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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3. 리뷰

<2022 비디오 바이츠>(플랫폼엘, 2022.10.14~18)

by ㅊㅈㅇ 2022. 12. 20.

 

독립큐레이터 단체 티핑포인트스페이스(tipping point space,TPS)는 동시대미술 현장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는 영상미디어 매체를 이용한 작품의 판매를 시도한다. 행사명은 비디오 바이츠(video bites)’, 데이터 볼륨의 기본 단위인 바이츠(bytes)와 한 입 베어문 조각(bites) 두 가지 뜻을 함께 가진다. 작년에 이어 올해로 2회째를 맞았다. 올해에는 잠재적 구매자가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플랫폼엘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비디오 바이츠는 영상 미디어 작품에 등장하는 요소를 파생상품화 하여 구매할 수 있도록 했는데, 회화, 오브제,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파생상품이 제시되어, 영상작품이 조금 더 용이하게 판매될 수 있도록 했다.

행사에 참여한 작가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작가가 대부분이며, 연령대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주최측은 인스타그램, 아트허브 등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작가 공모를 진행하기도 하였는데, 내부 심사를 거쳐 최종 참여작가를 선정했다. 출품작은 특정 주제에 국한되어 있기 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작가 직거래장터 사업인만큼, 판매수익은 100퍼센트 전액 작가가 가져가게 된다. 때문에 주최측은 별도의 참여료나 제작지원비를 제공하지는 않았으며, 작가들 역시 신작을 출품하기 보다는, 기존 작업 중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여 출품한 듯 보였으며, 그 때문인지 작가의 요청으로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영상 작품을 어떻게 판매하고 소장하는 지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이 미비한 것은 물론, 참여 작가들도 판매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기준이 다양한 듯 보였다. 판매시 작성하게 되는 계약서는 작가별로 상이했는데, 사진 작품과 마찬가지로 에디션 수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또는 일정 기간 동안 영상 작품이 올려져 있는 온라인 링크를 전달해 특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대여의 방식도 활용됐다.

비디오 바이츠는 플랫폼엘 공간의 2층과 3층을 이용하여 진행됐는데, 감각적이고 완성도 있는 공간 디자인이 인상적이었다. 영상 작품이 다수 출품된 행사/전시의 경우 디스플레이 된 풍경 자체가 비교적 단조롭고 지루할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는데, 누워서 보는 방식, 책상에 앉아서 보는 방식, 1인 부스안에서 서서 보는 방식 등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방식의 단조로움을 피했다.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부스, 의자, 테이블 등은 나무합판인 에코보드로 만들어졌고, 메탈릭 실버가 주된 색깔로 활용됐다. 메탈릭 실버의 사용은 최신의 기술로 제작된 영상 작품에 미래지향적 느낌을 더했다. 공간디자인을 맡은 팀 힐긋과의 협업이 멋진 연출 효과를 이끌어냈다. 전체 행사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일상의 실천이 맡았다. 비디오 바이츠라는 행사명의 이니셜인 VB가 만나서 합쳐지는 이미지를 형상화한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다.

이 행사에서 좋았던 부분은 인쇄된 리플렛에 다 담기 어려운 작가와 작품에 관한 정보를 웹사이트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 점이었다. 오프라인에서 관심이 가는 작품을 만나면, 작품 옆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상세 내용을 기술한 텍스트가 담긴 웹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었다. 프리뷰 영상 뷰잉도 가능했다. 인스타그램의 공식 계정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 홍보에 힘을 실었다.

그 외에도 새로운 세대의 젊은 컬렉터를 위한 프라이빗 투어, 이미미의 오프닝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던 오프닝 파티, 그리고 변홍철의 디지털 아트 컬렉팅 강연과 이재호의 블록체인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사유해보는 강좌가 행사와 함께 열렸다.

영상 작품의 판매는 해당 매체로 작업을 하는 많은 작가들에게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아직은 대중적인 인식도, 사회적 합의도 충분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같은 실험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티핑포인트스페이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2022 작가미술장터 비평위원으로 참가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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