘 모르면서도 글짓기는 집짓기와 유사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면이 곧 지면이어서, 나는 거기에 보잘것 없는 글을 짓는다. 내가 나에게 부과하는 준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식을 생산해낼 것. 거기 있을만하고, 또 있을 필요가 있는 건물이 지어졌으면 한다. 한편의 글에 그런 자격을 부여해주는 것은(취향이나 입장이 아니라) 인식이다. 내게 그것은 삶이 힘겹게 제 비밀을 털어놓을 때 할 것만 같은 말이다.

둘째,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장인은 원하는 자재를 찾아 전국을 누비기도 할 것이다. 특정한 인식을 가장 정확하게 실어 나르는 문장은 하나뿐이어서 노력하면 그것을 찾아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문장은 한번 쓰이면 다른 어떤 문장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셋째, 건축적으로 배치할 것. 14개의 기둥 혹은 벽돌이 필요한 집이라면 그 개수만큼의 단락을 만든다. 모든 단락의 길이를 똑같이 맞춰서 쌓아올린다. 넘치는 것도 부족한 것도 없다. 한 단락도 더하거나 빼면 이 건축물은 무너진다(무너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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