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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4. 전시 서문32

[전시가 끝나고] <흐르는 흐름>전 지난 5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12명과 함께 단체전을 꾸리는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그동안 여러 레지던시에 방문도 해보고, 워크숍에 패널로 참여해보았지만 잠실에는 이번에 처음 방문해보게 되었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장애예술가 창작레지던시로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장애예술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지금까지는 없었기에,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범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장애’라는 단어를 써도 괜찮을지 그것부터 확신이 없었다. 전시 준비 과정, 예상치 못한 어려움시작부터 순탄치만은 않았다. 나의 이력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기도 하는 등 작가들은 외부에서 이번 전시만을 위해 투입된 나를 쉽게 믿지 않았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기도 했.. 2018. 10. 15.
[기획의 글] <흐르는 흐름>展 강남미술관 2018.9.1~6 흐르는 흐름 Flowing Flow 이번 전시는 장애예술인의 창작 거점인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는 작가들로 구성됐다. 참여작가 12인은 그들의 신체적 불편함을 뛰어넘어, 창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다. 그들에게 장애는 장애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참여작가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고,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남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골똘히 몰두한다. ‘흐른다’는 동사는 종종 물과 같은 액체의 상태를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한다. 액체는 고체와 달리 그 형태가 일정하지 않고 어디에 담기느냐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며 적응한다. 딱딱하게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어디로든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으며 변화무쌍한 모험이 가.. 2018. 9. 1.
[전시서문] 정유미 개인전 <White Silence>(갤러리밈, 2018.3.7.~19) 보이지 않는 벽에 관하여《White Silence》(갤러리밈, 2018.3.7.~19) 흰색 고요(silence), 푸른색 차가움…. 평면을 바라보는 경험에서 우리는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시각적 경험을 토대로 청각적 혹은 촉각적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심리적인 경험까지 이어진다. 한 점의 그림으로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갈래의 가지를 치며 생각을 이어나간다.어떤 회화 작품을 보면 특정 작가가 바로 연상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대상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경우, 혹은 붓 터치나 색감이 독특하게 일관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정반대로 자신이 쌓아 온 기존 작업 스타일의 제약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는 작가도 있다. 정유미 작가는 후자에 더 .. 2018. 3. 3.
[전시가 끝나고..2] 우리 세대 미술에 관한 관심 우리 세대만의 미술이라는 것이 있을까? 어떤 특성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한 일일까? 혹은 불필요한 일일까? 2012년 연말부터 2014년 4월까지 월간 에서 1년 5개월 정도 기자로 일하면서 매번 편집회의 할 때마다 느꼈던 것은어떤 주제를 가지고 가서 펼쳐 놓아도 찾다보면 이미 다 다뤄진 적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무슨 주제를 애써서 찾아가서 발표를 해도, 항상 몇 년도 몇 월호를 먼저 읽고 오라는 질타를 받기 일쑤였다. 내가 충분히 과월호를 숙지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나는 내가 속해있던 잡지사에서 15여 년의 시간동안 했던 일들조차 완전하게 다 파악하고 있지 못한 설익은 신입이었던 것이다. 대표나 편집장, 선배 기자들은 모두 미술계에서 나보다 적게는 2-3년.. 2017. 12. 28.
[전시가 끝나고..1] <룰즈>와 <사물들: 조각적 시도>를 회고하며.. 전시를 준비하고 만들 때에는 어느 순간 당장 눈 앞에 놓인 일들에 바빠 한 발자국 떨어진 관점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나고 난후에 이 전시가 어떤 의미로 나에게 남는지, 그 이후의 움직임들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등등에 관해서 정리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두 가지 제안 때문에 다시금 작년 이맘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고 있다. 2017년도 이제 몇 일 안 남은 시점에서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하나는 이번주 토요일에 인천 임시공간에서 하게 될 공개 세미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라는 비공개 워크숍이다. 두 가지 모두 내가 기획한, 혹은 공동기획한 전시에 관해서 이야기하게되는 자리이다. 전자는 인천문화재단 지역문화인력양성과정의 전시기획파트 기획 .. 2017. 12. 13.
[기획의 글] curator’s voice_<사물들: 조각적 시도 Things: Sculptural Practice> 2016.1.11~2.18 두산갤러리 설치전경. 사진: 권현정 두산갤러리 큐레이터+아티스트 토크 2017.2.11 14:00-16:00 독립큐레이터 | 최정윤 1. 왜, 지금 조각을 다루는가?2009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린 적이 있다.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에서 조각적인 것이라는 개념을 끄집어내는 것이 유효한지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3차원을 점유하는 입체미술의 새로운 경향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 한 전시라고 큐레이터 김우임은 적고 있다. 8년이 지난 지금, 2017년 우리는 두산갤러리에서 조각적인 것에 관한 전시를 개최하게 되었 다. 동시대 미술현장에서 많은 기획자들은 시각적이거나 물질적인 것보다도 개념 혹은 주제적 인 측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나 본질에 관한 고민을 하.. 2017. 2. 11.
