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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work③] 채유수 <지하철> 2011 채유수 2011 지하철은 대도시에만 있다. 아파트 숲에서 사람들은 매일 아침 걸어나와 지하철에 몸을 싣고 몇 분이든 몇 시간이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지하철은 버스나 자동차에 비해 교통 체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안전한 수단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시간을 더 들이더라도, 지각하지 않을 수 있어 좋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은 다들 지치고 피곤한 모습이다. 크로키(croquis)하기에는 움직이는 사람보다는 가만히 있는 사람, 그리는 이를 의식하는 모델보다는 신경쓰지 않는 모델을 그리는 것이 수월하다. 채유수는 1, 2, 3, 5호선에 몸을 싣고 각 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재빨리 포착해 냈다. 그것은 몇 백, 몇 천 점이 되어 책 한 권으로 묶인다. 날짜 별로, 역 별로, 사전식으로 정리해서 엮었.. 2015. 12. 28.
[one work②] 이환희 <Grounds> 2015 이환희 Marker pencil drawing and oil on canvas 90.9x72.7cm 2015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여러 개의 이미지들을 불러 온다. 각각의 아트보드(artboard)들은 동일 선상에 놓여 평평하게 겹친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같은 툴의 사용이 누구보다도 익숙한 젊은 작가들에게 이러한 방식을 통한 이미지 배합은 자연스러운 귀결처럼 보인다. 마티에르(matière)가 강조된 부분, 싸이 톰블리의 낙서처럼 무심하게 마커로 그은 교차선, 심장과 그것에 연결된 정맥과 동맥처럼 보이는 저 구조물은 하늘에 둥 떠있듯 그림자가 바닥에 깔려 있다. 그림의 각 부분 부분들은 일러스트레이터 툴에서 불러다 모은 이미지들처럼 아무런 연관 관계가 없는듯 있는듯 함께 부유한다. 그는 자신의 눈과, 귀.. 2015. 12. 27.
[one work①] 박정혜 <亡者’S> 2014 박정혜 Acrylic on canvas 9􀀚7x97cm 2014 화면 안에는 수박 씨앗 모양으로 잘린 색종이가 7장 겹쳐져 놓여 있다. 겨자색 사각형 넷과 검정 사각형 셋. 그 잘려나간 조각들 역시 화면의 빈 부분에 위치한다. 화면 안에는 작은 화면들이 계속 얹혀진다. 어떤 대상인지 쉽사리 인지할 수 없는 평면-조각들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배경과 대상을 분리해서 인지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풍경은 자못 초현실주의적으로 느껴진다. 음과 양, 안과 밖, 덧셈과 뺄셈, 자르기와 붙이기, 볼트와 너트 같이 쌍을 이루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그 짝이야 말로 한 쌍을 이뤄 새로운 것을 생성해내는 원천인지도 모르겠다. 쌍을 이루는 요소들이 함께 놓여 있다는 점에서 '소우.. 2015. 12. 27.
[리포트] 2016년 각종 전시기획 공모 연말이 되면 각종 공모전과 지원사업이 시작된다. 이듬해의 프로젝트들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많은 기관/공간에서는 매년 여러개의 전시를 하려다 보면 진행하는 사람도 엄청 빡세다. 큐레이터가 한 7-8명쯤 되서 한 전시를 오랫동안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부 사람의 제안을 받아 외부기획을 진행하는 것도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보니까 그 타협안으로 나온 것이 공모전 형식의 외부 기획공모다. 생각보다 꽤 여러 기회가 있다. 몰라서 놓치는 경우가 많다. 1. 신한갤러리 역삼 http://www.shinhangallery.co.kr/yo/board/notice/281?itemNum=53&url=7143Opw0cUt7DQK8veDIze5Qekc1ZaNk ~2015.12.31.. 2015. 12. 24.
[도록] <두렵지만 황홀한>(하이트컬렉션, 2015.2.27~6.5) 도록 리뷰 (하이트컬렉션, 2015.2.27~6.5) 도록 리뷰 참여작가: 김민호, 박종호, 백경호, 왕선정, 유한숙, 장재민, 전현선, 정유선, 정은영, 조송, 최수연, 최정주, 허수영 기획: 이성휘주최: 하이트문화재단, 후원: 하이트진로주식회사 편집 및 디자인: 워크룸 사진: 참여작가들, 임장활(그라피토) 주황색과 파란색 두권으로 이뤄져 있다. 주황색은 작가별 짧은 길이의 스테이트먼트와 작품 이미지 화보로 구성됐다. 파란색은 큐레이터 이성휘의 전시 서문, 강석호-전현선, 최수연, 정유선 / 김지원-왕선정, 박종호 / 노충현-백경호, 장재민 / 유근택-김민호, 조송 / 최진욱-최정주, 정은영 / 홍승혜-유한숙, 허수영 / 총 6인의 추천자와 13명의 참여작가 사이에 오간 편지글, 흑백 도판 이미지를 담았다. 마지.. 2015. 12. 23.
