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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2 (비디오바이츠, 키키스미스, 강석호) 플랫폼엘, 비디오바이츠 서울시립미술관, 키키스미스, 강석호 강석호 2022. 12. 19.
아트경기_이병찬 작가 이병찬이 만든 거대한 생명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 같은 모습을 한 채로 시시각각 전시장에서 움직인다. 비닐을 라이터로 녹여 손으로 이어붙인 그의 작품은 얇고, 연약하고, 가벼운 재료인 비닐로 제작됐고, 텅 빈 내부에는 바람을 주입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이 보인다. 각기 다른 크기의 전시장을 거대한 스케일로 가득 채우며 관객을 압도하는 그의 작품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인천 송도에서 학교를 다니며 허허벌판, 공사판이던 지역이 개발의 과정을 통해 자본의 위엄을 과시하는 새로운 도시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목도했다. 도시의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가장 큰 원동력은 다름 아닌 자본이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 속에서 수 차례 이사를 다니고, 자본의 논리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항상.. 2022. 10. 17.
아트경기_박해선 작가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잘해야 한다” 같은 말을 여기저기서 흔하게 듣는다. 2022년 한국은 바쁘고 힘들게 그리고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만성피로로 번아웃은 물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운동이든 취미생활이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또 새로운 하루를, 한주를 살아나간다. 예술의 역할이나 중요성에 관해 말할 때, 사람들은 각각 다른 입장을 취한다. 누군가는 새로움에 대한 추구를 중요하게 여기는가 하면, 누구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고, 누군가는 치유나 심리적 만족감을 강조한다. 박해선은 조용하고 담담하게 남들이 무심코 지나갈 법한 사소한 장면을 그린다. 원래의 가치를 상실하였거나, 온전하지 못하다는 이유.. 2022. 10. 17.
아트경기_장입규 작가 싸이월드에 미니룸이라고 각자의 미니홈페이지 안에 작은 방을 꾸며 만들어놓을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있었다. (요즘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는 네이버의 제페토나 아크버스가 있다.) 가상공간에서 나를 대신할 아이콘의 머리모양, 옷, 표정 등을 고르고, 말풍선에 하고픈 말도 적어넣는다. 실제 내 방이 어떻든 상관없이, 미니룸에는 내가 좋아하는 가구와 사물들로 가득 채워넣을 수 있다. 우리는 실제 삶의 공간보다 더 빛나고 아름답고 귀엽게 미니룸을 꾸밀 수 있고, 나의 취향을 누구에게나 보여준다. 이곳은 현실에서 하기 어려운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정 반대로 뒤집어, 미니룸이 진짜라고 상정하고,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에 미니룸의 모습을 똑같이 펼쳐보이는 걸 상상해본.. 2022. 10. 17.
과정 안에 머무르기: 정하슬린의 작품에 관하여 (픽셀카운팅, 2022.10.6~25) 전시 도록 수록 예정 과정 안에 머무르기: 정하슬린의 작품에 관하여 1.정리와 청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해야하는 기본적인 일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청소다.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먼지와 머리카락을 닦으며,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해야한다. 그런데 청소를 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정리다. 불필요한 물건은 없애고, 또 사용할 물건들은 한 곳에 차곡차곡 정리한다.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에는 이미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사용할 것 같은지,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컴퓨터의 바탕화면 혹은 외장하드를 정리하는 걸 생각한다면 더 쉽게 이해가 될지도 모르겠다. 시각적인 창작물을 만들 때에도 이러한 기본적인 과정을 거치는 것은 동일하다. 다양한 경로를 통.. 2022. 10. 9.
2022.10 (인천아트플랫폼, 아트플러그 연수, 양정욱, 마더후드, 업체, 수집의기쁨, 아트성수) 인천아트플랫폼 오픈스튜디오 이진형 개인전 Odonata 매칭되어서 글을 써야한다. 오픈스튜디오 아트플러그 연수_ 조용하고 풀냄새도 좋고.. 좋았다. 인천에 생긴 새로운 레지던시라고. 결과보고전 형식인듯. 조주리 큐레이터가 기획으로 참여했다. 갤러리소소, 양정욱 원래 파주에 있던거가 을지로에 새로 내고 여기를 메인으로 하신다고.. 5층은 대관도한다고 들어서 겸사겸사 구경왔다. 갤러리소소, 마더후드 김효정 이라는 독립큐레이터가 기획했다고 하고 이대 미사과 출신이라고 이은주 샘이 알려주심. 은주샘하고 뭐 계속 같이 하시는것 같았다. 인스타보니 두 아들의 어머니이신것 같았음. 두산갤러리, 업체 에르메스 류성실도 그렇고 두산 업체도 그렇고 이번에 큰 상을 받은 두 작가들 작품이 어떤면에서 좀 비슷한 결이 있는 것.. 2022. 10. 3.