[기획의 글] curator's voice_<룰즈 Rules> 2016.12.22-2017.1.19 원앤제이갤러리 설치전경 (사진: 김상태) curator’s voiceRULES 룰즈2016.12.22~2017.1.26 원앤제이갤러리최정윤 | 독립 큐레이터 대학 시절 처음 미술을 접한 것은 모작 동아리였다. 모네, 드가, 고흐, 피카소 등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컬러로 출력해 유화물감을 사용해 따라 그리고, 학기가 끝날 때 즈음이면 전시회를 열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 오치균의 등의 그림을 좋아했다. 조금 덜 흔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화집을 뒤적이고, 미술 관련 교양 수업을 듣다가 본격적으로 미술사를 공부하게 됐고, 지금에 이르렀다. 동시대미술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회화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많은 작가들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개념에 맞는 형식, 매체를 작품에 맞추어.. 2017. 2. 9.
[전시 관련 기사들] <룰즈>, <사물들:조각적 시도>, <청춘과 잉여>, 위켄드 원앤제이갤러리, [Rules], 2016.12.22~2017.1.26 0. 네오룩 https://neolook.com/archives/20161222a 1. 윤하나 기자, "절망 나라의 행복 작가들이 통치하는 캔버스 유토피아", , 2017.1.13 http://m.weekly.cnbnews.com/m/m_article.html?no=120981 2. 노형석 기자, "연말 봄빛내는 소장, 신예 작가들의 근작 전시들", , 2016.12.29http://m.hani.co.kr/arti/culture/music/776619.html?_fr=gg#cb3. 조상인 기자, "비수기 화랑가에 활력 불어넣는 신진작가전", , 2017.1.10http://www.sedaily.com/NewsView/1OARJVIHPM.. 2017. 1. 14.
[전시서문] 두산갤러리 <사물들: 조각적 시도 Things: Sculptural Practice> 2017.1.11~2.18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 사물들: 조각적 시도기획: 김수정, 추성아, 최정윤 작가: 문이삭, 조재영, 최고은, 황수연 2017. 1. 11 ~ 2017. 2. 18 / 월요일 휴관오프닝 리셉션 / 2016. 1. 11 수요일 06:00pm관람시간 / 10:30am~08:00pm / 주말,공휴일 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두산갤러리 서울 DOOSAN Gallery Seoul서울 종로구 연지동 270번지 두산아트센터 1층Tel. +82.2.708.5050www.doosangallery.com 우리는 이제 세상을 평평한 모니터,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접한다. 직접 보고 느끼는 세상만큼이나 간접적인 창구를 통해 2차적 경험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면’이라는 인터.. 2017. 1. 12.
[전시서문] 원앤제이갤러리 <룰즈 Rules> 2016.12.22-2017.1.19 전시제목 : 룰즈 Rules 전시기간 : 2016_1222~ 2017_0119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1222_목요일_06:00pm참여작가 : 고근호, 김미영, 성시경, 에이메이 카네야마(Eimei Kaneyama), 이상훈, 이환희, 최수인 (총 7인)후원 :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전시장 정보 : 원앤제이갤러리_ONE AND J. GALLERY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31-14 / 82-2-745-1644http://www.oneandj.com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전시 내용]1980~90년대 출생의 젊은 회화 작가들 중 가시적인 세계를 캔버스 위에서 재현하기보다 자신만의 체계 내에서 스스로 만든 ‘규칙’을 따라 제작하는 이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2016. 11. 28.
[전시서문] 금산갤러리, 권용래(Kwon Yongrae) 개인전 <빛의 정원>(2016.7.20~8.16) 진실된 아름다움을 찾아서… 언젠가부터 정치적 메시지나, 특정 이슈, 이론적 맥락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조형 요소 자체를 주제로 삼고 있는 작품을 대규모 기획전이나 국제 비엔날레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된 듯하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수의 현대미술 작가들은 몇몇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전통적 범주의 매체를 벗어나 다양한 형식으로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기존의 매체를 활용한 조형적 작품은 비평의 대상에서 조금씩 멀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하기’의 즐거움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조형적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쫓는 의사(pseudo)-수도승과 같은 작가가 있는가 하면, 시청 앞 광장에서 데모 장면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도.. 2016. 7. 6.
[전시서문] 트렁크갤러리, 추미림(Chu Mirim) 개인전 <일렁이는 그리드에서 태어난 새로운 형태의 모듈>(2016.7.6~28) 그리드 충동: 아스팔트 키드가 그리는 세상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우리의 삶은 변화했다. 손 안의 작은 컴퓨터를 통해 우리는 실시간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도 하고, 은행 업무를 즉시 처리할 수 있고, 슈퍼마켓에 가지 않아도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각종 SNS를 통해서 개별적으로 절대 연락하지 않을 먼 지인의 일상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헤비 인터넷 유저들과 지금 가장 핫한 이슈에 관해 논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이러한 기계를 통해서 세상의 수많은 일들을 간접적으로 접한다. 바쁜 일상에 지친 수많은 현대인들은 손바닥만 한 기계를 통해 집 밖으로 한 발자국 나가지 않고도 아무런 문제없이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 길을 걸으면서도, 대중교통 수단에 몸을 맡겨도, 잠들기 직.. 2016.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