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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work⑩] 전현선 <서툰 관찰자의 기록> 2015 전현선 watercolor on canvas 162.2 x 372.7cm 2015 전현선은 캔버스 위에 수채물감에 미디엄을 섞어 그린다. 드로잉의 느낌에 가까우면서도, 납작한 물성이 강조되어 생생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동화나 신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스스로 새로운 서사를 화면 위에서 만들어 나간다. 그는 "신화를 좇는 일이 과거로 떠나는 일 같지만, 그것이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상 속의 상황 속에서 그는 명쾌한 답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대상을 캔버스 위에 그리면서 그가 가장 자주 그렸던 형태는 원뿔이었다. 원뿔은 추상적이지만, 동시에 근원적인 형태감을 갖춘 대상이다. 원뿔은 특정한 대상을 지칭한다기 보다는 상징적인 기호로서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 2016. 1. 24.
one work 시리즈 설명 일 년에도 수천 여 건의 전시가 열리고, 새로운 작가들이 미술계/대중에게 계속 소개된다. 하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붙잡지 않으면 작은 모래알들은 어느 새 우수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 버리고 만다. 이미 전업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들의 경우에는, 관련 평론글, 스테이트먼트, 전시서문 등 관련 텍스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어느 정도 작품세계나 작업관이 구축되어 견고해진 상태의 작가의 경우에는 그를 설명하는 방식이 대부분 비슷한 경향을 띤다. 그래서 이미지 작업을 언어화하는 일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그렇지만 전시 횟수나 작품 수가 많지 않고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젊은 작가의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젊은 작가의 작품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필자와 .. 2016. 1. 21.
[one work⑨] 문경의 <푱 푱푱 푱푱푱 푱> 2015 문경의 캔버스에 유채 162.2×260.6cm 2015 문경의는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활용하여 작가가 영향을 받은 각종 소스들을 뒤섞어 만든 새로운 이미지를 그린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행사 어시스턴트로 고용된 두 젊은이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린 것이다. 생존을 위해 알바를 해야하는 젊은 여성은 교복을 입고 여고생 역할을 연기하고 있으며, 끝없이 울리는 전화벨에 일일이 대응하느라, 애니메이션 캐릭터 넥타이를 한 남성 역시 분주하다. 삼다수와 볼빅은 비슷한 디자인을 한 물병이다. 그 둘 사이에서 우리는 모종의 연관관계를 읽어낼 수 있는데, 사용된 언어가 우선 다르고, 변환되는 과정에서 원형 역시 변형된다. 이는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많은 미대생들이 겪는 상황과 닮아있다. 재료도, 기법도 .. 2016. 1. 21.
[아티클] Roger M. Buergel, ‘This Exhibition Is an Accusation’: The Grammar of Display According to Lina Bo Bardi 출처: http://www.afterall.org/journal/issue.26/this-exhibition-is-an-accusation-the-grammar-of-display-according-to-lina-bo-bardi1 Lina Bo Bardi, interior installation display, 1957—68, Museum of Art of São Paulo. Photograph: Paolo Gasparini. Courtesy Instituto Lina Bo e P.M. Bardi and Paolo Gasparini There are two good reasons, at least, to lay claim to the architectural legacy of Lina Bo Bardi, .. 2016. 1. 20.
[전시리뷰] 스페이스윌링앤딜링 PT&Critic 2013 Reunion(2015.12.22~2016.1.17)과 단상들 PT & Critic 2013 Reunion 과 단상들 2013년 1월, 노은주의 개인전 , 그리고 2월 김영민, 구민정의 , 7월 한성우 개인전 가 각각 열렸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2016년 1월, 이 넷의 리유니온(Reunion) 전시가 개최되었다. 스페이스윌링앤딜링의 PT&Critic 프로그램은 신진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또한 작업 방향에 관해 토론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고,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의 시점에서 기존 프로그램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한 번 전시한다는 것은 그들의 작업세계의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인지 혹은 기존 관심사의 깊이가 더해졌다면 그 또한 어떤 모습인지 지켜보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든다.노은주 작가는 사라지고 또 새롭게 구축되는 도시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왔다. 낡은 건물들.. 2016. 1. 20.
