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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269

[작가론] 포스트프로덕션의 개념으로 본 황민규(Hwang Min Kyu)의 작품세계 황민규 , HD video, 00:03:00, 2015: 스틸컷 / https://youtu.be/WJPXhBDWj4g 포스트프로덕션의 개념으로 본 황민규의 작품세계최정윤 (2015)는 3분짜리 짧은 영상 작품이다. 내용도 구성도 어찌 보면 단순하다.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봇을 소재로 한 프라 모델을 열풍기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녹인다. 이 과정을 거꾸로 상영하는 영상에 영화 의 메인 테마곡을 덧입혔다. 검은 배경에 놓인 건담, 그것을 위에서 아래로 비추는 강한 조명,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웅장한 선율까지 합쳐져 신성한 기운마저 감돈다. 영상은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혹은 죽었던 건담이 부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이후 작업들의 전주(intro)와 같은 역할을 .. 2018. 2. 27.
[후기] ‘로컬 큐레이팅 포럼 2017’(인천 임시공간, 2017.9.16) ‘로컬 큐레이팅 포럼 2017’ 후기 예술기획, 큐레이팅, 미술전시, 담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단어들조차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미술을 일상에서 향유하고 비평적으로 접근하는 관객의 수가 적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인구 전체 5천만 중에서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자리도, 미술 관객도, 주요 전시장도, 예산도 서울에 편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불균형은 인구분포도를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관객 혹은 예산이 적다하더라도 의미 있는 기획, 실천은 어디에서라도 이뤄질 수 있다. 그것은 오롯이 각 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획자들의 역량에 달린 일이다. 좋은 기획, 전시를 평가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2018. 1. 24.
[후기] <제3의 과제전> 내부 워크숍(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 2017.12.5) 2017.12.5. 내부 워크숍 후기_최정윤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맞닥뜨린 현실은 말 그대로 ‘멘붕’의 연속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미술사’와 현장의 온도 차이는 직접 겪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느낌으로, 인턴, 코디네이터, 통역 아르바이트 등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분위기를 익히는 수밖에 없었다. 동시대미술 현장을 각기 다른 포지션에서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에게도 희미하기는 했지만 어떤 ‘기준점’이 생겨나는 듯했다. 미술대학에서 작업을 하고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 역시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르겠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작가’로서의 활동을 이어가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전시 공간, 전시를 만드는 사람, 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 .. 2018. 1. 24.
전시의 종류 - 10가지 에이드리언 조지의 큐레이터 라는 책1장에서 발췌한다. 1. 소장품전 collection display :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보유한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 2. 특별전 special display : 상설전과 차별화된 전시. 소장품에 맥락과 의미를 더하고 자료나 작품을 대여하기도 함. - 초점전 in-focus display : 특별전의 일종. 기관 소장품 중 한두점을 주인공으로 선정, 이 작품과 관련한 추가적 정보를 제공하는 기록 자료, 기타 예술작품등으로 꾸리는 전시 3. 임시전 temporary exhibition : 독립 큐레이터나 미술관 외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담당하는 전시. 역사적인 것부터 현대적인 것까지 모두 가능하며, 개인전, 단체전, 주제전 아무 제약이 없다. 대여 작품이 대부분이며, 기.. 2017. 12. 28.
[전시가 끝나고..2] 우리 세대 미술에 관한 관심 우리 세대만의 미술이라는 것이 있을까? 어떤 특성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한 일일까? 혹은 불필요한 일일까? 2012년 연말부터 2014년 4월까지 월간 에서 1년 5개월 정도 기자로 일하면서 매번 편집회의 할 때마다 느꼈던 것은어떤 주제를 가지고 가서 펼쳐 놓아도 찾다보면 이미 다 다뤄진 적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무슨 주제를 애써서 찾아가서 발표를 해도, 항상 몇 년도 몇 월호를 먼저 읽고 오라는 질타를 받기 일쑤였다. 내가 충분히 과월호를 숙지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나는 내가 속해있던 잡지사에서 15여 년의 시간동안 했던 일들조차 완전하게 다 파악하고 있지 못한 설익은 신입이었던 것이다. 대표나 편집장, 선배 기자들은 모두 미술계에서 나보다 적게는 2-3년.. 2017. 12. 28.
