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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6. 작품론

[one work③] 채유수 <지하철> 2011

by ㅊㅈㅇ 2015. 12. 28.


채유수 <지하철> 2011


지하철은 대도시에만 있다. 아파트 숲에서 사람들은 매일 아침 걸어나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몇 분이든 몇 시간이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지하철은 버스나 자동차에 비해 교통 체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안전한 수단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지각하지 않을 수 있어 좋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은 다들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다. 크로키(croquis)하기에는 움직이는 사람보다는 가만히 있는 사람, 그리는 이를 의식하는 모델보다는 신경쓰지 않는 모델을 그리는 것이 수월하다. 채유수는 1, 2, 3, 5호선에 몸을 싣고 각 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재빨리 포착해 냈다. 그것은 몇 백, 몇 천 점이 되어 책 한 권으로 묶인다. 날짜 별로, 역 별로, 사전식으로 정리해서 엮었다. 낱개의 드로잉은 한 뭉치가 되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인생은 몇 백 개가 함께 나열되어 아무것도 아닌 어떤 것이 된다. <지하철> 제작 이전에도 그는 고등학생 시절 자는 친구들의 모습을 담았던 드로잉들, 군대 시절 조그마한 수첩에 그려 넣었던 매일의 기록들은 하나의 책으로 묶었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각기 다른 종이에 그려낸 무수히 많은 해골들 역시 책이 되었다. 몇몇 작업을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는 작가는 무엇보다도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리고 누가 보든, 그렇지 않든, 그 행위를 조용하게 그리고 묵묵하게 이어 나간다. 

* 채유수 / 1980년 출생. <꿈꾸는 아이들>(2010), <연소>(2010), <주말에 그린 그림>(2013), <22>(2013), <열한가지 적절한 크기의 사물들>(2015) 등 여러 권의 책을 자가-출판했다. 2015년 언리미티드에디션에 참여했으며, 2012년~2014년에는 작은 서점에서 주로 유통되는 책을 소개하는 '소규모 출판 소개서' <뭍>을 펴내기도 했다. http://blog.naver.com/weno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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