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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학] 좀비 형식주의 논쟁: 새로운 추상미술은 가능한가? 좀비 형식주의 논쟁: 새로운 추상미술은 가능한가? 뉴욕현대미술관의 (2014)전을 중심으로 Ⅰ. 들어가는 글 《서울 바벨》(서울시립미술관, 2016.1.19~4.5)전은 서울 도시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독립적인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시적 공동 작업을 동시대미술 흐름 중 하나로 조망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였다. 총 17개의 예술플랫폼이 초청됐고, 그들이 전시에 초청한 작가는 70여 명이었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각자의 관심 주제를 구체화한 작품들이 가득 놓여 있어 혼란스러운 광경을 연출했다.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정돈된 전시장의 풍경을 연출했던 그룹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정신과 시간의 방’이다. 이들은 2015년 4월 1일부터 2016년 4월 1일까지 1년 동안 지속해.. 2016. 7. 8.
[디자인사] 동시대 미술작품에 나타난 ‘디자인 충동’ 동시대 미술작품에 나타난 ‘디자인 충동’: 윤향로, 추미림의 작품을 중심으로 Ⅰ. 들어가는 글 일민미술관에서 열린 《그래픽 디자인, 2005~2015》(2016.3.25.~5.29)전은 2005년 이후 10여 년간 서울에서 이뤄진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의 개인 작업을 집중 조명한 전시였다. 일부 친분을 가진 그룹의 디자이너들만 참여해 편협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기존의 디자인 전시와는 차별화되는 자율적 작업의 결과물로서의 디자인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월간 『아트인컬처』에 실린 《그래픽 디자인》전 리뷰에서 시각문화 연구자 윤원화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맥락에 놓인 이들은 최근 몇 년간 서로 뒤섞이고 상호 참조하면서 미술관으로 역류해 들어왔다. 미술 제도는 이것은 미술이 아니라.. 2016. 7. 8.
[전시서문] 금산갤러리, 권용래(Kwon Yongrae) 개인전 <빛의 정원>(2016.7.20~8.16) 진실된 아름다움을 찾아서… 언젠가부터 정치적 메시지나, 특정 이슈, 이론적 맥락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조형 요소 자체를 주제로 삼고 있는 작품을 대규모 기획전이나 국제 비엔날레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된 듯하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수의 현대미술 작가들은 몇몇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전통적 범주의 매체를 벗어나 다양한 형식으로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기존의 매체를 활용한 조형적 작품은 비평의 대상에서 조금씩 멀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하기’의 즐거움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조형적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쫓는 의사(pseudo)-수도승과 같은 작가가 있는가 하면, 시청 앞 광장에서 데모 장면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도.. 2016. 7. 6.
[전시서문] 트렁크갤러리, 추미림(Chu Mirim) 개인전 <일렁이는 그리드에서 태어난 새로운 형태의 모듈>(2016.7.6~28) 그리드 충동: 아스팔트 키드가 그리는 세상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우리의 삶은 변화했다. 손 안의 작은 컴퓨터를 통해 우리는 실시간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도 하고, 은행 업무를 즉시 처리할 수 있고, 슈퍼마켓에 가지 않아도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각종 SNS를 통해서 개별적으로 절대 연락하지 않을 먼 지인의 일상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헤비 인터넷 유저들과 지금 가장 핫한 이슈에 관해 논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이러한 기계를 통해서 세상의 수많은 일들을 간접적으로 접한다. 바쁜 일상에 지친 수많은 현대인들은 손바닥만 한 기계를 통해 집 밖으로 한 발자국 나가지 않고도 아무런 문제없이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 길을 걸으면서도, 대중교통 수단에 몸을 맡겨도, 잠들기 직.. 2016. 7. 1.
[전시리뷰] 중심에서 주변으로,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으로 <보이지 않는 가족>(서울시립미술관, 2016.4.5~5.29) 중심에서 주변으로, 획일성보다는 다양성으로:(서울시립미술관, 2016.4.5.-5.29)전 리뷰 “2015-16 한불 상호 교류의 해와 롤랑 바르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와 아키텐지역 현대미술기금이 공동 주최하는 전”은 긴 수식어만큼이나 여러모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전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제프 쿤스, 신디 셔먼, 로버트 메이플소프 등 기념비적 사진 작품 200점이 출품됐다.이 전시는 스타이켄이 기획한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전(1955)에 대한 일종의 저항의식을 모체로 삼아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은 공모 방식을 통해 6백만 장이 넘는 사진 중 선택된 503점으로 구성됐으며,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삶의 순간들”을 구성하는 인류에 대한 ‘보편적’ 서.. 2016. 5. 8.
