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work⑨] 문경의 <푱 푱푱 푱푱푱 푱> 2015

문경의 <푱 푱푱 푱푱푱 푱 Pop Popop Poppopop pop> 캔버스에 유채 162.2×260.6cm 2015

문경의는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활용하여 작가가 영향을 받은 각종 소스들을 뒤섞어 만든 새로운 이미지를 그린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행사 어시스턴트로 고용된 두 젊은이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린 것이다. 생존을 위해 알바를 해야하는 젊은 여성은 교복을 입고 여고생 역할을 연기하고 있으며, 끝없이 울리는 전화벨에 일일이 대응하느라, 애니메이션 캐릭터 넥타이를 한 남성 역시 분주하다. 삼다수와 볼빅은 비슷한 디자인을 한 물병이다. 그 둘 사이에서 우리는 모종의 연관관계를 읽어낼 수 있는데, 사용된 언어가 우선 다르고, 변환되는 과정에서 원형 역시 변형된다. 이는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많은 미대생들이 겪는 상황과 닮아있다. 재료도, 기법도 모두 서양에서 시작된 것을 수입해와서 소비하고 변형시키고 있는 과정처럼 말이다. 오리지널리티는 점차 불분명해지고 보고, 느끼고, 번안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다른 번역본이 등장하게 된다. 오일 파스텔로 얼기설기 색칠한 만화 캐릭터, 수채물감으로 묽게 칠한 하늘색 바탕, 핏물이 꾸덕하게 튄 듯 음울한 표정의 미소녀, 엽서에 그려졌을 법한 일러스트적 요소들까지, 수많은 이질적인 요소들은 한데 합쳐져 굉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 문경의 / 1988년 출생. 이화여대 서양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 철학과 석사 과정 재학 중. 갤러리현대 윈도우(2014), 작업직판장(2015)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