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주 <풍경1> oil on canvas 162.2x130.3cm 2015
노은주는 기존에 재건축 현장을 담은 보도사진을 변형한 이 시대의 풍경화를 줄곧 그려왔다. 집이라는 공간 구조가 인간의 삶에 직, 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조망해보려 한 시도였다. 폐허가 된 오래된 집들, 그리고 하얗게 뒷 배경을 처리해서 초현실적 느낌을 부각시켰다. 배경과 더불어 아슬아슬하게 지탱되고 있는 나무, 종이 구조물들을 함께 그렸다. 고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대상은 폭삭 주져앉아 형체가 사라진 풍경과 대비를 이뤘다. 그러다 가장 최긍 작업은 조물주로서의 작가의 자의식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도시 곳곳에서 주워 모은 쓰레기, 혹은 건축 현장의 잔여물, 그리고 작가 자신이 직접 종이로 만든 구조물들을 함께 병치하여 일종의 2016년판 정물화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화려한 융단 위에 최고급의 오브제들을 한데 모아놓고 당대의 부와 여유넘치는 삶을 묘사하고자 했던 17세기 프랑스의 정물화와는 정반대로, 노은주의 캔버스에는 보잘것 없고, 구질구질하며, 그 어떤 것도 상징하고 있지 않는 듯 보이는 일상적인 물건들이 그려져 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현 시대의 젊은 이들이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음울하고, 삭막하고, 고립되어 있는 차가운 느낌을 주는 정물화에서 도시에서 자라난 젊은 작가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 노은주 / 1988년 출생. 홍익대 회화과 졸업. 201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졸업 예정. 스페이스윌링앤딜링(2013)에서 개인전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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