[작가론] 김연용(Yeon-Yong Kim): 규칙, 공동체, 그리고 관계 (2003) 규칙, 공동체, 그리고 관계: 김연용의 작품을 돌아보며 1. (2003)는 이전하기 이전의 인사동 사루비아다방에서 작가 박기원과 함께 참여한 2인전에 출품했던 작품이다. 75cm 높이로 시멘트 벽에 바니쉬를 바른 박기원의 작품에 어떤 균열을 만들어 내듯, 김연용은 전시장 내부의 캐비닛을 모두 열어서 그 안쪽에 위치한 사무용품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싱크대, 소주병, 냉장고, 도록, 에어콘 등 무대의 뒤편에 해당하는 구역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공개됐다. 다양한 종류의 사물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구획에 맞게 기능별로 혹은 랜덤하게 분류돼 적체되어 있는데, 작가는 그 형태 속에서 사물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규칙-혹은 연대감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려 했다. 캐비닛 안의 사물들은 누군가에.. 2016. 5. 3.
[전시 리뷰] 원앤제이갤러리, <한숨과 휘파람>(2016.4.15~5.13) 원앤제이갤러리 전시전경 (사진출처:www.oneandj.com) Richard Hamilton, Just What Is It That Makes Today's Homes So Different, So Appealing? (1956) 권경환, 금혜원 작가의 2인전 (2016.4.15-5.13)이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은 크게 1층과 2층으로 나뉘고, 각 층 역시 약간의 레벨 차이를 두고 반씩 나누어져 있어 총 4개의 레벨로 이뤄진 공간이다. 두 작가의 작품은 마치 하나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1층의 가장 아래 레벨에는 권경환 작가의 L자 앵글로 만든 구조물들이 벽과 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어떤 것은 선반 같아보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책꽂이, 옷걸이, 혹은 아무 기능이 없는 어떤 장.. 2016. 4. 29.
더글라스 크림프, 「미술관과 도서관의 서로 다른 인식」, 1981 더글라스 크림프, “미술관과 도서관의 서로 다른 인식”, 1981 리차드 볼턴, 『의미의 경쟁(20세기 사진비평사』, 눈빛, 2001, pp.25-35.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는 1980년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전을 열었다. 이 전시는 미술관이 설립된 첫 10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당대 회화, 조각, 건축, 판화, 디자인 작품이 전시됐다. 뒤샹의 가 이 시기 가장 중요한 작품이었으나, 전통 장르 중 어디에 소속시킬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어려웠으며, 전반적으로도 회화나 조각보다는 사진, 영화, 디자인 작품이 더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MoMA의 50주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사진은 이 전시보다 피카소 회고전과 앤셀 애덤스 사진전에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그 시기에 에서는 피카소 특집을 마련하.. 2016. 4. 28.
로잘린드 크라우스, 「아방가르드의 독창성: 포스트모던적 반복」 1981 로잘린드 크라우스, “아방가르드의 독창성: 포스트모던적 반복”, October, Vol 18. Autumn 1981, pp.47-66. 1981년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는 “사상 최대의 로댕전”을 개최했다. 전시에 맞춰 은 공개 직전에 새롭게 제작됐는데, 이것은 로댕이 죽은 지 60년이나 지나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많은 관객은 위작 제작현장을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로댕은 죽으면서 자신의 작품뿐 아니라 그의 모든 작품을 청동으로 주조할 권리를 포함한 전 재산을 프랑스 정부에 헌납했기 때문에 새로 만들어진 은 진짜 원작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로댕이 죽기 전에 은 만들어진 적 없고, 마르지 않는 석고 조형만 남아 있는 상태로 미완성이었다. 그러니 은 원작이 없는 상태에서 복제품만 여러.. 2016. 4. 28.
더글라스 크림프, 「픽쳐스」, 1979 더글라스 크림프, “픽쳐스”, October, Vol 8. Spring, 1979, pp.75-88. 는 더글라스 크림프가 기획하고, 트로이 브론턱, 잭 골드스타인, 셰리 레빈, 로버트 롱고, 필립 스미스가 참여한, 1977년 가을, 아티스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전시이다. 이 전시에서 ‘픽쳐스’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식별 가능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 단어가 가진 모호성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불리는 일군의 작품들은 특정 매체에 국한되지 않으며, 사진, 영상, 퍼포먼스, 회화, 드로잉, 조각 등을 총 망라한다. ‘픽쳐’라는 단어는 구어체적으로 보통 어떤 이미지를 지칭하지만, 동시에 동사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상상하다, 묘사하다’ 등의 의미를 가지.. 2016. 4. 28.
