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어찌보면 콘텐츠가 있고 그걸 배치하는 작업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디자인도 콘텐츠와 별개로 개별적인 창작의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그러한 디자이너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콘텐츠는 촌스럽게 보일 수밖에 없다. 콘텐츠만 좋다면 누구나 다 좋아할 것이고, 인정할 것이고, 인기가 많을 것이다라는 말을 확실히 옛말이 되었다. 별로인 콘텐츠도 그럴싸한 옷을 입고 힙하고 핫한 것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잘 팔리는 책이 내용이 꼭 좋지만은 않다. 마케팅이 잘 된 경우도 있고, 키워드를 잘 뽑은 경우도 있고, 표지가 이쁘기도 하고, 저자가 유명할 수도 있고.
글과 이미지가 있고, 글에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글 내용에 맞춰 순서대로 넣는 방식은 대학교 과제 수준이다. 어쩌면 불친절하다고 느껴진다고 할지라도 깔끔함을 위해 내용상의 친절함이 퇴색되기도 하고, 충실한 설명을 포기해야할 때도 있다.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여러 전문가들이 각자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최대한 일할 때, 그리고 그 중 한사람이 자신만의 의견이 최고고 옳다고 말하는 구조가 아니라, 모두가 동등하게 발언권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을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원 저자가 디자이너에게 요구사항을 말할 수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아닐때 수정을 요청할 수 있지만, 수정의 수정을 거듭하다보면 사실 이도저도 아닌 게 나오기도 한다. 수차례 미팅을 통해서 서로 생각을 공유하되, 결과물에 대해서는 최대한 디자이너의 결정에 따르는 신뢰/믿음 같은게 필요하다.
그러니까 어떤 종류의 개편을 원한다고 해서 새로운 디자이너가 오면 된다? 라는 생각은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개편을 원한다면 디자이너의 자율성을 인정해주고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편집부와 동등한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 업무 사이클에서의 구조적인 변화만이 결과물에서의 혁신을 가져다 준다.
'Art > 0. 메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드 <중쇄를 찍자>(2016) (0) | 2022.02.04 |
---|---|
2022년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결과 (1) | 2022.01.11 |
팬데믹 시기의 예술 실험, 문화다양성 (0) | 2021.12.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