[전시리뷰] 넌센스와 커먼센스 사이: 이세준 개인전 <무엇을 불태울 것인가?>(2015.11.26~12.16) 이세준 우리는 무엇을 불태웠는가 324.4x521.2cm 8pcs oil on canvas 2015 넌센스와 커먼센스 사이(스페이스윌링앤딜링, 2015.11.26.~12.16) 리뷰 1. 넌센스: 이상한 나라의 A?A는 커다란 시계를 들고 “늦었다”고 외치는 토끼를 따라갔다. 토끼는 어디에 언제까지 왜 가는 지는 말하지 않았고 그저 늦었다는 말만 반복해서 했다. A는 걸음이 빠른 토끼를 금세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중 목줄이 끊어진 강아지를 봤다. 흰 털이 회색빛이 되어 있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것으로 보아 주인을 잃고 방황한지 꽤 시간이 지난 듯 했다. 분명 주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남자가 흰둥이를 연신 쓰다듬으며 조금은 께름칙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왠지 그 강아지를 가져다 어디다 팔 것만 같았다.. 2015. 12. 22.
[리포트] 사건일지 2013~2015: 미술계 청년들의 향방? 사건일지 2013~2015: 미술계 청년들의 향방? + 전(2014.11.20~12.31)부터 시작해 2015년 한 해 동안 열린 신진작가 위주의 기획전, 소규모 미술공간의 실험적 양상에 관한 글을 써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신은진 큐레이터는 미술계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관한 선지식이 없는 대중을 위한 글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예술가는 힘들다?문화체육관광부(2014)의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미술대학의 졸업생은 매해 3200여 명이며, 현재 미술가 수는 4~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미술시장의 규모에 비해 훨씬 많은 학생들이 매해 사회로 나온다. 대부분의 학생들의 경우, 먹고 사는 일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꿋꿋하게 전업 작가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청년.. 2015. 12. 21.
[책] ‘현세의 낙원’을 가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 리뷰 ‘현세의 낙원’을 가다!: 후쿠타케 소이치로 외, 『예술의 섬, 나오시마』북리뷰 미술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나오시마. 여름 휴가를 맞아 가족여행을 계획하던 차에 올해 3년마다 개최되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도 볼 겸, 나오시마를 찾게 됐다. 그러던 중 나오시마에서 이뤄진 아트 프로젝트를 다룬 신간을 접하게 됐다. 이 책은 일본 시코쿠 섬의 가가와현에 위치한 나오시마 섬과 주변 섬들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아트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나오시마와 인근 섬들에 각종 미술관과 휴양시설, 프로젝트 전반을 기획하고 후원한 후쿠타케 소이치로의 짧은 서문에서 시작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실장을 지낸 정준모의 추천의 글로 이어진다. 이어서 나오시마, 테시마, 이누지마 세 개의 섬을 각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나오시마.. 2015. 12. 15.
[전시리뷰] 구멍투성이의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 백경호 개인전 <Cast Away>(2015.9.1~20) 백경호 oil on canvas 181.8 x 227.3 cm 2015 구멍투성이의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스페이스윌링앤딜링, 2015. 9.1~20) 리뷰 무슨 매체를 활용하든 예술가가 만든 것이면 뭐든지 예슬 작품이라고 일컬어지는 다원주의 시대에 미술관에는 설치, 사운드, 퍼포먼스, 영상, 건축, 조각 할 것 없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전시된다. 혹자는 장르라는 것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매체인 회화는 2015년 현재에도 과거의 참조점들에 대해 부정의 부정을 거듭하며 지속되고 있다. 이것은 결코 그린버그식 형식주의로의 회귀가 아니라 매체 자체를 하나의 형식적 한계점으로 두고 또 다른 실험을 지속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 백경호 작가의 회화적 .. 2015. 12. 15.
