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p.
카스텔리처럼 가고시안은 아르마니 양복을 유니폼처럼 갖춰 입었다. 이는 예술이 중요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장치였다. 그는 작품이 필요해서 사는 사람은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예술 작품은 생필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사게 만들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가고시안은 딜러의 역할을 단지 작품을 중개하는 것만이 아니라 예술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믿음을 계속 확보해나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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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비즈니스를 알게 된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는 갤러리 관장 가운데 미술이나 미술사 전공자가 의외로 적다는 것이다. 전문 분야임에도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으니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빈 공간이 있으면 갤러리 한번 차려볼까 쉽게 시도하는 이유다. 작가 지망생이 넘쳐나니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을 해야할지 방향이 서지 않는 곳이 많다. 갤러리 성격, 지향점, 활동 범위, 지속성, 그 수준을 결정짓는 것은 자본의 규모가 아니라 갤러리 관장의 능력과 비전이다. 예술에 대한 열정, 작가 및 컬렉터와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인간적인 매력, 그리고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눈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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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비즈니스 운영의 요령과 비결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시스템보다는 인간 대 인간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많다 보니 성공한 갤러리 가운데 대를 이어 성공한 갤러리는 거의 없다.
105p.
데이비드 즈워너의 성공비결. 첫째 자선전시괴흘 열심히 기획해 많은 작가, 컬렉터, 저명인사와 자연스러운 관계를 형성했다. 둘째 전문가를 기용해 갤러리 운영을 체계화했다. 셋째 훌륭한 파트너와 효과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 보통의 갤러리는 관장 한명으로 시작해 차츰 직원이 한두명씩 늘어나며 일당백으로 움직인다. 전시 준비, 작품 판매, 홍보 자료 발송, 포스터 디자인, 이벤트 준비 등 많은 일을 나누어 한다. 직함도 딱히 없어 대부분 디렉터다. 직무 분장과 전문화 작업이 미비하며, 직원과 고용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 데이비드 즈워너는 마케팅과 작품 관리를 개선 지점으로 보고 두 영역에 전문가를 고용해 철저히 준비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사 관리가 먼저 이루어져야 했다. 컨설턴트와 함께 고용 및 보상체계를 설립했다.
125p.
작품을 잘 알아야만 판매를 잘 할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의외로 컬렉터가 작품의 의미를 다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안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몰라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곧 가격이 오를 작품이라는 말에 갤러리에서 작품을 사서 옥션에서 비싼 값에 팔아 차액을 남기려는 투자자형 손님이 아니라, 작품의 의미를 공유하고 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작품을 수집하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컬렉터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컬렉터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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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워너 앤 워스. ... 그들은 유럽과 미국을 잇는 특수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컬렉터에게 작품을 받아 다시 판매하는 2차 시장에 주력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의 프리드리히 플리크의 컬렉션이다. 딜러가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미술관급 컬렉션이었기 때문에 작품이 시장에 나오자 전 세계 컬렉터의 주목을 끌었다.
151p.
컬렉팅은 이상하고 미스터리한 비즈니스입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눈, 한 사람의 열정에 달려 있습니다. 사업가로서 자유로운 상태여야 합니다. 균형, 형평성 등 여러가지 우선적 사항을 고려해야하는 문화 기관에는 맞지 않는 일입니다.
201p.
페로탕은 갤러리스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에 작가가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이라고 답했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팔릴지 안 팔릴지 확신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어마어마한 액수의 자금을 스스로 댈 수 있는 작가는 거의 없다. 갤러리스트로서 그는 금전적 지원을 포함해 완성된 작품을 선보일 공간과 시기 등 창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데 주력한다. 그렇게 키워낸 작가들이 알려지고 널리 활동하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작가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것이 갤러리스트의 임무라는 페로탕의 철학은 작가를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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