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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6. 작품론

[one work⑩] 전현선 <서툰 관찰자의 기록> 2015

by ㅊㅈㅇ 2016. 1. 24.



전현선 <서툰 관찰자의 기록> watercolor on canvas 162.2 x 372.7cm 2015 


전현선은 캔버스 위에 수채물감에 미디엄을 섞어 그린다. 드로잉의 느낌에 가까우면서도, 납작한 물성이 강조되어 생생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동화나 신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스스로 새로운 서사를 화면 위에서 만들어 나간다. 그는 "신화를 좇는 일이 과거로 떠나는 일 같지만, 그것이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상 속의 상황 속에서 그는 명쾌한 답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대상을 캔버스 위에 그리면서 그가 가장 자주 그렸던 형태는 원뿔이었다. 원뿔은 추상적이지만, 동시에 근원적인 형태감을 갖춘 대상이다. 원뿔은 특정한 대상을 지칭한다기 보다는 상징적인 기호로서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서툰 관찰자의 기록>은 삼면화로 구성됐다. 가장 왼쪽에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있고, 그 옆에 테이블에는 돌, 산, 식물의 뿌리 등 근원적인 성격을 띈 사물이 나란히 배치됐다. 그리는 행위다. 가운데 화면에서는 보고 기록하는 모습이다. 오른쪽 그림에서는 등장인물이 경계가 있는 공간의 안과 밖을 보는 모습이 나타난다. 각기 다른 세 폭의 그림은 묘하게 연결된다. 세 장면에는 모두 양파가 등장하는데, 이는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그림 그릴 때에는 물리적 시간이 잘 느껴지지 않아 객관적인 시간의 경과를 양파를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것. 전현선의 그림은 일부 원근법을 활용하고 있음에도 앞과 뒤, 이전과 이후가 없이 평평하다. 그리고 집요하게 관찰하고, 기록하고, 또 그린다. 

* 전현선 / 1989년 출생. 이화여대 서양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 재학 중. 옆집갤러리(2012, 2013), 플레이스막(2015)에서 개인전 개최. 그룹전 <두렵지만 황홀한>, <두산아트랩 2015> 등에 참여. 99도씨 유망예술지원사업 선정(2014), 제37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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