[전시가 끝나고..1] <룰즈>와 <사물들: 조각적 시도>를 회고하며.. 전시를 준비하고 만들 때에는 어느 순간 당장 눈 앞에 놓인 일들에 바빠 한 발자국 떨어진 관점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나고 난후에 이 전시가 어떤 의미로 나에게 남는지, 그 이후의 움직임들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등등에 관해서 정리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두 가지 제안 때문에 다시금 작년 이맘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고 있다. 2017년도 이제 몇 일 안 남은 시점에서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하나는 이번주 토요일에 인천 임시공간에서 하게 될 공개 세미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라는 비공개 워크숍이다. 두 가지 모두 내가 기획한, 혹은 공동기획한 전시에 관해서 이야기하게되는 자리이다. 전자는 인천문화재단 지역문화인력양성과정의 전시기획파트 기획 .. 2017. 12. 13.
<no curator> 답변을 준비하며.. 1. 가끔씩 무엇을 위해서 왜 전시 기획을 하는 지 고민할 때가 있다. 왜 할까? 예산과 공간 확보를 위해서 온 힘을 다 쏟고, 작가 한명씩 설득하고 이야기 듣고, 온갖 문제들을 해결하고 조율해야하는 데. 나에게는 보수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명예를 얻는 것도 아니다. 즐겁기 때문에 했고, 함께 했던 누군가가 그 이후에 또 다른 좋은 기회를 만나면 기쁘고, 그런 정도의 만족감이 있다. 전시 기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자 일 할때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다. 지금의 시점에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뒷북인가? 아무도 관심이 없을까? 혹은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게 생각할까? 이런 것들을 생각한다. 전시는 공적인 자리에서 뭔가를 펼쳐 내어 보이는 일이기 때문에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2017. 12. 12.
[전시리뷰] 로우-테크놀로지의 ‘놀이’를 위한 오브제: 장준호 개인전 <조율하는 마음대로>(2017.11.24~12.14) 장준호 혼합재료 2017 로우-테크놀로지의 ‘놀이’를 위한 오브제 : 장준호 개인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7.11.24~12.14) 리뷰 최정윤 (윌링앤딜링 협력큐레이터) 뒤샹의 이후, ‘개념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난 이후, 우리에게 ‘업보’처럼 남은 여러 유산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기본적인 제작의 테크닉과 관련된 기능적 요소를 간과하게 된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오늘날 우리가 미술의 테두리 안에서 보는 많은 작품들은 작가는 개념을 구축, 제시할 뿐 실제 그것을 제작하는 일은 특정 업체에 맡겨도, 스튜디오에서 다른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져도 상관없어졌다.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인가, 웹툰 만화가 몇 명이 나와 제작과정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누군가는 자신만의 그림체를 갖.. 2017. 12. 8.
[작가론] 양유연(Yooyun Yang): 주변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 양유연 2017 주변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 양유연의 작품에 관한 단상 #1 두상과 손잔뜩 겁에 질린 표정, 어딘가를 지긋이 응시하는 눈,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질끈 감은 눈…. 관객은 그림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 직업, 나이, 취향 등 누군가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단서는 모두 그림 바깥에 위치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클로즈업된 인물의 두상, 그 중에서도 눈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바라볼 때, 말을 할 때, 상대방의 눈을 응시한다. 눈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마음을, 감정을, 영혼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눈을 통해 상대방의 진심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누군가의 감정을 파악하고자 할 때.. 2017. 12. 2.
[후기] 블라인드데이트_로렌조 에그레쟈(Lourenco Egreja: 포르투칼 Carpe Diem 디렉터) 블라인드데이트 연계행사 로렌조 에그레쟈(Lourenco Egreja: 포르투칼 Carpe Diem 디렉터) 토크 스페이스윌링앤딜링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블라인드데이트라는 작가 직거래 장터 행사를 3년째 하고 있다. 남서울예술인마을의 작가들과, 윌링앤딜링에서 전시한 작가들, 그리고 이번에는 포르투갈의 카르페 디엠이라는 공간에서 제작되었던 에디션들까지 총 26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대체로 50만원 미만의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로, 수익은 전액 작가가 가지게 되는 행사다. '블라인드 데이트'라는 이름은 마치 이름을 가리고 소개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이름이 모두 삭제된 상태로 전시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작가의 이름이나 유명세 등등 작품 .. 2017. 11. 19.
