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경 <Mora 55 x 40(BOLD)> Gouache on mulberry papart mounted on canvas 50x40x12cm 2015
모라(Mora)는 국어국문학자료 사전에 따르면, "음의 길이에 있어 상대적인 단위"를 뜻한다. 단모음 1음절의 음장을 1모라, 장모음 1음절의 음장을 2모라로 취급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시간을 내포한 단위로 그것들이 모여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마치 음절이 모여 단어가 되고, 단어가 모여 문장과 문단을 이루듯이, 강서경의 최소 단위는 끝없이 증식 가능하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기본 단위가 연결돼 이어지는 형태인 셈이다.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는 정간보의 개념도 쓰고 있는데, 이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유량악보로,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칸을 나누고 그 한 칸을 1박으로 인식하여 음의 시가를 표시하는 것이다. 강서경은 최소 단위를 상정하고, 그것을 반복, 확장하는 방식을 통해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모라는 캔버스 위에 장지를 덮은 뒤 마감 처리를 하고, 캔버스를 마치 '땅'처럼 가로로 눕혀둔 채로 과슈를 여러 차례 덧입히는 방식으로 그린 그림이다. 그때 그때 다른 색깔과 붓질로 땅 위에 여러 겹의 레이어를 쌓게 되고, 계속해서 그것이 쌓여나가면서 우연하게 만들어지는 흔적들이다. 과슈는 유화나 아크릴보다는 좀 더 자연물에 가까운 재료로 가벼운 성질을 갖는다. 옆으로 흐른 흔적들을 쌓아서 전시하기도 한며, 일정한 크기의 프레임안에 모라들을 위치시키기도 한다.
* 강서경 / 1977년 출생. 이화여대 동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영국 왕립예술학교 졸업. 브레인팩토리(2004), 창동창작스튜디오(2005), 스페이스캔(2013), 갤러리팩토리(2013), 시청각(2015) 등에서 개인전 개최. http://www.seokyeongkang.com/
'Art > 6. 작품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one work⑧] 고근호 <A to A'> 2014 (0) | 2016.01.14 |
---|---|
[one work⑥] 최수인 <구름 아래 우주선> 2015 (0) | 2016.01.14 |
[one work⑤] 김미영 <A Freeze Fame> 2014 (0) | 2016.01.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