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혜 <亡者’S> Acrylic on canvas 97x97cm 2014
화면 안에는 수박 씨앗 모양으로 잘린 색종이가 7장 겹쳐져 놓여 있다. 겨자색 사각형 넷과 검정 사각형 셋. 그 잘려나간 조각들 역시 화면의 빈 부분에 위치한다. 화면 안에는 작은 화면들이 계속 얹혀진다. 어떤 대상인지 쉽사리 인지할 수 없는 평면-조각들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배경과 대상을 분리해서 인지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풍경은 자못 초현실주의적으로 느껴진다. 음과 양, 안과 밖, 덧셈과 뺄셈, 자르기와 붙이기, 볼트와 너트 같이 쌍을 이루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그 짝이야 말로 한 쌍을 이뤄 새로운 것을 생성해내는 원천인지도 모르겠다. 쌍을 이루는 요소들이 함께 놓여 있다는 점에서 '소우주'를 형상화한 기호로 읽히기도 한다. '프랙탈(fractal)'은 단순한 구조가 비슷한 형태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을 일컫는다. '자기유사성'과 '순환성'의 특징을 가진 기하학적 구조이다. <망자들>에 나타난 씨앗 모양의 구조는 음각과 양각으로, 반복되어 화면을 메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그림자는 빛의 위치를 가늠할 수 없게 제각각이다. 소실점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납작한 그림이다. <망자들>은 일상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대상을 재현한 그림이 아니다. "이미지의 힘을 믿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미지 홍수 속에서도 이 이미지는 생경하게 다가오며 신선한 충격을 준다.
* 박정혜 (JungHae Park) 1989년 출생. 2013년 홍익대 회화과 졸업. 2012년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SPRING WATER>, 2013년 커먼센터 <오늘의 살롱>, 2015년에는 일민미술관 <평면탐구>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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