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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3. 리뷰

[후기] DCW 안소현 큐레이터 글쓰기 강의록

by ㅊㅈㅇ 2016. 3. 29.

2016.3.29. 최정윤

 

1. 전시의 글쓰기

미술비평문을 살펴보았을 때 빈번하게 사용되는 개념이나 단어들이 있다. 쌍을 이루는 단어들을 종종 쓰는데 이는 매우 상투적일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과 같다. 특정 동사들도 반복해서 사용되는데 단어의 명확한 정의와는 거리가 있게 모호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안소현 큐레이터 본인이 직접 작성한 세 편의 글을 제시했다. 하나는 김민애 개인전 <검은, 분홍공>을 중심으로 쓴 작품론이자 작가론인 관성을 흔드는 역설의 공간이다. 작품의 자세한 묘사가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보이는 것을 설명하는 단계를 뛰어넘고 바로 의미 분석으로 들어가는 평문은 일반적으로 잘 읽히지 않으며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 번째 글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단독으로 기획한 전시 <끈질긴 후렴>의 서문인 숨가쁘고 끈질긴 후렴들: 순수예술과 참여예술의 이분법을 넘어서이다. 특정 사건이나 주제를 다루지 않고 가장 예술다운 방식으로 예술의 정치적 특성을 드러낸 작품들을 모은 전시이다. 기획에 걸맞는 글을 먼저 작성하고, 그 글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택하여 전시를 꾸렸다. 그것은 기획전의 특전이며 두산큐레이터워크숍에서도 마찬가지로 특정 주제에 관해 선언하듯이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글은 작품 자체에 관한 설명보다는 전체 의도를 명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다른 인용문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세 번째로 제시된 글은 상실의 항체가 없는 자의 기록: 장보윤의 사진과 글이라는 작가론이다. 작가론은 작품론보다는 포괄적으로 작품세계 전반을 다루어야 하며, 주례사비평식의 칭찬 일색의 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 안경수, 안정주, 이수성의 사례

세 작가의 작품을 보고 보이는 것을 묘사하고, 형식 분석을 시도한다.

1) 안경수 <blind spot> 2014

시멘트를 바른 부분에 바리케이트를 쳐서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공간을 그렸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그려졌는데 높이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선은 한쪽으로 번지게 그려져 있어 찰나의 흔적을 옮긴 듯 보인다.

2) 안정주 <Thier war 1 Ethiopia>

라운드 1에서는 게임 자체에 집중하는 전체샷을 찍고, 점차 게임을 하는 사람, 그리고 게임 내용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촬영한다. 이 부분은 뒤의 뮤직 라운드와 차이를 부각시키는 대조군으로 기능한다. 뮤직 라운드에서는 화면이 나오기 이전 소리부터 먼저 나오고, 특정 행위를 반복해서 편집하면서 리듬만을 추출해낸다. 직접 촬영한 영상을 음표처럼 사용해 작곡을 한다. 영상과 소리의 관계에 주목하며 형식실험을 지속해 온 작가다.

3) 이수성 <Bachelor Party> 2014

주어진 조건 속에서 작업을 지속하는 작가. 한 작품에 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한데, 추성아는 건조하게 만들기 위한 기계와 실제 물이라는 두 상반된 속성의 물질성에 주목했고, 김수정은 작가가 직접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기계를 통해서 생산된 어떤 대상이라는 점을 지적했으며, 최정윤은 물을 기계가 가진 특정한 목적과 관계없이 만들어지는 잔여물로 읽었다. 이처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보이는 그대로를 묘사하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될 때 더욱 의미가 있다.

롤랑 바르트는 충분한 설명을 통한 이미지 분석에 능통했다. 그 중에서도 백과사전에 관한 에세이, 싸이 톰블리에 관한 평문, 에이젠슈타인의 <전함포템킨> 영화 비평문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상세한 묘사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어야 의미 있는 비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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