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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6. 작품론

[one work②] 이환희 <Grounds> 2015

by ㅊㅈㅇ 2015. 12. 27.

이환희 <Grounds> Marker pencil drawing and oil on canvas 90.9x72.7cm 2015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여러 개의 이미지들을 불러 온다. 각각의 아트보드(artboard)들은 동일 선상에 놓여 평평하게 겹친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같은 툴의 사용이 누구보다도 익숙한 젊은 작가들에게 이러한 방식을 통한 이미지 배합은 자연스러운 귀결처럼 보인다. 마티에르(matière)가 강조된 부분, 싸이 톰블리의 낙서처럼 무심하게 마커로 그은 교차선, 심장과 그것에 연결된 정맥과 동맥처럼 보이는 저 구조물은 하늘에 둥 떠있듯 그림자가 바닥에 깔려 있다. 그림의 각 부분 부분들은 일러스트레이터 툴에서 불러다 모은 이미지들처럼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는듯 있는듯 함께 부유한다. 그는 자신의 눈과, 귀, 마음을 움직인 외부의 자극에 따라 우연히 캔버스 위에 특정 대상을 묘사하기도하고, 문구를 적어넣기도 한다. 누군가가 이름을 불렀을 때 비로소 의미가 되듯, 그가 고른 대상은 자기 인식 그 자체로 존재한다. 한 작품에서 다뤄진 주제나 요소, 색, 형태는 그 다음 작품에 영향을 끼친다. 자기참조적(self-referential)이면서 동시에 상호침투적이다. 기존의 요소를 재호출하고 변형하여 끊임없는 재생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환희는 "캔버스는 스포츠와 같다"고 말한다. 스스로가 만든 규율을 지키면서 이미지를 무한히 생산해 낸다. 작은 구성단위(unit)들이 모여서 한 화면을 만들고, 그 화면들은 모여서 작가를 만든다. 

* 이환희(Fanhee Lee) 1990년 출생. 2016년 홍익대 조소과 졸업 예정. 2015년 커먼센터에서 열린 그룹전 <오늘의 살롱 2015>에 참여했다. http://www.fanhee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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