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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0. 메모

오프닝을 마치고 & 감사의 인사

by ㅊㅈㅇ 2019. 12. 6.

사실 나는 다른 전시의 오프닝에 거의 가지 않는다. 분당에 이사오고 나서 서울에 막히는 저녁 시간에 나가있기 불편한 것도 있고, 임신하고 나서는 더 저녁시간 외출이 꺼려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좋지만, 어차피 나는 술도 먹지 않고, 또 그렇다하게 친한 크루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아무 전시에도 오프닝에 안간지 꽤 됐다. 가더라도 낮시간에 아무도 없을때, 리셉션 시작 전에 조용히 혼자 먼저 보고 오는 정도였다. 그러니 '품앗이' 개념으로 본다면 내가 한 전시에 아무도 오지 않아도 전혀 서운할 일이 아니다. 내가 호스트가 되는 행사니까 뭔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된다면 기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어젠 갑자기 한파가 몰려와서 영하 9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였고, 신한갤러리 역삼은 역삼역에서도 한참 떨어진 외진 곳에 있어 누구도 마음먹지않고서는 그냥 들릴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의 노력을 해보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메일을 뒤져, 함께 글이나 전시로 인연을 맺었던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 디자이너 등에게 하루 전날 이메일로 전시 초대장을 보냈다. 단체 메일에 누가 답장을 하겠냐만은, 고동연, 류병학 선생님이 응원과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반가운 얼굴들을 오랜만에 한 자리에서 보니까 정말 기뻤고 또 감사했다. 물론 다른 세 명의 참여작가와 겹쳐서(!) 알고 있는 지인 분들도 많아서 나 때문에 와준 것만은 아니었다. 기획전시 때마다, 그리고 위켄드를 운영하던 시절에도 오프닝은 전시 때마다 계속 해 왔다. 오프닝이라는 이벤트를 할 때면 작가마다 전시마다 분위기가 항상 달랐던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오는 사람도 그때그때 다 달랐다. 이번 전시에 와주신 분들은 대부분 일하면서 관계를 맺은 비슷한 또래의 작가, 기획자였다. 그래서 혼자 오신 분도 많았고, 또 구성원 색깔도 다양했다. 신한은행 측에서 오프닝 케이터링을 꽤 멋지게 해주어서, 사람들도 허기를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음식은 다양했고, 상당히 훌륭했다. 누군가는 전시 오프닝에 와서 해당 전시 이외의 얘기를 하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워낙 얼굴 보기도 힘든, 바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니까 각자 근황도 듣고, 다른 전시 소식도 듣고, 못 받은 도록도 받고, 그럴 수 있는 자리여서 좋았다. 아무튼..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더 잘하라는 뜻으로 듣고 더 열심히, 성실하게 읽고, 쓰고, 보고 그래야겠다. 

사실 다 기억은 안나는데.. 작가로는 김미영 이환희 고근호 정진 임지민 홍수진 정유미 백경호 전병구 함혜경 추미림 우정수 이동근 정수정 배헤윰 양유연 정현두 정현, 기획자로는 공효림 김수정 이지민 황경은 김인선 이런 분들이 와주셨다. 관계맺는 사람마다 진심으로 대하고, 일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한결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도록이 오프닝에 맞춰 발간될 예정이었으나, 인쇄에 문제가 생겨 발간일이 늦춰지게 되었다. 주소를 적고 가시면 우편 발송해드린다고 적어놓긴 했으나 대부분 그냥 가셨다. 혹시라도 도록 수령을 원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제 이메일이나 댓글, 문자 등으로 주소를 알려주시면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 어제의 신기했던 경험 하나. 작가의 지인인 작가분들을 몇몇 새로 뵈었는데, 자기소개를 하고 인사를 나눈 뒤, 전화번호 교환, 명함 교환이 아닌!!!! 인스타그램 계정 맞팔(!)로 연락처를 나눴다. 내 인스타그램 계정은 상당히.. 프로페셔널(?)하게 관리하는 계정은 아니라서 TMI의 향연이라 조심스럽긴 했지만, 일단 작가분들은 작업을 손쉽게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라 선호하시는 것 같았다. 인연이 된다면 직접 작업실에 방문해보고 싶은 분들도 몇몇 있었다. 신기한 요즘 스타일(!) 인사법이었다. 

워낙 전시장이 넓어서 꽤 많은 분들이 와주셨는데도 휑해 보인다. 
연말 분위기를 낸다고 붉은 색, 초록색 옷을 골라 입어봤다. 왼쪽부터 신현정 전현선 이희준 그리고 나. (넷다 A형이다..ㅋㅋ)

각자에게 의미있는 한해를 보내자는 모토로 시작했던 전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듯 싶다.

양유연 작가의 도록과, 수정씨 남편 김재훈 작곡가의 앨범, 그리고 김미영 작가가 준 핀란드에서 온 선물. 

아래 사진들은 오프닝 하루전날(12월 5일) 있었던 전시 연계 프로그램 진행 모습이다. 12시에는 신한갤러리에서 진행하는 런치토크 프로그램이 1시간동안 사전 예약하신 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점심 도시락을 제공하며, 전시장에서 전시 투어와, 세미나실에서 작가, 기획자의 토크를 했다. https://www.shinhangallery.co.kr/yo/board/program/591?itemNum=62

오후 2시에는 강남구청에서 진행하는 그림 같은 오후 프로그램이 있었다. 20여 명이 참여하셨으며, 다들 진지한 모습으로 경청하여 주셨고 또 질문과 코멘트도 많았다. 관객 중에는 미술애호가, 큐레이터나 작가분도 몇몇 계셨지만, 대부분은 중년 여성 관객이 많았다. https://rb.gy/jjwhy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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