[후기] DCW 안소현 큐레이터 글쓰기 강의록 2016.3.29. 최정윤 1. 전시의 글쓰기 미술비평문을 살펴보았을 때 빈번하게 사용되는 개념이나 단어들이 있다. 쌍을 이루는 단어들을 종종 쓰는데 이는 매우 상투적일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다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과 같다. 특정 동사들도 반복해서 사용되는데 단어의 명확한 정의와는 거리가 있게 모호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안소현 큐레이터 본인이 직접 작성한 세 편의 글을 제시했다. 하나는 김민애 개인전 을 중심으로 쓴 작품론이자 작가론인 “관성을 흔드는 역설의 공간”이다. 작품의 자세한 묘사가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보이는 것을 설명하는 단계를 뛰어넘고 바로 의미 분석으로 들어가는 평문은 일반적으로 잘 읽히지 않으며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 번째 글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단독으로 기획한 전시 의.. 2016. 3. 29.
[one work⑯] 국동완 <A Ferry> 2016 국동완 종이에 색연필 195x64cm 2016 국동완의 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6개월 여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다. 매일 일기쓰듯이 조금씩 채워나간 이 드로잉은 1mm도 안되는 듯 보이는 얇은 선들로 세밀하게 그려졌다. 그는 작품의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천천히 나아가면서 그날그날 손이 움직이는 대로 배에 이야기를 입혔다. 관객은 오랜 시간 그림 앞에서서 작품을 들여다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부분은 일본의 우끼요에를 떠오르게 하며, 어떤 부분은 미래주의적 다이내미즘을 연상시킨다. 배는 각기 다른 풍의 문양으로 여러가지 모습을 담은 옷을 입고 있다. 배 중앙에 위치한 창문은 마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영정사진처럼 새겨 넣었으며, 햄버거를 좋아.. 2016. 3. 10.
[one work⑮] 정희민 <dreamland> 2014 정희민 oil, acrylic on canvas 162.2x97cm 2014 정희민은 구글 맵을 통해 지구 저편의 모습을 생생하게 관찰하고 실제와 가상을 넘나드는 공간을 화면 내에서 구현한다. 커서를 옮겨 뷰포인트를 바꾸다보면 어느 순간 연결된 이미지들이 깨지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 파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가 포착한 화면은 모니터 위에서 재구성된 가상 현실에 다름 아니다. 화면 중앙에 두 번 반복해서 덧붙인 메모장의 만화 캐릭터와 이 그림의 연장선 상에 있는 듯 보이는 물결 문양은 관객들 눈 앞에 보이는 화면이 납작한 2차원의 평면임을 확인시켜주듯 삽입되어 있다. 하나의 완전무결해보이는 이미지는 작가에 의해 산산조각 나고, 얼기설기 다시 엉겨붙어 생경한 미래도시 같은 풍경이 된다. * 정희.. 2016. 3. 10.
샤를 보들레르, 「근대 대중과 사진」, 1859 사진이론_2016.3.9 샤를 보들레르, "근대 대중과 사진(1859)", 김우룡 엮음, 『사진과 텍스트』, 눈빛출판사, 2011, pp. 34-42보들레르가 1859년 살롱 전을 보고난 뒤 쓴 글이다. 출품작 제목이 당대 예술가들의 감수성을 반영하는데, 많은 제목들이 대중을 향해 감각적으로 지어진 것은 그들이 회화 혹은 작품의 내용과 같은 본질로 승부를 보지 않고, 제목으로 거짓 흥미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의 취향은 항상 저급하며 예술가들은 대중 취향에 부합해서는 안 된다. 기술의 발전과 물질문명 속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사진이라는 정확성에 대한 과도한 취향을 경계해야한다. 대중의 놀람을 불러일으키고, 주목을 끌 수 있는 전략을 가진 새로운 공업제품 ‘사진기’의 등장은 대중의 바보스러움.. 2016. 3. 10.
최범, 「디자인 개념의 인식론적 층위들: 추상, 보편, 역사」1999 디자인과 물질문화1_2016.3.10 최범, “디자인 개념의 인식론적 층위들: 추상, 보편, 역사”, 『디자인과 지식』, 월간 디자인네트, 1999, pp.13-27 1. 디자인의 개념‘디자인’은 개념, 행위, 산물의 의미를 모두 포괄하는 단어다. 여타 기호와 마찬가지로 디자인이라는 단어 역시 개념의 차원과 지시대상의 차원을 모두 갖고 있는데, 다른 개념과의 차이점은 디자인이 자연물이 아닌 인공물과 연관된 개념이기 때문에 개념의 차원이 지시대상에 항상 선행한다는 점이다.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지시하는 복잡다단한 의미망의 안팎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그 이유는 디자인의 개념이 동일한 평면상의 차이뿐 아니라 상이한 인식론적 층위에서의 차이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넓은 디자인의 개념.. 2016. 3. 10.