[후기] 위켄드에서 보낸 1년을 회고하며 작년 11월 말께인가, 제니 조 작가의 연락을 받고 영등포에 위치한 예전 커먼센터로 운영됐던 공간에 다시 방문했다. 그때 당시 미술계 내 성폭력 등으로 분위기는 매우 뒤숭숭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데모가 도시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시기였다. 와 두 전시 오픈을 앞둔 상황에서 당장 공간을 오픈한다는 것은 부담이었지만, 불평 불만만 하지말고 재밌는 일들을 직접 만들어나가보자는 취지에 공감했기에 한 배를 타게 되었다. 2014년 전시 이후 영등포에 다시는 가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던 내가 그곳에 다시 찾아간 이유 중 하나는, 도망치고 싶었던 것, 다시 직면하기 두려운 어떤 것에 맞서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2층과 4층도 비어있기는 했지만, 아무런 예산 .. 2017. 11. 19.
[후기] 대구아트페어(2017.11.8~12)를 다녀와서 갤러리2의 정재호 대표님이 대구아트페어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그분의 강력한 초대(?)로 스페이스윌링앤딜링도 이번에 처음으로 아트페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할 때 정기구독 판매 부스에 몇 번 동원되어 나가본 일이 있기는 하지만, 아트페어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3일 동안 김인선 선생님과 전시장을 지키고 앉아 있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대구아트페어 2017에는 총 101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각 부스 당 적게는 3~4점, 많게는 20여 점을 가지고 나와 판매했다. EXCO 내부를 몇 바퀴 돌면서 생각했던 것은, (굳이 이곳에 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일지 몰라도) 시장과 현장이 매우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미술관이나 비.. 2017. 11. 19.
[전시리뷰] 빛과 그림자를 평평하게 옮기는 방법: 이희준 개인전 《에메랄드 스킨》(이목화랑, 2017.11.17.~12.9) 이희준 , Oil on linen, 91 x 72.9 cm, 2017 빛과 그림자를 평평하게 옮기는 방법 : 이희준 개인전 《에메랄드 스킨》(이목화랑, 2017.11.17.~12.9) 리뷰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파란색, 녹색, 군청색, 보라색까지 푸른 계열의 색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색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까닭은 화면 위에 펼쳐지는 형태가 기하학적(geometrical) 선과 면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에 의하면, 이번 전시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과 블라인드 각도에 따라 그 위에 생성되는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를 다룬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정이나 직장에서 사용하는 일상적 오브제인 블라인드는 이희준이라는 작가의 눈과 손을.. 2017. 11. 18.
[작가론] 김하나(Kim Hana): 감정의 재현을 통해 구축한 심리적 풍경 김하나 130.3x162.2cm 캔버스에 유채 2016 / 90.9x72.7cm 캔버스에 유채 2014 감정의 재현을 통해 구축한 심리적 풍경 : 김하나 작가의 작품에 관한 짧은 글 김하나의 추상적 회화는 오묘한 매력을 갖는다. 아무 설명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김하나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오로라’가 떠올랐다. 오로라는 북극 지방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기상 현상이다. 오로라를 보면 붉고, 노랗고, 퍼렇고, 거뭇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색깔이 마치 마법처럼 어우러져 있다. 그의 초기 작업은 작가가 직접 체험해보지는 않았던 ‘빙하 풍경’에 관한 작품들이다. 파편적으로 수집한 빙하에 관한 다양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신비함, 불규칙적 변화, 혹은 그것을 바라보는 감정을 다루었다. 물은.. 2017. 11. 17.
[전시리뷰] 무엇을, 어떻게, 왜: 전병구 개인전 <Afterimage>(스페이스윌링앤딜링, 2017.10.13~11.2) 전병구 40.9x53cm oil on canvas 2017 무엇을, 어떻게, 왜 : 전병구 개인전 (스페이스윌링앤딜링, 2017.10.13~11.2) 리뷰 전병구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인 를 보기 위해 전시장에 들어서면 약간 썰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작품의 크기가 작고, 작품 수도 아주 많은 편은 아니라 멀리서 한 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형태의 전시는 아니기 때문이다. 관객은 작은 크기의 작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마치 자석에 이끌리는 쇠붙이처럼 작품 앞으로 자연스럽게 이끌려 간다. 작품이 담고 있는 개별 이야기와, 그것을 이미지로 구현할 때 활용하는, 캔버스 바닥이 살짝 느껴질 정도의 얇은 붓놀림을 차근차근 살피면서 전시장을 몇 차례 돌고 나면, 작가가 붙인 전시의 제목처럼 그 ‘잔.. 2017. 11. 1.
