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t/3. 리뷰

[후기] CR컬렉티브 <프로젝트 액츠 2017>(2017.5.23~6.18)

by ㅊㅈㅇ 2017. 5. 24.

전시를 만들 때 아무래도 실제로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지 방법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체로 기획자들은 나를 포함하여 빼어난 손재주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다 직접 하는 것은 시간이나 효율의 문제에 있어서도 말이 안된다. 나무를 썬다거나, 아크릴을 맞춰서 둥글린다거나, 특별한 가벽을 만든다거나 하는 등의 일은 대부분 전문 업체에 맡긴다. 그런데 작가들이 원하는 것을 일반 업체 직원분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잘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가성비나 효율보다도 이유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화가 안된달까. 거기다 가격마저 계속 낮추려고 하다보니 일은 더 진행이 안된다. 일반적이지 않은 결과물을 요구하면서 돈은 덜 지불하려고 하니 어떤 업체가 일하고 싶을까. 

그러다보니 작가들과 소통이 잘 되면서도 구현방법을 잘 알고 있는, 실행력이 뛰어난 작가들이 부업으로 전시 디자인일을 많이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부의 이름들이 미술관과 주요 갤러리, 대안공간에서 지원금을 받은 사업 등의 전시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맡으면서 입소문이 났고, 경력이 쌓이면서 이들의 실력도 더욱 전문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알고 있다. 

부업으로 하던 일을 작업의 연장선에서 소개하는 개념적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계속 눈에 띄는데, 아마 그것이 본격적으로 이야기 된 것은 2014년 두산갤러리에서 열린 <본업: 생활하는 예술가>라는 전시였다고 기억한다. 이성희, 장순강, 홍이지씨가 공동기획한 전시로, 권용주, 안데스, 이수성, 이우성 작가가 참여한 그룹전이었다. 지금 시청각에서 열리고 있는 김동희 작가의 개인전, 어제 CR Collective에서 본 project ACTS에 참여한 권용주, 이정형 작가의 작업을 보면서 이 셋을 비교해보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게 됐다. 김동희 작가 개인전은 서울문화재단에서 2300만원인가 지원받은 것을 결과발표 글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암튼 세 작가는 주제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크긴 한데, 그걸 시각화해내는 감성이나 방식이 제각각이라 그게 재밌다. 이미 이야기된지는 꽤 되었는데, 그냥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세 작가 다 너무 바쁜 사람들이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CR Collective의 전시는 정말 좋았는데, 옥상정원, 서울력의 퍼포먼스 이런 것들이 단순히 차분하게 미술을 보여주는 방식을 벗어나서 진짜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서랄까. 실제 하는 일들을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전시장 안으로 들여와서 조용하게 존재하는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그런 vibe 를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전시 중에 작품이 계속 바뀌어가는 것도 개념적으로 잘 맞다고 생각했고. 전시 제목 프로젝트 액츠가 흔히 쓰는 두 영어 단어라서 그리고 디자인이 주는 어떤 안정적인 분위기 때문에 전시 내용이 가진 좋은 지점들이 좀 약하게 전달되는 느낌은 있었다. 오랜만에 오프닝가서 흥겨웠던 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