[리포트] 따로 또 같이 : 기획자의 협업사례 따로 또 같이 : 기획자의 협업사례 특정 기관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기획, 편집, 공간 운영 등의 일을 두루 도맡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독립 큐레이터’를 줄곧 사용해 왔다. 미술관/박물관 큐레이터가 작품 수집, 보존, 복원, 자료 관리, 전시 기획, 교육 등을 폭넓게 담당하고 있다면, 독립 큐레이터의 역할은 기획, 매개에 더 치중돼 있다. 독립 큐레이터들은 그들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 공간 섭외 등 물리적인 기반을 확고히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데 각 기관에서 주최하는 전시기획공모에 응모하는 방법이 있고, 그 외 대부분의 경우 공공기금에 의존한다. 혹은 전문 기획자를 필요로 하는 행사에 초대.. 2016. 3. 1.
[one work⑭] 김화현 <Crimson/White> 2014 김화현 장지에 수묵 후 채색 49x39cm 2014 어렸을 때부터 한글과 영어를 만화책으로 공부했던 김화현. 그는 그가 가장 익숙한, 그리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의 작품에는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이 마른 몸과 가냘픈 얼굴선을 가진 젊은 남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의 그림이 동양화의 재료를 사용한 것이라는 점은 짚고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김화현은 작품에서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 등 양극점에 있는 요소들을 혼재하여 사용하거나, 어울리지 않을 법한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그가 사용하는 재료와도 깊은 연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장지에는 아교포수를 하여 번짐을 줄이고 섬세한 묘사가 가능하도록 처리하는데, 이는 영정화 등에서 주로 사용되던.. 2016. 2. 11.
[one work⑬] 민유정 <폭풍우 #1> 2012 oil on canvas 62x80cm 2012 민유정은 끔찍한 사건의 현장 사진을 주요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전쟁, 비행기 추락사고, 폭풍우, 지진, 등 다양한 인재 및 자연재해의 현장이 주제다. 그러나 언뜻 제목이나 설명을 읽지 않고 무심하게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파스텔 톤의 색채 때문인지 그의 그림은 밝고 아름다운 느낌마저 준다. 작가 역시 일반 대중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직접 겪지 않는 수많은 사고의 현장을 사진으로 접한다. 사진으로 포착되어 인터넷에 나열된 이미지들은 사건의 순간에서 시간적,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며, 특정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러티브 역시 점차 흐려진다.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득 품은 그의 작품에서 관객은 작가의 눈과 손이라는 필터를 거쳐 또다시 새로운 세계.. 2016. 2. 6.
[one work⑫] 천창환 <Fig> 2014 acrylic on cotton cloths 110x110cm 2014 천창환은 현존하는 이미지(기호)를 새롭게 보는 방식을 제안한다.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여관을 전전하며 돌아다니던 그는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여관으로 발길을 옮기던 중, 간판에 새겨진 붉은 사인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여관은 잠깐의 쾌락을 위한 공간이고, 누군가에게는 거처를 찾지 못해 임시로 머무는 곳이며,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쉼의 공간일 것이다. 이처럼 공간 뿐만 아니라 이미지 역시, 그것을 보는 사람이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대상을 다르게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천을 꾸깃꾸깃 접은 다음, 그 위에 그가 발견한 기호를 촘촘하게 새겼다. 이후 천을 펼치고 나머지 부분을 메꿔나가는.. 2016. 2. 2.
[one work⑪] 최정주 <찰칵> 2015 최정주 46x53cm 2015 최정주는 기존 영화의 한 장면을 가져다 그것을 캔버스 위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첫 번째는 키스 장면을 그린 시리즈였고, 두 번째는 잠자고 있는 인물 시리즈였다. 이 두 시리즈의 공통점은 기존에 존재하는 영상 속의 한 장면을 가져다 화면 위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해냈다는 데 있었다. 두 시리즈 모두 현실과는 거리가 먼 허구를 말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여행을 다니던 중, 혹은 일상에서 직접 찍은 스냅사진을 보고 그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을 지나다가 남아서 버려진 배달음식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비둘기 떼의 모습이라던지,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는 아파트 중앙의 놀이터 전경, 혹은 첨성대 앞에서 웃고 있는 애인의 모습 등을 그린다. 에스키스 대신 항상 붓을 먼저 .. 2016.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