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현 <Crimson/White> 장지에 수묵 후 채색 49x39cm 2014
어렸을 때부터 한글과 영어를 만화책으로 공부했던 김화현. 그는 그가 가장 익숙한, 그리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의 작품에는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이 마른 몸과 가냘픈 얼굴선을 가진 젊은 남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의 그림이 동양화의 재료를 사용한 것이라는 점은 짚고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김화현은 작품에서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 등 양극점에 있는 요소들을 혼재하여 사용하거나, 어울리지 않을 법한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그가 사용하는 재료와도 깊은 연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장지에는 아교포수를 하여 번짐을 줄이고 섬세한 묘사가 가능하도록 처리하는데, 이는 영정화 등에서 주로 사용되던 방식이다. <Crimson/White>는 명나라의 미인도 양식을 차용해 패러디한 작품이다. 시카고대학의 무홍은 그의 저서 <그림 속의 그림>에서 병풍의 기능을 "하나의 생활 속 물체이자 미술 그 자체. 공간을 가리거나 분할하는 기능을 하기도 하고, 엿보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착시 효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썼다. 보통 일반적인 미인도에서는 특정 실내 공간 안에 뒤에는 병풍이 있고 그 앞에 아름다운 여자가 앉아있거나 서있는 형식을 취한다. 이에 김화현은 이같은 점잖고 전통적인 공간 안에 마치 술집에서 호스트로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를 그려 오리엔탈리즘적으로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활짝 열어놓으며,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이 아닌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펼쳐보이는 주체로서의 여성 화자를 상정한다.
* 김화현 / 서울대 동양화과 및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동대학원 동양화과 수료, 미국 메릴랜드예술대학 회화과 석사학위 취득. 현재 서울대학교 미술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갤러리진선(2006), 아트포럼뉴게이트(2008), 갤러리(2014)에서 개인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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