2022.9 (류성실, summer love,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이미정, 엠마 웹스터, 최하늘, 최기창, 김미영, 21세기회화, 물질구름, 아뜰리에에르메스, 류성실 송은아트스페이스, summer love 2022 gladstone, rirkrit tiravanija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g갤러리, 이미정 페로탕 도산공원, Emma Webster 갤러리2 최하늘 프로젝트스페이스미음 최기창 이화익갤러리 김미영 새로운 시도들을 선보인 김미영작가. 인디프레스, 21세기 회화 양정무 선생님이 기획하신 전시. 오랜만에 최수인 작가 작품도 보고.. 아트스페이스3, 물질 구름 이은주 선생님이 기획하신 회화전시. 예전에 강석호 샘과 같이 기획하신 시리즈가 있었는데 그 전시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거라고한다. 스페이스윌링앤딜링, 김정욱 남진우 중간지점 둘, 한국화와 동양화와 을지로에 중간지점이 서촌에 두번째 지점을 냈다고 한다. 콘노유키가 기획한 전시가 첫 전시로.. 2022. 9. 28.
박미라 개인전 <막간극>(보안여관, 2022.8.27~9.18) 전시리뷰 어른을 위한 동화: 박미라 개인전 전시 리뷰 지하철에서 내려서 계단을 올라오다가 문득 바쁜 걸음을 멈추고 사람들을 구경한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통화를 하며 목적지를 향해 모두가 발 빠르게 움직인다. 무엇보다 누구 하나 튀는 색 없이 회색, 남색, 검정, 베이지 무채색의 옷을 입고 있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 조용한 것은 덤이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평범할 것을 강요받으며 산다. 범주화되어 순응하며 튀지 않고 사는 것 말이다. 생존을 위해 바쁘게 살다보면 우울이나 권태에 빠질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오는 것은 어쩌면 번아웃(burnout), 지치는 일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기에 먹을 것, 입을 것을 고민하며 돈을.. 2022. 9. 26.
돈과 지속성 아이유 이효리 산다라박. 여자 아이돌 재산 순위랬나 그런 리스트가 찌라시같은 기사를 통해서 공개됐다. 돈이 저렇게 많은데 왜 계속 일을 할까? 라는 질문이 댓글로 있었고 사람들은 여러가지로 추측을 올렸다. 진짜 일이 재밌어서. 걸어다니는 기업 수준이라 책임져야하는 인생이 많으니 쉴 수 없음. 관심을 받아야만 살 수 있으니 그걸 멈추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 것. 등등... 물론 재테크도 잘 했을 것이고 운도 따랐을 것이고 사람도 잘 챙겼겠고 그야말로 타고난 실력(외모든 노래든 프로듀싱이든)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계속 오래 하기 위해서는 돈도 잘 벌어야 한다..... 돈을 못 버는데 좋다고 재미있다고 평생 할 수는 없다. 아라리오 디렉터 씨킴 정도 아니고서는. 그러니까 돈은 어떤 면에서는 이 일을 계속해도.. 2022. 9. 25.
발표의 예시 울산대 대학원 수업에서 발표 예시를 학생들에게 보여줄 겸 내 관심사를 알릴 겸 해서 내가 했던 발표 세가지를 골라서 수업에서 이야기 했다. 첫번째는 좀비 형식주의 논쟁. 두번째는 한국 동시대 추상미술의 가능성. 세번째는 웨이드 가이튼 작가연구 였다. 셋다 에이포 10페이지 가량의 소논문 형식으로 2016-2017년에 썼던 글이다. 다시 보니 부족한 면도 보이지만 그때의 그 열정(?)이 느껴져서 또 너무 기분이 좋았다. 박사를 굳이 왜 하나 싶다가도 그런 강제성이 있었기에 소논문의 형식으로 꾸역꾸역 글도 쓰고 그랬던 듯. 짧은 전시리뷰나 작가론 쓰는 것보다 이런 호흡이 긴글을 쓰는 일은 훨씬 더 어렵기는 하지만 그만큼 더 뿌듯하고 다른 의미에서 재밌다. K교수님은 외부 청탁은 대부분 거절하고 학회지 실을 .. 2022. 9. 25.
