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각 매뉴얼을 따라 이미지를 생산하는 수행자 : 작가 송민규 인터뷰
시각 매뉴얼을 따라 이미지를 생산하는 수행자: 작가 송민규 인터뷰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111장의 평면 작업이 일정한 간격으로 세 벽 가득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들은 몇 가지 패턴이 변형, 반복, 재조합된 이미지인 듯한데, 갈색, 베이지, 파란색, 남색, 보라색, 회색 등 언뜻 채도가 비슷해 보이는 색채들을 사용해 묘한 통일감을 갖는다. 드로잉이 끝나는 지점에는 “수영장 끝에 대서양“이라는 제목 아래 짧은 문구들이 정렬되어 벽에 붙어 있다. 시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한 짧은 메모 모음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이 문구들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만 느껴졌던 평면 작업의 이해를 돕는 단서가 될 수도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거듭 더해진 물음표들을 안고, 전시장의 윈도우 섹..
2016. 9. 20.
[전시 리뷰] 여성, 역할, 미술: 임윤경 개인전 <친숙한 집단, 낯선 개인>(2016.8.20~9.11)
여성, 역할, 미술(2016.8.20~9.11, 스페이스윌링앤딜링) 리뷰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는 속도가 여전히 느릴 수밖에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몸은 임신과 출산을 담당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열 달 동안 배가 불러서 아이를 낳게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보통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고, 보살피는 역할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주로 해왔다. 가정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왔던 것들 말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 엄마들은 출산 이후에도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일을 한다. 집에 떼어놓고 오게 되는 아가는 보모, 혹은 할머니들의 몫이다. 토크에서 임윤경 작가가 언급했던 것처럼, 여성이 해오던 육아 혹은 집안일은 또 다른 여성의 도움으로 그 공백을 메우게 된다. 30대의 여성..
2016. 9. 20.
[작가론] 김연용(Yeon-Yong Kim): 규칙, 공동체, 그리고 관계
(2003) 규칙, 공동체, 그리고 관계: 김연용의 작품을 돌아보며 1. (2003)는 이전하기 이전의 인사동 사루비아다방에서 작가 박기원과 함께 참여한 2인전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75cm 높이로 시멘트 벽에 바니쉬를 바른 박기원의 작품에 어떤 균열을 만들어 내듯, 김연용은 전시장 내부의 캐비닛을 모두 열어서 그 안쪽에 위치한 사무용품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싱크대, 소주병, 냉장고, 도록, 에어콘 등 무대의 뒤편에 해당하는 구역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공개됐다. 다양한 종류의 사물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구획에 맞게 기능별로 혹은 랜덤하게 분류돼 적체되어 있는데, 작가는 그 형태 속에서 사물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규칙-혹은 연대감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려 했다. 캐비닛 안의 사물들은 누군가에..
2016. 5. 3.
더글라스 크림프, 「미술관과 도서관의 서로 다른 인식」, 1981
더글라스 크림프, “미술관과 도서관의 서로 다른 인식”, 1981 리차드 볼턴, 『의미의 경쟁(20세기 사진비평사』, 눈빛, 2001, pp.25-35.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는 1980년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미술관이 설립된 첫 10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당대 회화, 조각, 건축, 판화, 디자인 작품이 전시됐다. 뒤샹의 가 이 시기 가장 중요한 작품이었으나, 전통 장르 중 어디에 소속시킬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어려웠으며, 전반적으로도 회화나 조각보다는 사진, 영화, 디자인 작품이 더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MoMA의 50주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진은 이 전시보다 피카소 회고전과 앤셀 애덤스 사진전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그 시기에 에서는 피카소 특집을 마련하..
2016. 4. 28.
더글라스 크림프, 「픽쳐스」, 1979
더글라스 크림프, “픽쳐스”, October, Vol 8. Spring, 1979, pp.75-88. 는 더글라스 크림프가 기획하고, 트로이 브론턱, 잭 골드스타인, 셰리 레빈, 로버트 롱고, 필립 스미스가 참여한, 1977년 가을, 아티스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전시이다. 이 전시에서 ‘픽쳐스’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식별 가능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 단어가 가진 모호성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불리는 일군의 작품들은 특정 매체에 국한되지 않으며, 사진, 영상, 퍼포먼스, 회화, 드로잉, 조각 등을 총 망라한다. ‘픽쳐’라는 단어는 구어체적으로 보통 어떤 이미지를 지칭하지만, 동시에 동사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상상하다, 묘사하다’ 등의 의미를 가지..
2016. 4. 28.
샤를 보들레르, 「근대 대중과 사진」, 1859
사진이론_2016.3.9 샤를 보들레르, "근대 대중과 사진(1859)", 김우룡 엮음, 『사진과 텍스트』, 눈빛출판사, 2011, pp. 34-42보들레르가 1859년 살롱 전을 보고난 뒤 쓴 글이다. 출품작 제목이 당대 예술가들의 감수성을 반영하는데, 많은 제목들이 대중을 향해 감각적으로 지어진 것은 그들이 회화 혹은 작품의 내용과 같은 본질로 승부를 보지 않고, 제목으로 거짓 흥미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의 취향은 항상 저급하며 예술가들은 대중 취향에 부합해서는 안 된다. 기술의 발전과 물질문명 속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사진이라는 정확성에 대한 과도한 취향을 경계해야한다. 대중의 놀람을 불러일으키고, 주목을 끌 수 있는 전략을 가진 새로운 공업제품 ‘사진기’의 등장은 대중의 바보스러움..
2016. 3. 10.
최범, 「디자인 개념의 인식론적 층위들: 추상, 보편, 역사」1999
디자인과 물질문화1_2016.3.10 최범, “디자인 개념의 인식론적 층위들: 추상, 보편, 역사”, 『디자인과 지식』, 월간 디자인네트, 1999, pp.13-27 1. 디자인의 개념‘디자인’은 개념, 행위, 산물의 의미를 모두 포괄하는 단어다. 여타 기호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이라는 단어 역시 개념의 차원과 지시대상의 차원을 모두 갖고 있는데, 다른 개념과의 차이점은 디자인이 자연물이 아닌 인공물과 연관된 개념이기 때문에 개념의 차원이 지시대상에 항상 선행한다는 점이다.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지시하는 복잡다단한 의미망의 안팎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그 이유는 디자인의 개념이 동일한 평면상의 차이뿐 아니라 상이한 인식론적 층위에서의 차이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넓은 디자인의 개념..
2016.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