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컬처의 특집에 소개되어 아카이빙 해둔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소개된 영파워는 대략 나이대로 치면 1977년 출생부터 1993년 출생 사이의 사람들로 제한된 것 같았다. (28~44세) 1980년대 출생의 30대가 가장 많았다.
특집 가장 맨 뒷장에는 추천위원 리스트가 있었는데 총 100명이었다. 추천위원은 2008년 1월호 특집 <신 한국미술 파워 100>에 소개된분 50인과 그 외 50인으로 꾸려져 있었다. 추천위원과의 친분이 없어서인지 나는 떠올랐던 사람이지만 리스트에는 이름이 안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혹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출생이기는 하지만, 이미 기성파워(!)처럼 느껴지는 사람은 굳이 추천을 하지 않아 빠진걸까?
'누가' '누구를' '왜' 추천했는지가 궁금했는데, 그건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특집은 항상 추천인 출처를 안밝히고 뭉뚱그려서 내보내는데 오히려 그게 더 신빙성을 떨어트리는 것 같다. 함께 일했던 부하직원이든, 전속작가든 추천인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추천인의 눈에 더 잘 띄기 마련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연결고리를 그냥 드러내는 편이, 추천받은 사람도 추천받지 않은 사람도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거 아닐까?
잘은 모르지만 추천위원 중에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는 분도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나도 10년 뒤에도 계속해서 미술계에서 뭔가를 하고 있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 소개되었다고 더 뛰어난 것도 아니고, 소개 안되었다고 덜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나 개인으로는, 기자로 일했던 아트인컬처에 소개된 것이 참 기쁘다.
12월 중순 즈음 담당 에디터가 추천을 받은 참여자들에게 직접 소개글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교열을 하기는 했지만, 각 글쓴이의 목소리나 태도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래는 내가 써서 보냈던 원문으로, 그냥 드라이하게 썼다.
미술잡지에서 작가를 소개하는 일은 워낙 매달 있는 일이라서, 이번 특집에서 나는 기획 평론 행정 교육 을 맡은 사람들을 소개하는 게 흥미롭게 느껴졌다. 나는 독립큐레이터로 소개되었고, 나 이외에도 독립큐레이터로 소개된 사람으로는 권혁규 김성우 박가희 박수지 심소미 윤민화 이경미 이정민 이문석 장진택 추성아 이렇게 총 11명이었다.
작가로는 공석민, 권동현, 권세정, 권세진, 기술기, 김뉘역 전용완, 김도연, 김익현, 김현호, 다이애나밴드, 라선영, 로와정, 박광수, 신정균, 안광휘, 압축과 팽창, 양승원, 양유연, 양정욱, 오재우, 오종, 윤위동, 윤향로, 이소정, 이안리, 이은새, 이지원, 이혜인, 임영주, 장종완, 전현선, 정덕현, 정석우, 조종성, 최수현, 최승욱, 최윤, 추미림, 하얀눈, 홍순용, 홍진훤, 황수연 등 42명이었다.
미술평론가로 스스로를 칭한 사람은 문정현 우아름 이양헌 콘노유키 4명이었고, 나머지는 특정 기관 소속 기획자나 교사, 공간 디렉터나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였다.
위의 이미지 세장은 아트인컬처 페이스북에서 가져온 것이다.
내가 에디터에게 보낸 전문의 글은 다음과 같다. 아마도 분량 때문에 일정 부분이 편집된 것 같다. 사진들이 구글 크롬에서는 똑바로 돌아가 보이는데, 익스플로러에서는 안돌아가져있다고 하는데 개별 사진별로 돌리는 방법 말고는 없는지 모르겠다.
최정윤
동시대미술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와 흥미롭게 본 전시에 관한 글을 쓰고, 또 전시를 기획한다. 부산비엔날레(2012), 아트인컬처(2012~2014), 광주 아시아문화개발원(2014), 스페이스윌링앤딜링(2017~9) 등에서 미술 현장을 경험했고, 2014년 이후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현장과 역사, 작품과 이론,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해야 할 일들을 찾아 좇아 나아가고 있다.
2014년 공동 기획한 <청춘과 잉여>(커먼센터)전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동시대적 시각성을 성취해낸 한국의 기성작가 다섯, '지금 여기'를 고민하고 있는 젊은 작가 다섯을 통해 1990년대 이후 한국 미술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일련의 양상과 함께 차이를 보여주고자 했다.
<청춘과 잉여>전에서 인연을 맺은 박미나, 이상훈 작가의 영향으로 동시대적 회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6년에는 1980~90년대 출생의 젊은 회화 작가들 중 가시적인 세계를 캔버스 위에서 재현하기보다 자신만의 체계 내에서 스스로 만든 '규칙'을 따라 제작하는 이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룰즈>(원앤제이갤러리)전을 기획했다.
동세대 작가에 대한 관심은 공간 운영으로 이어져, 영등포에 위치한 비영리 전시공간 위켄드를 공동 설립하고, 1년간 운영을 맡아 이환희, 이희준, 이사라, 함혜경, 전현선, 박아람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또한 두산큐레이터워크샵에 참여해 30대의 젊은 작가 네 명의 작품에서 나타난 각기 다른 방식의 조각적 시도를 탐색하는 <사물들: 조각적 시도>(두산갤러리, 2017)전을 공동 기획했다.
2018년에는 국내 최초, 유일의 장애예술인 창작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12인과 함께 굿모닝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흐르는 흐름>(강남미술관)전을 열었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협력큐레이터로 일하면서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기쁨을 오롯이 체험하며, 작가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전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2019년에는 한 해 동안 신현정, 이희준, 전현선 세 작가와 함께 회화 관련한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하여, 네트워크 안에서의 회화적 가능성을 말하는 <Painting Network>(신한갤러리 역삼)전을 개최했다. 동료작가와 함께 공부하고 또 함께 성장해나가고자 하며, 각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2020년에는 회화 작업하는 작가와 작품, 전시에 관해 지금까지 쓴 25여 편의 글을 편집하여 단행본 출간을 구상하고 있다. 나는 쉽고 명료한 언어로 쓰는 것을 글 쓸 때의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작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본 것을 글로 옮긴다.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독자를 향해 뻗어가는 글을 쓰고 싶다. 또한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진 연구자, 작가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도 다양하고 폭넓은 종류의 작업을 하는 분들과의 새로운 만남과 가능성에 항상 마음을 열어놓고 수용적 태도를 가지며, 무엇보다도 매순간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전시와 행사들이 열리고 또 사라지는 속도의 세계에서 나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꾸준하게 연구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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