글을 쓰는 일 결혼하고 아이낳고 나서는 혼자였을 때처럼 시간을 쓰기 어렵다. 제약이 매우 많음.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의 정도도 조금은 달라진다.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선택을 안하게 된달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보다는 로우리스크 로우리턴의 선택들을 하게 된다. 아이가 아프면 모든 것이 올스톱이다. 할머니나 이모님 등의 도움은 받을 수 있지만 모 부 둘 중 한 명은 중요한 순간에 꼭 자리를 지켜야하는 책임이 있다. 나의 경우는 남편이 그 일을 할 수 없으니 항상 내가 해야한다. 내 일에 지장을 준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는 일은 전시를 기획하거나 기관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것보다는 비교적 시간 사용도 자유로운 일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런데 글을 한번쓰고 나면 비슷한 결의 글에 대한 청탁이 반복적으로 .. 2022. 9. 25.
내수용과 수출용 M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웹진 만드는 얘기가 나왔다. 여러 고민들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원하시는 건 이 정도였던 것 같다. 1. 기획자/연구자의 발전을 돕는 플랫폼(연재 형태의 계간지)-단순 전시 비평, 작가론 그 이상의 것을 지향 2. 있어빌리티가 중요한 글이 아닌 내용과 그걸 표현하는 언어가 명확한 글(기본 국어 실력) 3. 칭찬 상찬으로 대충 얼버무린 있으나마나 한 글이 아닌 명징한 관점(비판적인 관점도 좋은)을 갖춘 자율적인 글(광고주 클라이언트가 없는) 4. 국내에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미술에 대한 글로서 접근가능하도록 영어로도 발간. 나도 모두 다 동의하는 바. 1은.. 매 호별 주제특집으로 간다면 매번 필자가 바뀌어야할테고 또 매번 불리는 사람만 쓰게될까 걱정. 연재.. 2022. 9. 25.
디자인과 내용 미술 일을 하다보면 디자이너와 함께 일해야 하는 때가 많다. 잡지를 만들 때에도 기자가 글을 쓰고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어오면, 디자이너는 레이아웃을 정하고 글과 이미지를 배열하는 디자인 작업을 한다. 글을 읽으면서 글에서 언급된 작품이나 상황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에 가장 잘 맞는 이미지를 도판처럼 해당 내용 옆에 배치해서 보여준다. 그렇지만 글을 읽지않고 멀리서 배치한 모습을 볼때에는 글 내용과는 좀 동 떨어져도 이미지 자체가 더 매력있는 다른 사진을 고르기도 하고, 텍스트 배열을 더 깔끔하게 하기위해서는 글과는 좀 멀어서 읽다 도판찾기는 힘들더라도 다른 페이지에 이미지를 몰아서 넣기도 한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용(콘텐츠)과 보여주는 방식(디자인) 둘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었을때 메시지가 가.. 2022. 9. 25.
강수희 개인전 <해프닝: 산책과 모험 사이>(제주문화예술진흥원 제주청년작가전, 22.9.3~15) 전시서문 느리게 살아가기: 나를 찾는 여정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란 향기로 기억이 환기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용어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에서 주인공 마르셀이 우연히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한입 베어물면서 그 맛과 향기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사진이나 특정 물건을 보거나, 향기를 맡거나, 맛을 통해 잊고 있었던 어떤 것을 떠올리는 경험을 종종 한다. 그렇지만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에게 자신의 감각에 오롯이 집중하여 의식의 흐름에 따라 무언가를 생각하는 일은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어딜가도 사람들이 그득한 도시의 일상 속에서 우리는 당장 눈 앞에 닥친 일들을 매순간 바삐 처리하며, 누군가로부터 끊임없이 .. 2022. 9. 6.
