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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6. 작품론

아트경기_장입규 작가

by ㅊㅈㅇ 2022. 10. 17.

cut and paste_가변설치_다양한 오브제들을 자르고 공간에 배치, 라인 테이프_2021

 

싸이월드에 미니룸이라고 각자의 미니홈페이지 안에 작은 방을 꾸며 만들어놓을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있었다. (요즘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는 네이버의 제페토나 아크버스가 있다.) 가상공간에서 나를 대신할 아이콘의 머리모양, 옷, 표정 등을 고르고, 말풍선에 하고픈 말도 적어넣는다. 실제 내 방이 어떻든 상관없이, 미니룸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구와 사물들로 가득 채워넣을 수 있다. 우리는 실제 삶의 공간보다 더 빛나고 아름답고 귀엽게 미니룸을 꾸밀 수 있고, 나의 취향을 누구에게나 보여준다. 이곳은 현실에서 하기 어려운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정 반대로 뒤집어, 미니룸이 진짜라고 상정하고,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에 미니룸의 모습을 똑같이 펼쳐보이는 걸 상상해본다. 상상만으로도 꽤 흥미진진하다. 현실세계에 펼쳐진 가상세계 말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지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10여 년 정도 사용했을까? 스마트폰을 쓰기 이전의 삶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중독되어 기술에 푹 길들여져있다. 녹음기, 사진기, 전자사전, 지도 등을 따로 들고 다녔던 때가 이제 아득하게 느껴진다. 인류가 편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발명품들인데, 기계에 의존하면 할수록 그에 맞춰 인간이 가지고 있던 몇몇 능력들이 퇴화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제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 화면을 보며 보낸다. 일을 하거나, 소통을 하거나, 심지어 여가시간을 보내면서 말이다. 걸어다니고 땀을 흘리면서 누군가와 부딪치는 현실의 경험이 아닌, 2차원의 평평한 화면을 응시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화면 너머의 세상에서는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쉽게 분간해내기 어렵다. 사진은 쉽게 조작되고, 아무 것도 아닌 삶을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장입규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넘나들며 관객으로 하여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한다. 작품이 전시의 경우, 직접 전시장에 와서 관람하는 관객만큼이나, 온라인에서 작품 이미지로만 접하는 경우도 많다. 사진이 실제작품보다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보지 않으면 작품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장입규의 작품은 후자에 속한다. 정면에서 보았을 때에는 깔끔하게 잘린 오브제들이 선에 맞추어 배치되어 마치 2차원의 평면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자리를 옮겨 측면에서 작품을 관람하면, 그것이 3차원의 오브제로 이루어진 부조, 조각, 혹은 설치 작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우산, 시계, 옷걸이, 신발 등 형태가 명확한 오브제들을 선택해 그라인더나 칼, 톱으로 자른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클릭 몇 번이면 끝날 간단한 작업이지만, 실제 사물을 이용해 자르는 일은 굉장한 시간과 물리적인 노동을 필요로 한다. <desktop>(2020)은 우리가 컴퓨터를 켜면 바탕화면에 보이는 아이콘을 현실세계로 동일하게 끄집어내 재구현한 작품이다. 산의 모양을 담은 이미지 아이콘, 종이폴더 모양을 따라한 폴더 아이콘, 그리고 실제 휴지통까지. 그는 온라인, 디지털 환경이 우리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직설적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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