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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3. 리뷰

[행사리뷰] 나의 일상에 예술을 걸다

by ㅊㅈㅇ 2022. 1. 13.

 

예술경영지원센터 2021 작가미술장터 도록비평집에 기고한 행사 리뷰

 

20206월 설립된 아트온행거(Art on Hanger)’당신의 일상에 예술을 걸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매일 입고 벗는 옷처럼 손쉽게 예술작품을 구입하고 향유하는 일상을 상상하게 한다. 이 행사는 민간 미술시장을 확대하고, 작가가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대표 김다민은 예술고등학교와 미술대학을 졸업하였지만, 주변의 많은 동료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작가의 길을 포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작가들이 작품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을 유지하고 작업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온라인 직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팝업스토어의 형태로 오프라인 마켓을 기획하였다. 아트온행거의 온라인 시스템에 업로드된 작품은 모두 가격이 공개되어 있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되며, 투명한 유통구조를 지향한다. 올해에는 716일부터 25일까지 10일 동안 앨리웨이 광교 띵크랩에서 작가미술장터를 열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아트온행거가 다른 직거래장터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편견 없는 작가 선정에 있다. 참여작가는 공모를 통해 모집하여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참가비 및 심사비는 무료다. 심사는 아트온행거 기획팀 내부에서 진행됐다. 10점 이상의 작품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만 제출 할 수 있다면, 출신학교, 경력, 나이 등은 전혀 중요치 않다. 그래서 작가가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디에서도 위의 정보들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구매를 고려하는 컬렉터가 따로 문의하는 경우에도 알려주지 않는다. 또한 아트온행거가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SNS가 인스타그램인만큼 인스타그램에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도 소개하고 있다. 참여작가 중 오혁진(@ohj.paint)46, 황선정(@ddo_rim.10)25, 해빗(@havit.tattooer)15만 팔로워를 가진 인스타그램 스타다. 인스타그램 상에서 이들은 자신만의 팬을 확보하고 있을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며, 자신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미술 작품 구매를 하는 컬렉터들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몇 십 억대의 예산으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국내외 작품을 구입하는 큰 손 컬렉터부터, 몇 만원의 예산으로 작은 소품을 구입하는 컬렉터까지. 아트온행거는 유명하지 않은 작가라고 하더라도, 값비싼 작품이 아니더라도, 컬렉터가 보고 좋으면 살 수 있도록 가격의 문턱이 높지 않은 작품들을 대거 선보인다. 또한 팝아트나 오일파스텔화 등 대중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좋은 장르나 재료를 활용한 작품들 역시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설치, 도자 작업도 소개되었지만, 아무래도 소장에 용이한 회화 작품이 대부분이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라따뚜이(Ratatouille)>(2007)에서 구스토 레스토랑을 창시한 프랑스 전설의 요리사 오귀스트 구스토는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Anyone can cook)’고 이야기한다. 아트온행거는 어쩌면 예술이라는 것, 창작 역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 하에 편견 없이 예술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하는 듯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아트온행거 행사장에서 판매하는 나의 첫 번째 그림 키트(First Step KIT)’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예술을 더 풍부하게 즐기기 위해서 직접 예술가가 되어 보라는 취지로 제작된 이 키트는 한 폭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료와 동영상 강의를 제공한다. 이 키트를 체험해봄으로써 관객은 예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

 

폭염과 코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진행된 7월 셋째, 넷째 주는 여러모로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찌는 듯 한 폭염에 코로나 확진자의 급증으로 수도권은 4단계를 유지하며 사람들이 쉽사리 발길을 옮기기 어려운 시기였다. 이러한 악조건 때문인지, 행사장이 위치한 광교 앨리웨이에서는 7월 한 달 동안 주차비 무료 정책을 펼칠 정도로 한산했다. 보통 가장 더운 시간인 12~4시 사이에는 관객이 적었고, 5시 이후와 주말에 주로 관객이 몰렸다. 광교 앨리웨이 중앙에 미미(MeME) 작가의 피그미 조각 작품과 행사 포스터가 설치되어 있기는 했지만, 행사장 진입로가 즉각적으로 눈에 띄지는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이 앨리웨이 운영사로부터 공간 무료 제공 후원을 받았으며, 행사 종료 후에도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프로젝션하여 상시 전시,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홍보는 아트온행거 인스타그램, 참여작가의 개인 인스타그램, 광교맘카페, 앨리웨이 멤버쉽 가입자, 널위한문화예술 통해서 이루어졌다. 중저가 미술품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70%가량의 고객이 여성이며, 20~30대가 가장 많았다. 제한된 홍보비용을 감안한다면, 협찬과 SNS를 통한 직접 홍보 이외에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시장에 방문하였을 때 가장 놀랐던 부분은 전시장을 지키는 지킴이들의 적극적인 태도였다. 아주 전문적이지는 않더라도 전시된 작품들을 애호하는 마음이 절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다민 대표는 이들이 모두 자원봉사자라고 설명하며,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 프리랜서 등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한 자원봉사자들의 설명뿐만 아니라, 참여 작가와 직접 카카오톡으로 1:1 채팅을 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들어 놓은 것도 참신했다.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에 작가에게 직접 문의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장치가 작품 이해를 돕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홈페이지와 앱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도 비교적 직관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기획팀이 직접 내부에서 디자인을 하기 때문인지, 온오프라인의 행사가 시각적으로 잘 연동되어 하나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었고, 인스타그램 역시 전문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간의 한계로 오프라인에서 다 소개하지 못한 작품들은 온라인으로 확인 가능하며, 작가 직접 작성한 작품 소개 글도 읽어볼 수 있었다.

 

직거래장터의 내일

아트온행거는 아직 출범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빠르게 성장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예술품을 구입하고, 더 많은 작가들이 자립하여 전업 작가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중요한 교두보의 역할을 이어나가주길 기대하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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