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의 낙원’을 가다!
: 후쿠타케 소이치로 외, 『예술의 섬, 나오시마』북리뷰
미술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나오시마. 여름 휴가를 맞아 가족여행을 계획하던 차에 올해 3년마다 개최되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도 볼 겸, 나오시마를 찾게 됐다. 그러던 중 나오시마에서 이뤄진 아트 프로젝트를 다룬 신간을 접하게 됐다. 이 책은 일본 시코쿠 섬의 가가와현에 위치한 나오시마 섬과 주변 섬들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아트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나오시마와 인근 섬들에 각종 미술관과 휴양시설, 프로젝트 전반을 기획하고 후원한 후쿠타케 소이치로의 짧은 서문에서 시작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실장을 지낸 정준모의 추천의 글로 이어진다. 이어서 나오시마, 테시마, 이누지마 세 개의 섬을 각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나오시마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 책의 특기할 만한 점은 각 공간을 소개하면서,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는 점인데, 특히 지추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베네세하우스, 미나미테라 등의 건축 설계를 맡은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비롯, 이우환, 오오타케 신로, 스기모토 히로시 등의 참여작가가 직접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처음 이 프로젝트를 수락하고 참여하게 된 계기 등을 상세히 기록해 독자로 하여금 더욱 입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본 프로젝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책의 가장 뒷 부분에는 나오시마, 테시마, 이누지마에 가는 실질적인 방법과 각종 교통수단, 프로젝트별 개관시간 및 입장료, 섬별 상세 지도 등이 첨부되어 있어 실질적인 가이드의 역할을 한다.
후쿠타케 소이치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오시마와 인근 섬들에 위치한 미술관과 이곳에서 개최된 각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후원한 사람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목적, 준비 과정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잘 살다”는 뜻의 “베네세(Benesse)”는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의 삶이 주는 여유를 만끽하며, 그가 느꼈던 행복감을 대중에게 돌려주기 위해 지은 이름이라고 적었다. 그는 기존에 있는 것을 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했으며, 현대미술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인도하며 ‘현세의 낙원’을 직접 경험하길 원했다고 언급했다.
1992년 베네세하우스 뮤지엄, 1997년 민가를 개조해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이에프로젝트(The Art House Project)’, 2004년 지추미술관(Chichu Art Museum), 2010년에는 이우환미술관이 설립됐으며, 같은 해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시작됐다. 이 모든 것은 인간, 자연, 예술의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갈망을 현실화한 것이다. 현대미술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활기를 되찾은 이 곳에는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현지에서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더욱 의미가 있다. 나오시마를 비롯한 인근 섬들에서는 오타케 신로, 미야지마 타츠오, 스기모토 히로시, 쿠사마 야요이, 제임스 터렐, 토비아스 레베르거, 크리스티안 볼탕스키, 레안드로 에를리치 등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현대미술가들의 장소특정적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실제로 이 책을 읽고난 뒤에 여름 휴가차 나오시마에 다녀왔다. ‘예술의 섬’, ‘힐링의 섬’이라는 타이틀이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책의 저자들의 목소리가 각 공간을 방문할 때마다 환기되면서 시각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그곳을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킨 의도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안내를 받으며 발걸음을 옮기며, 현대미술로 전통과 현대가 하나가 된 모습을 사진 속에 담고 싶었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미술관과 프로젝트 내부 사진촬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한 아쉬움은 훌륭한 작품 이미지들로 가득한 이 책을 소장하는 것으로 조금 해소가 되는 듯 하다. 직접 가볼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가서 보는 것 못지 않게 황홀한 간접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예술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오시마에 직접 갈 계획이 있든 없든 꼭 봐야할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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