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잘해야 한다” 같은 말을 여기저기서 흔하게 듣는다. 2022년 한국은 바쁘고 힘들게 그리고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만성피로로 번아웃은 물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운동이든 취미생활이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또 새로운 하루를, 한주를 살아나간다. 예술의 역할이나 중요성에 관해 말할 때, 사람들은 각각 다른 입장을 취한다. 누군가는 새로움에 대한 추구를 중요하게 여기는가 하면, 누구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고, 누군가는 치유나 심리적 만족감을 강조한다. 박해선은 조용하고 담담하게 남들이 무심코 지나갈 법한 사소한 장면을 그린다. 원래의 가치를 상실하였거나, 온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버려진 대상을 발견해내서 새롭게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그의 학력, 경력과 같은 스펙과 능력으로 판단한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은 각각 다른 장점을 타고나며 앞서 언급한 몇몇 기준으로만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오랜 시간 지켜보면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사물이 없듯이 말이다. <없는 이름>(2021)은 누군가가 멋진 꽃다발을 위해 여러 꽃을 잘르고 남은 자투리처럼 보인다. 잎사귀 어딘가가 치어서 색이 바랬다던지, 꽃이 조금 시들었다든지, 길이를 잘못 잘랐다든지, 여러 이유로 꽃다발에 사용될 가치를 상실한 자투리들을 화면 가득 담고 있다. 중간톤의 색을 이용해 색의 대비를 줄였으며, 캔버스에 그려진 여러송이의 꽃들은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그려졌다. 누군가의 눈에는 효용가치를 상실한 쓰레기일지 모르는 이 꽃들은 그 자체로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과 어딘지 모를 처연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아침이 되면 사라질 거에요>(2021)는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벤치의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그렸다. 여럿이 같이 앉을 때 서로의 공간을 침해하지 않도록 부착된 이 손잡이는 밤길을 환히 비춰주는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그림자를 만들며 마치 자그마한 하트의 모양을 만들어낸다. 작품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림자와 원래 오브제가 함께 만들어내는 이 형상은 특정시간 특정각도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일시적인 것이다. 벤치의 형태라든지,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을 주목하지 않는 대신, 박해선은 벤치의 일부분을 바라보고 화폭에 담았다. 이 작품은 잠깐이지만 우리 눈에 보였다가, 손에 잡히지 않고 스르르 사라져버리는 많은 것들에 관해 생각해보게 한다. 박해선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보잘 것 없다고 여겨지는 것, 작고 불충분하다고 생각되는 것, 완전하지 않은 것들은 존재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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