[one work⑧] 고근호 <A to A'> 2014 고근호 acrylic on canvas, 130.3*291.0cm (3 parts, 130.3*97.0cm each), 2014 고근호는 구글에서 기호 군집체인 유니코드 블락(unicode block)을 다운로드 받았다. 또한 스크린에서 매우 작은 크기로 존재하는 각종 화살표 이미지를 수집하고, 그것들을 모아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덩어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용해 캔버스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화면 안에서 만들어진 A는 A'가 되고, A와 A'는 또 다른 A''가 되면서 이러한 반복의 행위가 이어져 나간다. 아무 색도 입히지 않은 퓨어한 바탕 위 에는 물을 섞지 않은 순도 백 퍼센트의 아크릴릭 물감을 진득하게 바른다. 각각의 이미지는 하나의 두께를 만들면서 레이어가 쌓일 수록 화면에서.. 2016. 1. 14.
[one work⑦] 강서경 <Mora> 2015 강서경 Gouache on mulberry papart mounted on canvas 50x40x12cm 2015 모라(Mora)는 국어국문학자료 사전에 따르면, "음의 길이에 있어 상대적인 단위"를 뜻한다. 단모음 1음절의 음장을 1모라, 장모음 1음절의 음장을 2모라로 취급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시간을 내포한 단위로 그것들이 모여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마치 음절이 모여 단어가 되고, 단어가 모여 문장과 문단을 이루듯이, 강서경의 최소 단위는 끝없이 증식 가능하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기본 단위가 연결돼 이어지는 형태인 셈이다.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는 정간보의 개념도 쓰고 있는데, 이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유량악보로,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칸을 나누고 그 한 칸을 1박으로 인식.. 2016. 1. 14.
[one work⑥] 최수인 <구름 아래 우주선> 2015 최수인 Oil on canvas 227x145cm 2015 / oil on canvas 227x145cm 2015 / oil on canvas 227x145cm 2015 2009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최수인. 그가 꾸준히 천착하고 있는 주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에 관한 것이다. 그는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방어 심리와 그것을 잘 표현하기 위한 나만의 무대를 지속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초기 작품은 특정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당사자가 포즈를 취하고 세팅된 무대에 서 있는 장면들을 담고 있다. 자연물, 인물, 배경 등 화면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특정한 심리적 분위기를 말하고 있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러다 점차 한 인물의 개인적 경험으로 이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인공과 배경이.. 2016. 1. 14.
[one work⑤] 김미영 <A Freeze Fame> 2014 김미영 Oil on Canvas 97 x 130 cm 2014 작가에게 흰 화면은 벽에서 나무 지지대의 두께만큼 떨어져 존재하는 하나의 레이어다. "얇게, 두텁게, 빽빽하게, 느슨하게, 긋기도, 펴기도, 흘리기도, 누르기도, 긁어내기도" 하면서 이 모든 붓터치가 합쳐져 하나의 구멍을 메꾼다. 김미영은 캔버스를 일종의 게이트, 창문으로 생각한다. 세상과 작가 자신을 잇는 어떤 통로로서의 화면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게이트에 작가는 격자무늬를 반복해서 그려넣는데, 이는 창살의 은유적 표현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다양한 붓놀림으로 쌓아올린 색채 덩어리들을 일정 부분 '닦아 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완성시킨다. 흰 사각형 안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얹어 만드는 행위가 아닌, 기존에 쌓아올린 것을 덜어내는 방식을 활.. 2016. 1. 14.
[one work④] 노은주 <풍경1> 2015 노은주 oil on canvas 162.2x130.3cm 2015 노은주는 기존에 재건축 현장을 담은 보도사진을 변형한 이 시대의 풍경화를 줄곧 그려왔다. 집이라는 공간 구조가 인간의 삶에 직, 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조망해보려 한 시도였다. 폐허가 된 오래된 집들, 그리고 하얗게 뒷 배경을 처리해서 초현실적 느낌을 부각시켰다. 배경과 더불어 아슬아슬하게 지탱되고 있는 나무, 종이 구조물들을 함께 그렸다. 고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대상은 폭삭 주져앉아 형체가 사라진 풍경과 대비를 이뤘다. 그러다 가장 최긍 작업은 조물주로서의 작가의 자의식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도시 곳곳에서 주워 모은 쓰레기, 혹은 건축 현장의 잔여물, 그리고 작가 자신이 직접 종이로 만든 구조물들을 함께 병치하여 일종의 2016년.. 2015. 12. 29.
