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데이트 연계행사
로렌조 에그레쟈(Lourenco Egreja: 포르투칼 Carpe Diem 디렉터) 토크
스페이스윌링앤딜링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블라인드데이트라는 작가 직거래 장터 행사를 3년째 하고 있다. 남서울예술인마을의 작가들과, 윌링앤딜링에서 전시한 작가들, 그리고 이번에는 포르투갈의 카르페 디엠이라는 공간에서 제작되었던 에디션들까지 총 26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대체로 50만원 미만의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로, 수익은 전액 작가가 가지게 되는 행사다. '블라인드 데이트'라는 이름은 마치 이름을 가리고 소개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이름이 모두 삭제된 상태로 전시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작가의 이름이나 유명세 등등 작품 외적인 요소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작품 그 자체에 집중하여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번에는 특별히 김인선 디렉터가 비아 프로젝트로 다녀온 포르투갈 리서치 트립에서 만난 로렌조 에그레쟈 디렉터를 초청하여, 포르투갈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연계행사로 로렌조 에그레쟈의 토크가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나는 통역을 했다.
로렌조 에그레쟈가 지난 10년간 운영한 카르페 디엠이라는 공간은, 방치되어있던 궁전 중의 하나를 공간으로 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곳이었다. 비영리 공간이고 대부분 시 예산의 지원을 받아 운영했으며, 전시 도록이나 엽서 등 데이터베이스를 위한 문서들은 일체 아무 것도 만들지 않았다. 그 궁전은 작가들의 레지던시처럼 활용됐는데, 작가들은 짧게는 몇주 길게는 일년 이상의 시간을 그 궁전에서 보내면서,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재료로 그 공간에서 받은 영감을 활용하여 자유로운 실험들을 펼쳐보였다. 설치, 회화, 영상, 조각, 정원 프로젝트 등 다양했는데, 전시가 종료되고 난 이후에는 그곳에서 이뤄졌던 실험을 기반으로 30개의 에디션을 만들었다. 드로잉이 되기도 하고, 판화가 되기도 하고, 스틸 컷을 사진으로 출력한 형태도 있었다. 그것을 판매하여 운영비로 충당했던 것이다. 라틴어로 seize the day 라는 의미를 갖는 카르페 디엠이라는 공간 명칭답게, 로렌조 에그레쟈와 함께한 수백 여 명의 작가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순간순간을 즐기며,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특별한 공간에서 동시대적인 맥락에서도 유의미한 중요한 이슈들을 이끌어냈다. 여러 층위의 시간성이 켜켜이 쌓인 이곳에서, 관객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현재는 로렌조 에그레쟈가 10년 동안 카르페 디엠으로 운영했던 이 궁전을 시에서 반환하길 요청하였고, 그들에 맞서 싸우는 대신 그는 그가 가진 창조적인 에너지를 새로운 곳에 쏟으려고 준비 중이다. 4곳이 각기 다른 유휴공간을 이용해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그의 토크를 통해 짧게나마 포르투갈의 역사, 경제, 정치, 사회적 상황을 접할 수 있었으며, 지구 반대편의 그곳에서도 이러한 대안적 움직임을 모색하는 큐레이터가 있다는 사실에 신기하기도 하고 신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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