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A Freeze Frame> Oil on Canvas 97 x 130 cm 2014
작가에게 흰 화면은 벽에서 나무 지지대의 두께만큼 떨어져 존재하는 하나의 레이어다. "얇게, 두텁게, 빽빽하게, 느슨하게, 긋기도, 펴기도, 흘리기도, 누르기도, 긁어내기도" 하면서 이 모든 붓터치가 합쳐져 하나의 구멍을 메꾼다. 김미영은 캔버스를 일종의 게이트, 창문으로 생각한다. 세상과 작가 자신을 잇는 어떤 통로로서의 화면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게이트에 작가는 격자무늬를 반복해서 그려넣는데, 이는 창살의 은유적 표현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다양한 붓놀림으로 쌓아올린 색채 덩어리들을 일정 부분 '닦아 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시킨다. 흰 사각형 안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얹어 만드는 행위가 아닌, 기존에 쌓아올린 것을 덜어내는 방식을 활용하는 셈이다. 창살의 모양으로 색채의 일부가 지워진 화면을 통해 관객은 특정 이미지에 가깝게 접근할 수도, 또한 멀어질 수도 있다. 그의 작품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 김미영 / 1984년 출생. 이화여대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이후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석사학위 취득. 뉴욕 소피스트리(2015), 챕터투(2015)에서 개인전 개최. gimmee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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