2022.8 (강수희, 이동근, 앤서니브라운, 한성백제박물관, 이진형, 정지현, 박미라, 파주놀이구름,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에디슨뮤지엄) 강수희 작가 제주 작업실 스페이스윌링앤딜링, 이동근 예술의전당, 앤서니 브라운 한성백제박물관 인천아트플랫폼, 이진형 인천아트플랫폼, 정지현 이슬기 윤향로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보안여관, 박미라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놀이터 한글박물관 파주 놀이구름 용인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광명 에디슨뮤지엄 2022. 8. 29.
이동근 개인전 <돌연변이>(스페이스윌링앤딜링, 2022.8.3-21)리뷰 불완전한 현재를 즐기는 일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신이 있다면 그가 사람을 만들어냈고, 예술가는 작품을 빚어 만든다.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내어놓는 일은 많은 책임감을 요하는 막중한 일이다. 어떤 의미를 갖는가, 세상에서 어떤 쓰임을 가지게 할 것인가. 실용적인 가치나 즉각적인 효용성을 논한다면, 예술 작품만큼 즉각적인 가치가 나타나지 않는 대상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며, 또한 모든 사람이 이해하거나 활용할 수도 없다. 예술 작품은 아름답다? 자연이 만들어낸 하늘의 빛깔, 꽃들의 색, 언덕을 따라 흐르는 계곡, 셀 수 없이 다양한 초록으로 가득한 숲의 모습을 떠올려본다면, 자연과 비견해서 더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일은.. 2022. 8. 26.
2022.7 (전현선, 조유진, 잇은, 황규민, 김예솔, 임현경, 이승택, 위영일) 갤러리2, 전현선 이목화랑, 조유진 페이지룸, 잇은 (홍정욱 김효정) oci미술관 , 황규민 , 김예솔 oci미술관, 임현경 갤러리현대, 이승택 금호미술관, 위영일 2022. 7. 16.
위영일 개인전 <새로운 구조를 향하여>(금호미술관, 2022.7.14-24) 전시서문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각종 기계가 작동하며 내는 굉음을 뚫고 영등포에 철공소가 즐비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다보면 2층에 위영일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작품들이 한쪽 방에 보관되어있고, 다른 방에는 작업대와 컴퓨터, 여러 종류의 재료들이 비교적 잘 정리되어 놓여져 있다. 벽면의 위쪽에는 작은 액자 하나가 걸려 있는데, 이라는 위영일의 2007년 작품이다. 평범한 글씨체로 마치 상장처럼 덤덤하게 적혀있는 문구는 다음과 같다. 1. 1초 안에 사로잡을 시각성, 2. 생각보다는 시각적 효과, 3. 운반과 보관이 용이한 형태, 4. 명성이 없다면 노동력, 5. 이미 유명하다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 재생산하라고 말이다. 이 작품은 예술적 신념이나 작가적 태도를 포기하고 미술시장에서의 성공만을 바.. 2022. 7. 14.
2022.6 (루이스 웨인, 울산시립미술관, 부산국립과학관, 장파, 최대진 정수정, 아트스펙트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10층, 루이스 웨인 울산시립미술관 정연두: 오감도 21세기 천지창조 시스틴채플 박주애 x 최락준 부산국립과학관 전 갤러리기체, 장파 프로젝트스페이스미음, 최대진 정수정 리움미술관, 아트스펙트럼 2022. 7. 6.
임현경 개인전 <숲의 장막>(OCI미술관, 2022.7.1~) 지그시 바라보다 창밖의 지나가는 자동차 구경을 좋아하는 두돌 아들 덕분에 나 역시 창문 너머의 풍경을 매일같이 바라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매일 같은 방향에서 같은 풍경을 오랜 시간 바라보는 일이 상당히 오랜만이라, 처음에는 무심코 아들이 환호하는 자동차의 색과 모양, 움직임에만 집중하다가, 그 다음에는 가까이에서 날갯짓을 하는 비둘기를, 그 다음에는 배경처럼 한결 같이 한자리에 서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사계절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우리는, 변화무쌍한 날씨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몸소 체감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나무와 수풀의 초록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몇일 사이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는 다채로운 초록 잎사귀가 무성해지고, 색색의 꽃잎이 활짝.. 2022.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