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찬이 만든 거대한 생명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같은 모습을 한 채로 시시각각 전시장에서 움직인다. 비닐을 라이터로 녹여 손으로 이어붙인 그의 작품은 얇고, 연약하고, 가벼운 재료인 비닐로 제작됐고, 텅 빈 내부에는 바람을 주입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이 보인다. 각기 다른 크기의 전시장을 거대한 스케일로 가득 채우며 관객을 압도하는 그의 작품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인천 송도에서 학교를 다니며 허허벌판, 공사판이던 지역이 개발의 과정을 통해 자본의 위엄을 과시하는 새로운 도시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목도했다. 도시의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가장 큰 원동력은 다름 아닌 자본이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 속에서 수 차례 이사를 다니고, 자본의 논리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항상 소외된 계층에 속했던 작가는 그가 직접 경험한 삶에서 느꼈던 감정을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해 왔다.
도시는 자본의 흐름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끝없이 반복하며 흥하고 망하며, 또 융성하고 쇠퇴한다.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기호 중 하나인 돈은 사실은 실체가 없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지만, 우리의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바람이 주입되어 크게 부풀어 있을 때에는 공간을 가득 채우며 그 존재감과 위엄을 보란 듯이 과시하지만, 바람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는 한줌도 안 되는 보잘것없는 플라스틱의 물질감만 남는다. 비트코인, 주식, 그리고 부동산과 미술품 투자로까지 이어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이병찬이 말하고자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면면과 매우 닮아 있다.
전시가 끝나고 나면 모두 폐기되는, 판매도 쉽지 않은 그의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태도로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작가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일종의 냉소적인 농담과 같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감정을 서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노동’은 거대한 괴물처럼 전시장에서 춤추며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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