[작가론] 노은주(Eun-joo Rho): 생성과 소멸, 그리고 반복 노은주 캔버스에 유채 89.4x130.3cm 2013 노은주 캔버스에 유채 162.2x130.3cm 2011 생성과 소멸, 그리고 반복: 노은주의 작품 세계에 관한 짧은 글 최정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집은 계속 더러워지는 중이다. 바닥과 가구 위에 먼지가 사뿐히 내려앉아 그것을 닦거나 털어주어야 한다. 사람 몸도 마찬가지다. 손톱과 머리카락은 계속 길어지고, 우리는 지속적으로 그것을 잘라내어 깔끔하게 한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다육식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적당한 물과, 바람과, 햇빛을 맞으며 잎이 추가되었다가 또 그 균형이 깨어질 때는 잎사귀를 떨어뜨린다. 생성과 소멸의 사이클의 반복은 시간을 축으로 삼은 삶의 본질적인 부분에 다름 아니다. 무언가는 새롭게 만들어지고, 또 무언가는 버려진다. 손에 새.. 2017. 10. 23.
[인터뷰] WEEKEND_전현선 작가와의 대화 전현선 ⟨모든 것과 아무것도-쓰러진 흰 나무와 숲⟩ 캔버스에 수채 100×300cm 2017 (사진: 윤병주) 일시: 2017. 9. 21. 14:00-16:00장소: Weekend 위켄드인터뷰어: Weekend 최정윤, 이나정 전현선은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에 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고민하는 작가다. 동화책에서 텍스트와 함께 제시됐던 삽화에서 영감을 받아, 초기에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미지를 재구성해내는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끊으며, 번역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역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후에는 뿔이나 숲과 같이 단순하게 도식화된 형상을 활용해 그가 상상하는 장면을 자유롭게 표현해 왔다.이번 전시 《모든 것과 아무것도》에.. 2017. 9. 23.
[전시리뷰] 이환희 개인전 <Gambit>(소피스갤러리, 2017. 9. 6~27) 이환희 Alkyd, pencil, oil on canvas 60x70cm 2017이환희 Alkyd, pencil, oil on canvas 199x255cm 2017 “추상으로의 환원은 매스미디어의 시각 이미지 과잉과 강한 대조를 이룬다. 무언가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나 내러티브가 없다면, 관객은 본다는 행위가 부여하는 즉각적이고 감각적 경험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 추상을 선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자기표현이라는 추상표현주의 개념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다. … 추상회화는 매개 과잉인 현대사회에 하나의 해독제로 작용할 수 있다.”작가가 누구인지, 어떤 맥락에서 이 작품이 만들어 진 것인지, 꼼꼼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얼핏 이환희의 작품은 두꺼운 마티에르(matière; 재질감)를 가.. 2017. 9. 14.
[작가론] 심혜린(Shim Hyelin): 매일의 삶을 기반으로 한 이상적인 세계 심혜린 130.3×163.3cm 2016 매일의 삶을 기반으로 한 이상적인 세계: 심혜린의 작품에 관한 짧은 글 2017년, 오늘날의 동시대미술 현장에서 ‘추상 미술’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우리는 추상을 손쉽게 구상의 반대말, 즉 특정한 형상을 인지할 수 없도록 제작된 회화나 조각 작품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구상 혹은 추상의 기준으로 대상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오늘날 미술에서 회화나 조각은 활용가능한 여러 매체 중 하나이며, 그 중에서도 추상미술은 더 좁은 분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흐름 속에서 추상이 유효한 지점이 있다면, 그것이 본질적으로 변화와 역사에 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1] 우리는 모든 것이 과잉인 시대를.. 2017. 9. 4.
[전시 리뷰] 함혜경 개인전 <보이스 오프>(위켄드, 2017.6.10~7.9) 위켄드 설치 전경 Photo by Jungsu Kim 함혜경 개인전 (2017. 6. 10~7. 9) 리뷰 철공소로 가득한 영등포 대로변에 캘리포니아 바다의 석양을 담은 사진이 붙어있다. 노래방 배경화면 같기도 한 이 ‘바다와 석양’ 사진은 아마도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흔한 이미지다. 그런데 영등포에서는 이 흔한 이미지가 생경하게 다가온다. 어렵사리 유리문을 당겨 안쪽으로 들어가려니 블라인드가 쳐져있어 진입이 쉽지 않다. 5평 남짓되는 작은 방에는 두 대의 텔레비전에서 재생되는 비디오 작품 두 점이 재생된다. 한쪽은 파란 줄무늬의 침대, 맥주가 가득 들어있는 냉장고, 회색 러그에, 공기청정식물이 노란 조명과 함께 놓여있어 마치 침실 같고, 흰 샤워 커튼 너머로는 세면대와 거울이 있어 화장.. 2017.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