[작가론] 이 완(Lee, Wan): 오브제를 통해 던지는 그의 질문들 이완 grated beef material 2009 이 완(Lee, Wan): 오브제를 통해 던지는 그의 질문들 미술가 이완은 1979년 서울에서 음악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2004년 동국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고, 이후 지금까지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2005년 갤러리 쌈지에서 개최한 개인전 《라이딩 아트(Riding Art)》에서 각기 다른 오브제를 접합하여 제작한 놀이기구 작품을 선보인 이후, 그가 보고 느낀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일상의 오브제를 꾸준히 이용해왔다.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맞닥뜨린 사회가 마치 놀이동산같이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처음 그가 사회에 나와서 받은 인상은, 누군가에 의해서 철저하게 계획되어 만들어진 시스템 안에서 우리 모두가 그들의 의도한 것에 부합하게, 수.. 2015. 12. 15.
[인터뷰] 가족과의 소통: 큐레이터 이성휘 인터뷰 이소영 아트선재센터 전시 전경 가족과의 소통: 큐레이터 이성휘 인터뷰(아트선재센터, 2013. 7. 11~8. 18)전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의 소통'을 다룬 전시를 소개한다. 제2회 아트선재센터 전시기획 공모 오픈콜에 당선된 전이다. 당시 갓 대학원을 졸업한 새내기 큐레이터 이성휘가 기획했으며, 구민자-구재유, 양희중, 박형지-유창희, 이소영-이길춘, 한명숙, 이성휘-이정길이 참여했다. 세 명의 작가와 기획자, 그리고 그들의 부모님이 함께했다. 구민자는 부모님을 예술가를 후원하는 미술재단으로 상정하고 "구&양 미술재단"을 소개했으며, 박형지는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의 그림과 자신의 '현대미술 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이소영은 손글씨로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영상을 제작했고.. 2015. 12. 15.
[인터뷰] 우리 세대를 말하다! : 작가 이우성 인터뷰 이우성 리넨에 과슈 315×230cm 2013 우리 세대를 말하다! : 작가 이우성 인터뷰 이우성은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를 졸업했다. 첫 개인전 (갤러리175, 2012)에 이어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을 열였다. 2009년에는 스페이스빔, 2012년 홍은예술창작센터, 2013년 고양창작스튜디오에 입주작가이며, 2013년에는 OCI 영아티스트에 선정돼 (2013. 6. 5~26)전을 개최했다. 이 글은 지난 6월, OCI미술관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인터뷰에서 이우성은 자신의 작업이 어떤 정치성을 띠고 있다면, 그것은 민중미술의 방식이라기보다 사회에 대한 개인적/세대적 인식과 반응에 기반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트인컬처』 2013년 7월호에 요약본이 최초 실렸으.. 2015. 12. 15.
[인터뷰] '관계미학' 이후, 리암 길릭 인터뷰 Liam Gillick, Three Perspectives and a Short Scenario* Work 1988 - 2008 Mirrored Image: A ‘Volvo’ bar 27. September bis 16. November 2008 '관계미학' 이후, 리암 길릭 인터뷰갤러리인, 2013년 4월 17일 리암 길릭(Liam Gillick: b.1964)은 영국 일즈버리 출생으로, 1987년 골드스미스대를 졸업, 현재 뉴욕에서 거주하며 활동한다. 데미안 허스트, 사라 루카스, 안젤라 블로흐 그리고 헨리 본드 등과 함께 1990년대 초기 yBa의 멤버 중 한 명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리크리트 티라와니트 등과 함께 ‘관계미학’의 컨텍스트 속에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2015. 12. 15.
[전시리뷰] 검정으로 그린 ‘회화 같은 회화’ : 배윤환 개인전 <WAS IT A CAT I SAW?>(인사미술공간, 2014.5.9~6.5) 배윤환 캔버스 위 오일파스텔과 아크릴 150x210cm 2013 (인사미술공간 1층 설치 전경) 검정으로 그린 ‘회화 같은 회화’ (인사미술공간 2014.5.9~6.5) 리뷰 속물과 잉여의 시대다. 보통 정의하길, 속물은 “체제 내에 포섭되어 소 비하는 주체”이며, 잉여의 경우 “속물적 지위를 얻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한 이들 가운데 속물되기를 유예하고 있는 존재들”이다.1 사람들에게서 선한 윤리의 경로를 추구할 ‘진정성’은 사라진 지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 2014년, 지금 여기의 한국사회가 그러하다. 그러한 사회에서 먹고 입고 숨쉬며 자란 젊은 세대는 속물과 잉여, 두 카테고리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자신이 속물임을 인정하는 속물과, 끝까지 아닌 척하는 속 물이 있을 뿐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예술은, 회.. 2015. 12. 15.