[one work③] 채유수 <지하철> 2011 채유수 2011 지하철은 대도시에만 있다. 아파트 숲에서 사람들은 매일 아침 걸어나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몇 분이든 몇 시간이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지하철은 버스나 자동차에 비해 교통 체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안전한 수단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지각하지 않을 수 있어 좋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은 다들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다. 크로키(croquis)하기에는 움직이는 사람보다는 가만히 있는 사람, 그리는 이를 의식하는 모델보다는 신경쓰지 않는 모델을 그리는 것이 수월하다. 채유수는 1, 2, 3, 5호선에 몸을 싣고 각 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재빨리 포착해 냈다. 그것은 몇 백, 몇 천 점이 되어 책 한 권으로 묶인다. 날짜 별로, 역 별로, 사전식으로 정리해서 엮었.. 2015. 12. 28.
[one work②] 이환희 <Grounds> 2015 이환희 Marker pencil drawing and oil on canvas 90.9x72.7cm 2015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여러 개의 이미지들을 불러 온다. 각각의 아트보드(artboard)들은 동일 선상에 놓여 평평하게 겹친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같은 툴의 사용이 누구보다도 익숙한 젊은 작가들에게 이러한 방식을 통한 이미지 배합은 자연스러운 귀결처럼 보인다. 마티에르(matière)가 강조된 부분, 싸이 톰블리의 낙서처럼 무심하게 마커로 그은 교차선, 심장과 그것에 연결된 정맥과 동맥처럼 보이는 저 구조물은 하늘에 둥 떠있듯 그림자가 바닥에 깔려 있다. 그림의 각 부분 부분들은 일러스트레이터 툴에서 불러다 모은 이미지들처럼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는듯 있는듯 함께 부유한다. 그는 자신의 눈과, 귀.. 2015. 12. 27.
[one work①] 박정혜 <亡者’S> 2014 박정혜 Acrylic on canvas 9􀀚7x97cm 2014 화면 안에는 수박 씨앗 모양으로 잘린 색종이가 7장 겹쳐져 놓여 있다. 겨자색 사각형 넷과 검정 사각형 셋. 그 잘려나간 조각들 역시 화면의 빈 부분에 위치한다. 화면 안에는 작은 화면들이 계속 얹혀진다. 어떤 대상인지 쉽사리 인지할 수 없는 평면-조각들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배경과 대상을 분리해서 인지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풍경은 자못 초현실주의적으로 느껴진다. 음과 양, 안과 밖, 덧셈과 뺄셈, 자르기와 붙이기, 볼트와 너트 같이 쌍을 이루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그 짝이야 말로 한 쌍을 이뤄 새로운 것을 생성해내는 원천인지도 모르겠다. 쌍을 이루는 요소들이 함께 놓여 있다는 점에서 '소우.. 2015. 12. 27.
[리포트] 2016년 각종 전시기획 공모 연말이 되면 각종 공모전과 지원사업이 시작된다. 이듬해의 프로젝트들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많은 기관/공간에서는 매년 여러개의 전시를 하려다 보면 진행하는 사람도 엄청 빡세다. 큐레이터가 한 7-8명쯤 되서 한 전시를 오랫동안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부 사람의 제안을 받아 외부기획을 진행하는 것도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보니까 그 타협안으로 나온 것이 공모전 형식의 외부 기획공모다. 생각보다 꽤 여러 기회가 있다. 몰라서 놓치는 경우가 많다. 1. 신한갤러리 역삼 http://www.shinhangallery.co.kr/yo/board/notice/281?itemNum=53&url=7143Opw0cUt7DQK8veDIze5Qekc1ZaNk ~2015.12.31.. 2015. 12. 24.
[도록] <두렵지만 황홀한>(하이트컬렉션, 2015.2.27~6.5) 도록 리뷰 (하이트컬렉션, 2015.2.27~6.5) 도록 리뷰 참여작가: 김민호, 박종호, 백경호, 왕선정, 유한숙, 장재민, 전현선, 정유선, 정은영, 조송, 최수연, 최정주, 허수영 기획: 이성휘주최: 하이트문화재단, 후원: 하이트진로주식회사 편집 및 디자인: 워크룸 사진: 참여작가들, 임장활(그라피토) 주황색과 파란색 두권으로 이뤄져 있다. 주황색은 작가별 짧은 길이의 스테이트먼트와 작품 이미지 화보로 구성됐다. 파란색은 큐레이터 이성휘의 전시 서문, 강석호-전현선, 최수연, 정유선 / 김지원-왕선정, 박종호 / 노충현-백경호, 장재민 / 유근택-김민호, 조송 / 최진욱-최정주, 정은영 / 홍승혜-유한숙, 허수영 / 총 6인의 추천자와 13명의 참여작가 사이에 오간 편지글, 흑백 도판 이미지를 담았다. 마지.. 2015.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