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2의 정재호 대표님이 대구아트페어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그분의 강력한 초대(?)로 스페이스윌링앤딜링도 이번에 처음으로 아트페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할 때 정기구독 판매 부스에 몇 번 동원되어 나가본 일이 있기는 하지만, 아트페어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3일 동안 김인선 선생님과 전시장을 지키고 앉아 있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대구아트페어 2017에는 총 101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각 부스 당 적게는 3~4점, 많게는 20여 점을 가지고 나와 판매했다. EXCO 내부를 몇 바퀴 돌면서 생각했던 것은, (굳이 이곳에 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일지 몰라도) 시장과 현장이 매우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미술관이나 비엔날레 주요 기획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101개의 갤러리 중에서 내가 아는 곳도 몇 곳 없었다. 해외 작가 혹은 국내 작가 중에서도 이미 옥션과 세계 시장에서 가격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작가를 주로 다루는 곳으로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갤러리, 313아트프로젝트 정도가 있었고, 젊은 한국 작가를 위주로 다루는 갤러리로는 갤러리2, 스페이스윌링앤딜링, 갤러리 엠, 갤러리조선, 갤러리기체 정도였다. 그외에는 박여숙화랑, 대구의 리안갤러리, 우손갤러리, 부산의 조현화랑, 갤러리데이트 정도가 내가 들어본 곳이었다. 출품된 작업들은 시각적으로도 뭐랄까, 시대가 좀 뒤쳐져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웅장한 풍경화나 아기자기한 꽃 그림, 하이퍼리얼리즘 작업이나, 프린트가 많았다. 몇몇 갤러리에서는 추상회화를 다루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판매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듯 보였다. 취향이 다양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까, 예술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층의 사람이 적기 때문일까, 아주 흥이나지는 않았다. EXCO라는 컨벤션 센터에 흰벽을 치고 101 곳이 우루루 모여 둘러앉아 작품 판매를 해야하는 상황이 구조적으로 재미없기도 했다. 플랫폼 자체가 다른 곳이었으면 좋겠는데, 사실상 희고 넓은 곳이 아닌 일상 공간에 전시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긴하다.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모 대학의 미술경영학과 교수인 P 평론가가 아트컨설턴트로 일하는 것인지, 작품을 몇개 점찍어주고 지나가니, 뒤따라 오던 분이 바로 해당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였다. 미술계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의미있는 전시를 해 온 작가를 일반 컬렉터들이 모두 알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니, 전문가가 직접 찝어서 골라주는 것 같았다. 예전의 나 같았다면 평론가가 무슨 저런 일을 하냐고 비난하는 마음을 품었을런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도 현장과 시장이 분리되어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있자니, 그가 하는 일이 참으로 의미로워보였다. 그 평론가의 저서를 살펴보니, 수십 수백여개의 작가론을 모은 책, 컬렉팅에 관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책 등이 있었다. 요즘 작가 직거래 장터가 워낙 많고, 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라 그런지 그런 평론가의 역할에 나 역시도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다른 것은, 실제 구매하는 사람들은 작업의 중요성과 의미에 관한 진지한 설명보다도 구매욕을 자극하는 멘트들이 실제 판매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정도는 집에 하나 걸어주셔야죠. 라던지. 이 작가 작품 이거 한점 말고는 지금 다 팔렸다던지 하는 식의. 한참 시장이 호황일 때 가장 잘 팔렸다는 J 작가의 경우 해당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 한 분이 구입하시고 입소문?을 내서 그 아파트 분들이 모두 구매하셨다는 일화도 있다고 하는데, 뭐랄까 누가누가 샀다더라가 구매욕을 자극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경험했다.
'Art > 3.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기] 위켄드에서 보낸 1년을 회고하며 (0) | 2017.11.19 |
---|---|
[전시리뷰] 빛과 그림자를 평평하게 옮기는 방법: 이희준 개인전 《에메랄드 스킨》(이목화랑, 2017.11.17.~12.9) (0) | 2017.11.18 |
[전시리뷰] 무엇을, 어떻게, 왜: 전병구 개인전 <Afterimage>(스페이스윌링앤딜링, 2017.10.13~11.2) (0) | 2017.1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